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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을 때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팀장에게는 예외였다.
 '밥 먹을 때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팀장에게는 예외였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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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지금 일을 이 따위로 하고도 밥이 넘어가?"
"이 XX, 지금 제 정신이야?"


직장인들이라면 상사로부터 한두 번쯤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직장 상사의 폭언은 단순한 짜증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다. 폭언이 심해질 경우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문화상, 업무 상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지아무개(30, 회사원)씨는 현 직장에서 '브레인'으로 통한다. 이직한 지 1년 만에 회사 내에서 유능한 사원으로 인정받았다. 성실한 지씨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어야만 했던 때가 있었다. 바로 전 직장에 재직하던 때였다. 당시 직장 내 임원들은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반말은 당연한 것이요, 욕설도 흔하게 듣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욕 있잖아요. 쌍시옷, 짐승이 들어가는 그런 욕. 제가 혼나지 않을 때에도 팀원이나 직장 상사가 폭언을 들으면 저도 주눅 들게 돼요."

당시 상사들에게 들었던 폭언에 대한 지씨의 묘사이다. 전 직장은 지씨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수동적으로 일하게 돼요. 욕 안 먹기 위해 일하는 거죠. 자발적으로 일을 추진한다거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을 삼가게 돼요."

폭언이 난무하는 전 직장의 사내 문화는 지씨가 현 직장으로 이직하는 데 한 이유가 되었다.

폭언 난무하는 직장... "욕 안 먹기 위해 일하는 거죠"

직접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아무개(30, 회사원)씨는 그 시절 그 팀장을 한 마리의 '개'로 기억하고 있다. 1년 전, 이씨는 팀장과 일한 첫 3개월 동안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야근으로 오후 9시가 넘어 퇴근한 후에도 팀장이 준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밤을 꼬박 지새워야 했다.

'밥 먹을 때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팀장에게는 예외였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을 먹으러 가는 이씨에게 "자네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추가 업무를 던져준 것이다. 이후 이씨가 특근 수당을 요청하자 팀장은 "네가 회사에 돈을 벌어온 게 뭐가 있냐"며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이씨는 회사에 불만을 토로해 부서를 이동했다. 그러나 팀장에게는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장기 근속한 팀장에 대한 '전관예우' 상 그의 만행을 알고도 가만 둔 것이다.

"못 견디는 사람이 나가라는 거니까, 할 말 없는 거죠."

이씨의 푸념처럼 직장 내 폭언은 정녕 아쉬운 자가 참아야 하는 일일까? 미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이라는 개념을 주법으로 정해 직장 내 폭언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인종적, 종교적, 성적 차별이 포함된 언동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폭언이나 폭행,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압박감을 주는 언행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개념이다. 미국 노동부 규정에 따르면 해당 개념을 적용 시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관건이 된다.

<저 오늘 회사를 그만둡니다>의 저자 황진규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직장에서 아직까지 폭언, 인격모독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직장 내 폭언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급자-하급자 상호 평가와 같은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폭력을 인식하고 해결에 나서는 것으로 사내 폭언을 벗어나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이세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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