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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캠퍼스 마스터플랜 'Space21' 조감도
 경희대 캠퍼스 마스터플랜 'Space21' 조감도
ⓒ 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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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자구책으로 대학 정원 감축이라는 고강도 카드를 꺼냈다. 서울 소재 대학도 감축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 수용은 '포화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서울 내 대학들 대부분이 부족한 강의실과 연구실 등 공간 확보를 위해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우선 고려대의 경우, 현대자동차경영관을 지은데 이어 자연캠퍼스 테니스장 부지에 보건과학대가 사용할 하나과학관을 신축 중이며, 본관 오른편에 가칭 미래교육관을 착공할 예정이다. 연세대도 지하주차장과 문화 복합 공간을 만드는 백양로 공사뿐 아니라 경영관 신축을 진행중이다.

경희대는 캠퍼스 마스터플랜 '스페이스 21'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추진중이다. 건국대는 부동산관을 착공하고 400억 원을 들여 신공학관을 오는 10월부터 지을 예정이며, 중앙대는 구 대운동장 부지에 약 2만3천 평 규모로 경영경제관을 짓고 있다.

국민대는 200억 원을 투입, 공학관과 도서관을 증축 중이며 북악터널 근처 평창동 부지에 강의 시설 신축을 검토하고 있다. 한양대는 미래자동차연구센터를 짓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음악관을 지을 예정이며 서울대는 중앙도서관 인근에 제2도서관을 공사중이다.

홍익대는 기존 3층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미술대학 종합강의동을 신축하고 있으며, 숭실대는 120주년 기념관과 경상관을 세울 예정이다. 한성대도 운동장 부지에 지상 12층 규모 가칭 종합관을 조만간 착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덕여대는 400억 원을 들여 다목적 종합관을 짓고 있다.

A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강의실 부족을 해결하고 교육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층수가 낮고 노후한 기존 건물을 철거하거나 운동장을 통해 부지를 확보해 허용된 용적률의 최대 범위로 건물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제2캠퍼스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서울대, 서강대, 중앙대가 그렇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건립을 추진중이며 서강대는 남양주 일대 그린벨트 부지를 매입하고 남양주캠퍼스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광개토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중앙대는 인천광역시와 검단 신도시에 캠퍼스 타운을 건립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건물 짓기'에 여념 없는 서울 소재 대학들
200억원을 들여 증축 중인 국민대 공학관, 도서관
 200억원을 들여 증축 중인 국민대 공학관, 도서관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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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울 소재 웬만한 대학들은 공간 부족을 호소하며 시설 확충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대학이 정원 팽창을 추구한 결과다.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년 영입하는 교수가 늘고, 연구 수주에 따른 새 연구 공간의 필요성도 여기에 영향을 줬다.

이러한 때 교육부는 정원 감축의 칼을 빼들었다. 연 540억 원이 지원될 수도권 특성화 사업(CK-2) 등을 비롯한 대학 지원 사업에서, 4% 이상 감축한 대학에 한해 가산점을 준 것이다. 정원을 감축하지 않은 대학은 사업단 선정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정원을 강제로 줄이는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학구조개혁은 아직 국회 통과를 남겨두고 있지만, 2005년 본격 시행된 대학 정원 감축에 이은 구조조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진표 교육부 장관 지휘 아래 전국 국공립 대학은 물론이고 서울 주요 대학도 적게는 정원의 5% 많게는 10% 감축을 단행했다. 올해 시작된 교육부의 '정원 줄이기'는 대학에 과제를 안겨주면서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 감소분을 대학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학생에겐 시설 확충과 정원 감축의 연쇄 작용이 일어나면서 쾌적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이 재정 부족분을 어디서 채우느냐에 따라 학생 복지나 강의 수 등 교육 여건은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은 정원 감소에 따른 재정 손실을 만회하고자 정원 외 전형과 평생교육원 강좌를 확대하면서 수익 창출의 열쇠를 쥐고자 노력할 공산이 크다. 다른 수익 사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B대학 전략예산팀 관계자는 "등록금으로 펀드나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볼 순 없다"며 "요즘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교육 사업을 통해 예금 유치의 방법으로 재정 안정을 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설 확충=교육 여건 개선?

2005~2008 정원 감축 결과와 2015년부터 진행 예정인 정원 감축
 2005~2008 정원 감축 결과와 2015년부터 진행 예정인 정원 감축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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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설 확충에 따라 새롭게 마련된 공간들이 재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보다는 수익 확대를 위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시설을 확충 중인 C대학은 올 초 과거 학군단이 쓰던 빈 건물에 경영대학 열람실 등을 이전, 확장할 예정이었으나 재정 확보를 이유로 평생교육원 강의실을 만들었다. 또 기존 건물 증축으로 새롭게 마련된 자리에 평생교육원 강의실과 상담실이 들어섰다. 학생들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C대학 관리처 관계자는 "정원 감축을 피할 수 없는 가운데, 대학 간 극심한 경쟁 속에서 장학금 확대와 교수진 확충 등 재학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 사업을 위한 공간 마련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C대학에 재학 중인 권태환(23)씨는 "기존 학생들이 쓰던 공간마저 수익 사업에 내주는 등 피해를 보기도 한다"며 "공간이 늘어나도 교육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7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대학이 학생회관 열람실을 도서관 지하로 이전하는 대신 그 자리에 평생교육원 실습실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한 바 있다. C 대학은 열람실 이전을 시작으로 조만간 건물 2동을 완공하고, 대대적인 공간 재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경희대나 중앙대처럼 본-분교 시스템이 아닌 통합 캠퍼스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타 지역 캠퍼스 정원을 서울 캠퍼스 정원으로 얼만큼 끌어올 것인가 여부도 변수다.

안성과 서울 캠퍼스를 통합한 중앙대는 2014 입학 전형에서 안성캠퍼스 정원 362명을 서울로 이전했다. 중앙대가 R&D 센터, 도서관 리모델링 등 시설을 확충해왔으나 공간 부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정원 감축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몇몇 대학은 특성화 발굴과 창업 프로그램 가동 등 정원 감축에 대비한 청사진을 일부 밝히면서 시설 확충을 동시에 진행중이다. 대학의 가용 공간 확장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원 감축의 압박, 대학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태그:#대학, #서울, #정원 감축, #시설,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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