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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사는 게 그냥 일반할부로 하는 것보다 더 쌉니다. A 카드사 이자율이 여기 (현대)캐피탈보다 1%(포인트) 싸요. 이 카드 없으면 새로 발급받아서라도 사세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현대자동차 대리점. 판매직원 박아무개씨는 기자에게 신용카드로 자동차 구입을 권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단 1만 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자동차 판매를 두고 금융회사들끼리 시끄럽다. 아예 현대자동차까지 끼어들면서 논란은 더 뜨겁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대체로 초기 일부 비용을 뺀 나머지의 경우 금융회사를 통해 일정기간 나눠 갚는다. 이같은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두고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캐피탈회사와 카드회사들끼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기자가 지난 23일 서울시내 현대차 판매점 6곳(직영점 4곳, 대리점 2곳)에서 직접 차 구매 견적을 받아봤다. 6곳 가운데 5곳의 판매직원들은 일반 신용카드로 차량 대금을 결제하라고 추천했다. 이유는 같았다. 일반 캐피탈회사의 할부보다 카드사를 통하면 좀더 싸게 차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경우 같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사실상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좌지우지 해왔다. 소비자들은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중도금을 현대캐피탈에서 정한 이자에 따라 갚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삼성카드를 비롯한 일부 카드사와 캐피탈회사들이 자동차 할부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정은 복잡해졌다.

현대차 대리점 6곳서 직접 구매비용 따져보니... 직원도 "신용카드로 사라"


기자가 만난 현대차 판매직원 김아무개씨는 현대캐피탈의 일반할부 이자율이 적힌 표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했다. 그는 "현대에서 이달까지 행사하는 일부 차량은 현대캐피탈 쪽 이자율이 더 좋다"면서 "그 외 차량들은 신용카드로 사는 게 더 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카드회사에서) 고객에게 선수금에 따라서 0.8~1.0%까지 캐시백을 주니까 훨씬 이득"이라며 "소비자한테는 단 몇만 원이라도 싼 걸 권해드린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한 카드사에 요청해 카드결제와 일반할부를 통한 차량 구매비용을 비교해 봤다. 요즘 인기 있는 중형차인 쏘나타 엘에프(LF)의 경우 차량 가격이 2545만 원(2.0 CVVL, 스마트 하이패스 옵션)이다. 선수금으로 385만원을 내고, 나머지 2160만원을 36개월로 원금과 이자를 나눠낼 경우를 가정해 보자.

현대캐피탈을 이용할 경우 연 6.5%의 이자율으로 36개월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2383만원이다. 대신 카드사를 통한 복합할부의 경우 이보다 1%포인트 금리가 낮다. 따라서 신용카드사를 통할 경우 총비용은 2348만원이다. 게다가 선수금에 따라 카드사마다 정한 캐시백 할인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는 적게는 39만원에서 많게는 57만원까지 싸게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카드사가 이처럼 할 수 있는 이유는 자동사 회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대체로 1.9%의 수수료를 받아서 할부이자 할인와 캐시백 등으로 사용한다. 카드사 입장에선 자사 매출 뿐 아니라 신규회원까지도 유치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신 기존 일반 할부의 경우 캐피탈사가 제조사에 차 값을 먼저 내고, 소비자는 원금과 이자를 이를 매달 갚는 구조다. 예를 들면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에 차 값을 내주고, 해당 소비자에게 일정 이자를 매겨서 되돌려 받아왔다. 이럴 경우 캐시백 등의 할인은 없었다.

점유율 떨어지자, 현대캐피탈과 현대차 "카드결제 폐지하라" 발끈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0년 삼성카드 등 카드사와 KB, 아주 등 중소 캐피탈사들이 제휴해 시작한 카드결제는 작년에 시장규모가 4조 5000억원대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이 시작할 당시엔 8000억원 규모였다.

이 기간중에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 매출액은 3000억원 넘게 줄었다. 점유율도 지난 2011년 86.6%에서 74.7%로 떨어졌다. 현대캐피탈과 이들 카드회사 사이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당연했다.

현대캐피탈쪽은 카드결제가 자동차사가 낸 가맹점 수수료로 카드사가 불합리하게 이득을 보는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 상품은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카드사가 끼어서 수수료를 챙기는 비정상적인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차 역시 불만이 커졌다. 신용카드 결제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현대차 입장에선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가맹점 수수료는 2010년 1100억원에서 작년 2000억원대로 증가했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통해 정부에 카드결제상품을 폐지해달라는 건의까지 했다. 또 상품이 유지될 경우 특정카드사와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현대기아차를 살 때 일부 신용카드로는 결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카드와 중소캐피탈사의 반박  "현대캐피탈의 횡포일 뿐"

현대차 구입 결제 방법을 놓고 현대차와 카드사·중소캐피털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구입 결제 방법을 놓고 현대차와 카드사·중소캐피털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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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부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들은 "독과점 위치에서 현대캐피탈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75~80% 시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말도 안 되는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카드로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캐피탈도 예전부터 이 상품을 팔았다"면서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자 이제 와서 상품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은 본업인 할부·리스보다 부대업무인 신용대출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여전법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부대업무가 본업비율 50%를 초과해서는 안 되게 돼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부대업무로 취급되는 자동차 카드 결제상품 비중을 늘리려다가 적발된 것. 현대캐피탈은 금감원 제재로 인해 자동차 카드결제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또 "금감원의 제재를 받기 전 이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아왔던 곳이 바로 현대캐피탈"이라며 "캐피탈사들의 경쟁을 통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카드결제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금융권 갈등을 두고 금융당국도 난처한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4조원이 넘는 시장이 형성된 만큼 상품 폐지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자신들의 판매 전속시장(캡티브 마켓)인 현대캐피탈이 와해되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대차가 대승적 차원에서 중소형 캐피털사들에게 현대차 판매를 일부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조만간 당국에서도 결론을 내 논란을 마무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그:#현대캐피탈, #삼성카드, #현대자동차, #금융감독원, #KB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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