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소방관이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화재진압복을 입은 소방관이 지방직인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현장대응 소방인력 증원' '낡고 부족한 장비 현대화'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화재진압복을 입은 소방관이 지방직인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현장대응 소방인력 증원' '낡고 부족한 장비 현대화'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7월 13일 제주도 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순직했다. 그는 비번이었지만, 주점의 화재 소식을 듣고 현장에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현장에 들어갈 땐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인원이 없다보니 혼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늘 그래왔지만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 죽고 나면 인원이 없다느니, 장비가 노후했다느니 말만 많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며칠 후 순직자를 위한 조의금을 모금했다. 전국에 있는 약 4만 명의 소방관들은 순직자가 발생하면 계급에 따라 보통 1만 원에서 3만 원까지 조의금을 모금한다. 아침 조회시간에 모금을 알리고 업무를 하고 있는데, 소방헬기가 추락했다는 뉴스 속보다 떴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돕던 강원도 항공소방대 소속 소방헬기가 소방관 5명을 태운 채 광주 도심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그날이 17일이었다. 순직자 조의금을 모금하는데, 또 다른 순직자가 발생하다니…. 소방관들은 말은 안 하지만 '언젠가 나도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 산다. 하기야 이런 불안감은 15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한 나도 줄곧 느끼던 것이다.

소방서에 처음 배명받아 일하는데,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 불이 나 출동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래시장에서 불이 나면 소방서는 비상이다. 재래시장에는 워낙 탈 것이 많아 불이 번지기 쉽고, 그러다 보면 사람이 다치기도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때는 소방시설이 지금보다 취약했던 시기라 더 긴장해야 했다. 잔뜩 긴장한 나는 선임자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시키는 일만 했다.

불은 경동시장 건물 뒤편 이면도로의 점포에서 났다. 불이 난 걸 처음 본 건 아니었지만, 그때 불은 장난이 아니었다. 2층 점포 전체를 휘감은 불길은 악마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살아 있었다. 구경 65mm 수관에서 세차게 방수(물을 뿌림)를 했지만, 불기운이 워낙 세서 전혀 변화가 없다. 심지어 우리가 쏘는 게 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잠시 후 점포 맞은편 상가의 간판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불이 붙었다. 복사열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다른 소방대는 그쪽 건물로 물을 쏘고 남은 소방대는 화점(불이 일어난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 방수를 했다. 그날 어떻게 불을 껐는지 기억에 없다. 다만 복사열로 달궈진 내 얼굴에 스스로 물을 뿌려가며 진화를 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소방관 99%가 지방직...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예산 늘려야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훈련을 끝내고 소방서로 복귀하고 있다.
 소방관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15년 넘게 조심하며 소방관 생활을 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해마다 순직한 소방관은 평균 6명 꼴, 부상자를 포함한 사상자는 170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소방관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업무 중 부상을 자비로 치료하는 비율이 76%에 이르는 걸 보면, 집계되지 않은 부상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부상자 1700명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얼마 전엔 지방의 한 소방관이 자비를 들여 화재 진압용 장갑을 해외에서 구입한다고 해서 파문이 일었다. 소방관인 나도 놀랐다. 그리고 '쪽팔렸다'. 노가다 공사판도 아닌데, 개인 장비를 자비로 준비한다고? 서울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지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은 소방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러다 보니 소방관에게 지급해야 할 장비가 제때 지급이 안 되고 교체 시기가 길어진다. 말은 안전을 앞세우지만 정작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곳엔 돈을 쓰지 않는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이 문제라면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소방예산은 평균 67%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가 채 안 된다. 20%가 아니다.

어느덧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장비, 인원, 대우, 사회적 인식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는 발생하고, 소방관은 현장에서 순직하고 부상당한다. 그리고 난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고 근무한다. 사고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처리과정과 사후조치를 보면 그 나라가 안전에 관한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알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을 덮기보다는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전국의 소방공무원 3만9519명 중 국가직은 32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만9197명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직이다(2013년 12월 31일 기준). 무려 99.2%다. 더 이상 지방의 열악한 재정난 속에서 소방관을 구걸하게 하지 말고, 당당한 소방관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17일 광주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이은교 소방교는 순직 전까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주장했다. 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 성북소방서 소방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