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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
 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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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특정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선거가 끝난 뒤 기자로 돌아가는 '폴리널리스트(politics + journalist의 합성어)'의 활동을 제한하는 규약을 전북기자협회가 제정했다.

전북기자협회는 지난 8일, 선거 캠프와 자치단체에서 일했던 '전직 기자'들이 2년간(사직 시점 기준) 언론사 재입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규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6·4지방선거 때 특정 후보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기자들부터 적용돼 지방 언론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규약을 제정한 이균형(CBS 전북방송) 전북기자협회장을 지난 23일 전주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규약 제정 취지와 지방언론 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선거캠프에서 일한 뒤 복귀는 난센스"

- '폴리널리스트 2년간 활동 금지' 규약 제정 배경은 뭡니까? 
"기자 활동의 기본은 '공정성'과 '신뢰성'입니다. 기자가 특정 후보 선거 캠프나 자치단체 홍보 일을 했다면 그것은 특정 후보와 철학을 같이한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행위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공정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하는 기자로 복귀하는 것은 난센스죠. 그 기자가 쓴 기사를 누가 공정하고 믿을 만하다고 하겠어요?

그동안 이 문제에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지역의 열악한 언론 환경 탓에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애써 묵인하는 것도 임계점에 이르러 폴리널리스트 재입사를 제한하는 의견을 제안했죠. 전북기자협회 각 회원사 지회장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했고 곧바로 기자협회 규약을 제정한 것입니다.

선거캠프나 자치단체 홍보일을 한 기자들은 다시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지역 여건을 감안해 제한 기간을 2년으로 정했습니다. 기자들 스스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중앙언론 쪽은 어떤가요?
"중앙은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려워요. 지역이 심한 것 같습니다. 지역언론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선거캠프나 행정기관으로 옮기는 거죠. 그러다 후보가 낙선하거나 자치단체장 임기가 끝나면 갈 데가 없어 언론사로 복귀합니다. 언론사 역시 그만한 사람 찾기가 힘들어 받아주죠. 일부 기자는 전략적으로 특정 후보와 언론사의 유착관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 지역언론에서 폴리널리스트의 활동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북에서는 매 선거마다 최소 두자릿수의 기자들이 '폴리널리스트'로 활동합니다. 심각한 상황이죠."

- '활동금지 2년'은 짧지 않나 싶어요. 지자체장 임기는 4년이잖아요. 그러면 4년 정도로 해야 맞지 않나요?
"저는 아예 재입사를 하지 못하도록 제안했는데, 지회장들은 '2년이란 시한만 뒀지 사실상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2년으로 특정했지만, 오지 말라는 뜻이 담긴 것이고 이것을 4년으로 못 박으면 지역의 열악한 처지에서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죠. 그래서 선언적인 의미로 2년으로 정한 후 시행해 나가면서 그에 걸맞게 규약을 개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
 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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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 회원사가 10개입니다. 지역 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들이죠. 좀전에도 말씀드린대로 회원사는 만장일치 찬성했습니다. 단지 몇 년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이 있었죠."

"열악한 지역언론 환경도 폴리널리스트 양산"

현재 지역 언론은 어떤 상태인가요?
"전북의 지역언론, 특히 신문은 상당히 열악합니다. 지역신문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 할 여건이 된다면 굳이 정치권에 기웃거릴 이유가 없죠. (여건이 안 좋으니)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것이고,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해당 자치단체 홍보 활동을 하다 그만둔 뒤 다시 생계를 좇아 언론사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만약 지역 언론 환경이 좋은데도 정치권으로 간다면, 기자가 아닌 정치인으로 아예 '화학적 변화'를 한 것이죠. 절대로 기자로 되돌아 올 수 없는. 그런 '화학적 변화'에 폴리널리스트도 끼워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 전북 언론환경이 유독 안 좋은 건가요, 아니면 지역언론이 전반적으로 어려운가요?
"전북이 유독 열악합니다. 영남 쪽은 2~3개 정도의 지역신문이 확고하게 자리잡아 군소 언론이 자리를 못 붙이는 풍토가 조성돼 있는데 전북은 신문사가 10여 개가 넘습니다. 송구스럽게도 저도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누구나 소규모 자본으로 신문사를 뚝딱 만들어 근근히 운영하면서 사주 사업에 신문사를 들러리 세우는 폐단도 있습니다."

- 그럼 폴리널리스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약보다는 언론환경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물론입니다. 환경 개선이 된다면 저희는 바랄 것이 없는데, 저희 협회는 친목단체이기 때문에 그걸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그래서 안타깝죠."

- 폴리널리스트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다른 지역 기자협회와도 교감이 있나요?
"다른 지역과 교감이 있는 건 아니고. 전북이 먼저 제정했기 때문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주로 어떤 문의인가요?
"내용, 제정 배경,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묻는 거죠. 또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도 문의가 온다고 합니다. 저희 규약을 민언련에 보냈는데 다른 협회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 (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폴리널리스트, #이균형, #전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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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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