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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동이 불편하지만, 세상 이슈의 중심까지 과감히 달려가 묻고 또 묻는 이영광 시민가자.
 거동이 불편하지만, 세상 이슈의 중심까지 과감히 달려가 묻고 또 묻는 이영광 시민가자.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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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1일 오전 9시 43분]

"지역에 언론사들이 많지만 지방정부 견제를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특히 관청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한, 지역언론은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퇴근 후 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대담 프로그램이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지역언론의 문제점을 단도직입적으로 일갈한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이내 진행자는 대담 중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의 현장, 그 중심에 선 사람들을 직접 만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시민기자"라고 상대(인터뷰이)를 소개했다. 누구일까?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런데 그는 <오마이뉴스>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국내 방송사 안팎에서 불거지는 갈등의 현장 그 외의 굵직한 사건의 현장을 찾아 핵심 인물에게 거침없이 묻고 또 묻는 인터뷰 전문가, 이영광 시민기자 아니던가. 전문 인터뷰어가 이날 지역 방송사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인터뷰이로 등장한 것이었다.

'갑' 아닌 '을'의 입장에서 인터뷰하는 기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그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라는 연재를 통해 정치와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유명 인사와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특히 언론계의 중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그 이슈의 중심에 선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들, 방송사 노조위원장, 해직기자, 대안언론사 대표, 인권 변호사, 언론·시민사회단체 대표, 현직 기자와 PD, 배우 등 100명이 넘는 인사들과 직접 만나 많은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그는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서울을 오가며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대책을 많은 관계자들에게 묻고 답을 구하고자 노력했다. 이밖에도 공영방송사들의 세월호 참사보도에서 드러난 문제점, 최근 KBS 사장선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각인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배적 위치인 '갑'이 아닌 약자적 위치인 '을'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지역언론 기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홀로 해내는 이영광 시민기자. 그가 한 명의 지역민으로서 지역 언론계의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행태에 일침을 가하니 더욱 따갑게 들린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그가, 지방의 중소도시인 전북 전주시에 살면서 전국을 누빈다는 점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인터뷰이를 거의 매일 섭외하고 직접 찾아가 거침없이 질문하며 답을 구하고 사진을 찍어 기사화한다.

그동안 그가 쓴 기사를 볼 때마다 전문기자들 못지않은 발 빠른 순발력과 뛰어난 재치가 어디서 나오는지 늘 궁금하고 부러웠다. 기사만 보면서 감동하고 부러움을 느꼈던 내게 이날 라디오 인터뷰이로 등장한 그가 내게 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당장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한 나는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그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하려니 긴장이 돼 손이 다 떨렸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 인터뷰 제안을 거절하면 어떡하지?'라면서.
   
CBS 김현정 PD부터 최일구·최승호·김미화·김용진까지

 전주에서 거의 매일 서울로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출퇴근(?) 한다는 이영광 시민기자.
 전주에서 거의 매일 서울로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출퇴근(?) 한다는 이영광 시민기자.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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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외로 그의 답변은 시원했다. 역시 많은 인터뷰를 시도해 본 전문가답게 인터뷰 제의를 쉽게 받아줬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2014년 7월 18일 현재까지 139회째 인터뷰 기사를 써왔다. 그것도 유명 인사들만 골라서 말이다. 2009년 5월부터 인터뷰 기사를 쓰기 시작한 그는 현재까지 521건의 기사를 올렸다. 간혹 드라마 리뷰도 썼지만 인터뷰 기사가 주를 이뤘다.

그의 인터뷰 대상자는 2009년 CBS 변상욱 기자와 김현정 PD를 시작으로 당시 김용민 시사평론가, 최문순 국회의원(현 강원도지사), 신경민 MBC 선임기자(현 국회의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김여진 연극배우, 최일구 전 MBC 앵커, 방송인 김미화씨, 최승호 MBC 전 <PD수첩> PD,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박주민 변호사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런 인터뷰 전문가와 인터뷰하기로 하고 만난 건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그가 살고 있는 전주시 효자1동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그는 인터뷰이가 돼 내가 던진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냈다.

지역에 살면서 서울 중심의 의제를 인터뷰로 생산해내고, 인터넷 매체를 통해 유통시키게 된 배경, 많은 분야의 인사들과 인터뷰를 시도하면서 느낀 애로사항과 보람 있었던 일들, 불편한 몸에도 그를 인터뷰 전문가로 만든 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바라본 지역언론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봤다. 인터뷰는 한 시간 넘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음은 이영광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본능적으로 이슈중심 인물 찾아 섭외"

 지역언론 기자들이 지방정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견제해 달라고 주문하는 이영광 시민기자.
 지역언론 기자들이 지방정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견제해 달라고 주문하는 이영광 시민기자.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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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이면 언론계 핫 이슈 중심에 선 인물들을 인터뷰하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계기가 있다면 아마도 2012년 KBS와 MBC 등 언론계 파업사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전까지 인터뷰를 한 30회 정도 했지만,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보다는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인터뷰를 해왔다. 그런데 2012년 언론계 파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꾸준히 취재하기 시작했다. 내 적성에 맞고 또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언론계 인사들을 많이 알게 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언론 문제를 다루게 됐다."

- 지방에 살면서, 게다가 불편한 몸으로 서울 등 타지로 거의 매일 찾아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어디서 그런 용기와 힘이 솟구치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것은 없고, 이슈가 발생하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걸어 섭외부터 하고 보는 '조건 반사형 효과'가 몸에 배었다고나 할까? 요즘은 그냥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한 느낌이다(웃음). 남들이 어렵게 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제 쉬운 일상사가 돼버렸다."   

- 그래도 불편한 몸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고 또 기사로 풀어 쓰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텐데.
"태어날 때 머리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다리부터 나오는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뇌성마비 장애가 있다. 그러나 내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터뷰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뿐이지 다른 기자들이 진행하는 인터뷰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인터뷰이가 섭외되면 질문지를 2~3일 전에 먼저 보낸다.

'왜 먼저 질문지를 보내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터뷰이도 인터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인터뷰를 하면 인터뷰가 중구난방이 되는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하고, 가능하면 원고도 타이핑해서 한결 정제된 언어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녹음한 내용을 녹취로 풀어서 인터뷰이에게 다시 확인받는다. 왜냐면 녹음 내용이 잘 들리지 않거나 발음이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인터뷰 기사가 완성되는데 한 편당 적게는 10시간 정도, 그렇지 않으면 이틀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 가운데는 정치인들도 많다. 어떻게 인터뷰를 섭외하는지.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직접 전화를 하거나 주변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2~3명 정도 섭외한다. 시간이나 장소는 그때마다 다른데, 대부분 상대방 일정이나 요구에 맞추는 편이다."

"드라마 리뷰 등 쓰면서 그 원고료로 인터뷰 비용 충당"

- 지방에서 서울을 오가며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 같다.
"서울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에 두세 건 정도씩 미리 섭외해 그날 진행하고 내려온다. 가급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드라마 리뷰와 다른 글을 쓰면서 그 원고료로 인터뷰 비용을 충당한다(웃음). 그런데 항상 이게(인터뷰에 드는 비용) 고민이다. 그래서 사실 조금이라도 원고료를 더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는?
"모두가 기억에 다 남지만, 그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는 인터뷰를 2시간 넘게 해도 상대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워낙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국민TV의 노지민 PD도 기억에 남는다. 그와의 인터뷰가 드라마틱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를 인터뷰하기로 하고 사전에 약속을 잡았지만, 당일 노 PD에게 일이 생겨 인터뷰가 성사되지 못할 뻔했다. 그런데, 마침 동선이 겹쳐 극적으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날은 현직 언론인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을 하던 날이었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홉 명을 인터뷰했는데 그는 그중 한 명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계 인사들을 인터뷰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기자를 따로 인터뷰할 생각은 없었는데, 인터뷰를 하고 보니 한 명은 팽목항에서 주로 취재하던 기자였고, 다른 한 명은 진도체육관에서 취재한 기자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서 신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블로그에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다른 주제의 글을 올리고 있지만 반응은 별로인 것 같다. 어떤 지인은 광고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웃음)."

- 인터뷰 외에 어떤 분야의 글쓰기를 하는지.
"인터뷰 외에도 드라마나 방송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더욱 매진하고 싶은 분야는 역시 언론에 관한 것이다."

"보도자료 베껴 쓰는 지역언론, 과연 제 역할 할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긴장을 놓으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도 인터뷰 전문가이기 전에 수줍음이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긴장을 놓으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도 인터뷰 전문가이기 전에 수줍음이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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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언론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취재해보고 싶은 영역 중 하나다. 그런데 워낙 서울의 주류언론계가 꼬이다 보니 지역 언론을 들여다 볼 기회가 적다. 그러나 지역언론도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한다.

오늘날 낙후된 지역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지방정부도 권력인데 지방정부 견제를 잘 못하지 않나. 지금도 지역언론 기사들 대부분 관청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역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언론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은 없다고 본다. 사주의 의식전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신문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의식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역신문사 등 지역의 언론사에 소속돼 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기회가 오면 해볼 생각이지만, 당장은 하고 싶은 인터뷰들을 해야만 한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긴장을 놓으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영광 시민기자. 그는 인터뷰 전문가이기 전에 수줍음이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슈의 중심에 선 사람들 누구라도 모두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서른넷의 노총각 장애인 시민기자 눈가에는 전문기자들 못지않은 자신감과 내공 그리고 강인한 의지가 번득이고 있었다.
         
'언젠가는 지역언론에 관해 깊이 있는 취재로 꼭 기사를 써보겠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어렴풋이나마 지역언론의 밝은 빛이 엿보인다. 어찌 보면 비정상과 비상식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언론계를 향해 그는 작은 실천이지만 정상과 상식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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