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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억한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은 지난 이명박 시대에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권 시대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가 무색해졌다. 여전히 대통령 선거에서 관권부정선거의 시비가 명확하게 밝혀지고 응당한 책임이 없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장진수 주무관의 양심 고백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지키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사회의 양심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편하게 살려면 정말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뒤를 봐주는 사람들의 권력이 한 사람을 망가뜨려가면서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사실에 대해서 침묵만 하면, 적극적으로 충성하지 않더라도 부귀영화는 몰라도 편안한 생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쉬운 길을 택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고, 선택에 대한 자기합리화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는 떳떳하게 사는 '용기'를 택했다. 그가 법원에서 유죄로 판정받은 모르는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보다, 범죄자체를 솜방망이로 처벌한 "법무법인 청와"와 재판정은 진실보다 권력의 손을 들어주었다. 장진수 주무관이 용기를 보여줘서 갈 길은 멀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은 마침내 승리함을 보여줄 책임이 있는 것이다.

2014년 대한민국. 있어서는 안 될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과 국민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고 있지 않다.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변명은 있을지언정 왜 구조를 못했는지에 대한 권력 핵심부가 지키려고 하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제 사람들은 정부기관의 발표는 믿지 않는다. 신뢰를 가장 기본으로 해야 하는 국가기관의 말이 사람들에게 믿기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 국가기관이 진실보다는 권력유지에 더 힘써왔다는 증거다. 장진수 주무관의 진실 고백이 더 가치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루게이트> 표지
 <블루게이트> 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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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진수주무관의 개인적 고심의 흔적과 함께 청와대와 청와대를 지키는 정부기관, 그리고 그 정부기관이 관여하고, 개입하는 국가핵심권력기관이 어떤방식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장진수 주문관의 증거인멸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부당함, 그리고 하급공무원으로서의 상명하복의 불문율을 지켜야하는 불가피함에 대한 설명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무원들을 양성하려면 먼저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

상명하복이 미덕이 아니라는 것, 헌법에 반하는 것, 국민의 인권에 반하는 것이 있다면 합리적이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대한민국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위해서. 그것이 또한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하기에.


블루게이트 - 불법 사찰 증거인멸에 휘말린 장진수의 최후 고백

장진수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장진수, #블루게이트, #민간인불법사찰, #불법사찰,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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