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포스터.

영화 <명량>의 포스터. ⓒ CJ E&M


*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이선필 기자| <군도: 민란의 시대>와 함께 올 여름을 겨냥한 대규모 상업영화 <명량>이 2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에 최초 공개됐다. <최종병기 활>(2011)로 자신의 흥행성을 입증한 바 있는 김한민 감독이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의 출중한 연기꾼들과 손잡았다.

이미 국내에서 수차례 여러 텍스트를 통해 해석돼 온 충무공 이순신을 끌어온 건 분명 큰 모험이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테고, 진짜 다루고 싶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또, 여타 유명한 해전이 아닌 '명량대첩'을 택한 건 거북선 없이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을 후퇴시킨 극적 성격 때문일 터. 정유재란 시기 왜적의 침략을 견뎌냈던 우리네 민족의 이야기 중 <명량>은 분명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기 좋은 소재다. <명량>의 흥행 여부에 따라 '한산도대첩', '노량해전'을 소재로 후속 시리즈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최종병기 활>에 이어 두어 편의 액션 사극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김한민 감독은 CJ E&M의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제대로 판을 벌일 수 있었다. 오는 30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명량>에 대해 <오마이스타> 영화 기자가 감상을 전한다.

"해상 전투신 살린 배우들의 연기는 <명량>의 미덕"

'명량' 권율-박보검-노민우, 풋풋한 신인들 26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명량>제작보고회에서 저격수 하루 역의 배우 노민우가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신 아들 이회 역의 배우 권율, 격군 수봉 역의 배우 박보검, 저격수 하루 역의 배우 노민우.  <명량>은 '명량대첩'을 중심으로 왕을 모시는 신하이자 한 사람의 아버지, 군사를 이끄는 장수이자 두려움에 번민하는 인간으로서의 성웅 이순신을 묵직하고 강렬하게 담은 작품이다. 7월 30일 개봉.

▲ '명량' 권율-박보검-노민우, 풋풋한 신인 <명량>에 등장한 출연배우들. ⓒ 이정민


조경이(이하 조) : <최종병기 활> 때도 느꼈지만 전투 장면에 있어서는 김한민 감독님이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그가 말한 대로 '61분 분량의 해상 전투신'은 압권이었어요.
이선필(이하 필) : 다양한 각도에서 병사들이 왜적에 대적하는 장면이나, 속도감을 조절하며 참전한 다양한 군상들의 표정을 잡아낸 건 비극성과 감동을 극대화하려는 김한민 감독의 묘수로 볼 수 있겠어요.

조 : <명량>을 보면서 어렸을 때 막연하게 위인전을 읽고 기억하던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어요. 이순신 역의 최민식씨가 엄청난 부담이 있었고 유일하게 이순신 장군이 기록한 <난중일기>에 기댔다고 했는데 나도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
필 : 바람직한 현상 같은데요? (웃음)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요?

조 : 이순신의 전령 역할을 맡은 진구씨가 인상적이었어요. 자칫 해상 전투신에만 집중될 수 있던 이야기가 전령과 그의 아내 정씨 여인(이정현 분)로  풍성해질 수 있었죠.
필 : 저 역시 진구씨와 이정현씨를 비롯해 조선 장수로 등장한 이승준, 김원해, 그리고 일본 저격수로 분한 노민우씨 등의 연기가 눈에 띄더라고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랄까. 이들 연기 덕에 이순신과 그를 죽이려는 왜군 장수 구루지마(류승룡 분), 와카자카(조진웅 분)의 분위기가 살 수 있었죠. 배우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조 : 아무래도 이순신에게 집중되는 이야기라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류승룡과 조진웅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게 그려졌어요. <최종병기 활>에서 쥬신타를 맡은 류승룡은 악역이었지만 매력이 있었잖아요. 이번엔 입체적 인물이 아닌 단순하게 그려진 거 같네요. 풍성하게 끌고 갈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생략된 느낌이랄까.
필 : 그렇죠. 아무래도 이야기와 영화의 흐름을 위해 캐릭터들이 단순하게 소모되고 버려진 느낌이었어요. 조선 백성 역을 맡은 고경표씨를 비롯해 다수의 캐릭터들이 영화 중반에 증발되어 버리더라고요. 이야기는 있지만 캐릭터가 부실하다는 건 <명량>의 약점이에요.

화려한 액션에 분명한 메시지도 담아냈다

'명량'의 주역들  26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명량>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보검, 노민우, 최민식, 이정현과 류승룡, 권율, 조진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명량>은 '명량대첩'을 중심으로 왕을 모시는 신하이자 한 사람의 아버지, 군사를 이끄는 장수이자 두려움에 번민하는 인간으로서의 성웅 이순신을 묵직하고 강렬하게 담은 작품이다. 7월 30일 개봉.

영화 <명량>의 출연진들. ⓒ 이정민


필 : 육상 액션과 달리 해상 액션은 아무래도 국내 영화에서는 다소 보기 힘들었는데 <명량>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네요. 또한 액션에 함몰되지 않고 전하고자 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끌고 갔다는 것도 미덕이고요.
조 : 그렇죠.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거북선을 불태우고 이순신을 암살하려 하는 등 부하들의 반란과 균열이 안타깝게 표현됐죠.
필 : 왜군 진영도 마찬가지였어요. 구루지마와 와카자카가 서로 반목하고 의심한 게 전투에서의 패배로 이어집니다. 갈등을 단순한 구도로 보이는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제시하니 몰입도 역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다만, 전투 개시까지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흐름이 느려서 일부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위험도 있더군요.

조 : 배가 계속 나오니 세월호 사고가 연상이 안 될 수 없는 거 같아요. 이순신 같은 영웅이 지금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돼서 울컥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필 :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등장해요. 두려움에 떨던 군사들의 마음을 용기로 채운 건 결국 이순신이 앞서 모범을 보이고 자신의 말을 책임진 덕이었죠. 또 '충'을 '의리'로 해석하고, 그 '충'의 대상이 임금이 아닌 백성이라 여겼던 이순신의 사고도 곱씹을 만합니다. 정유재란 때 임금은 수군을 버리고 육군에 합류하라 명했지만 이순신은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유명한 출사표를 남기고 사지로 들어갔어요. 이게 바로 백성과의 의리! 요즘 위정자들은 의리를 호로록! 호로록! 말아 드시고 계시죠.

조 : 자, 한 줄 평 해볼까요. <최종병기 활>에 비해 액션도 철학도 업그레이드 된 <명량>!
필 : 휘발된 캐릭터는 아쉽지만 모처럼 시원하게 정곡을 찌를 해상 액션물의 등장.

영화 <명량>

감독 : 김한민
각본 : 전철홍, 김한민
러닝타임 : 128분
출연 :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노민우,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등
제작 : 빅스톤 픽쳐스
제공/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3년 1월 8일
크랭크업 : 2013년 7월 21일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4년 7월 30일



명량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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