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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신임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강창희 의원.
▲ 귓속말하는 김무성-이재오 새누리당 김무성 신임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강창희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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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오찬 회동이 끝난 15일 오후 청와대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전격 발표했다.

동시에 김명수 후보자와 함께 자질 논란으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청문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발 빠른 행보를 두고 여권 핵심부가 '김명수 낙마'와 '정성근·정종섭 임명 강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이번 주 내 2기 내각 출범을 공식 언급한 데다가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당시 오찬이 끝난 후 박 대통령과 5분간 독대를 하면서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 대통령과 독대한 김무성... 정성근 사퇴엔 '깜깜'

하지만 16일 오전 정성근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전날 박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무성 대표도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에 쪽지를 통해 정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달 받았다.

게다가 청와대가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본 김 대표는 회의에 앞서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과 정 후보자에 대한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실과 좀 다르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기류의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엉뚱한 발언을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갖기에 앞서 김무성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갖기에 앞서 김무성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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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당·청 간에 소통을 강조해온 여당 대표가 관심이 집중 됐던 정 후보자의 거취 파악에 실패하면서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사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어제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기 때문에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조하자고 한 것"이라며 "본인이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여전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불통'

정 후보자의 사퇴 과정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불통'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인사 검증에 실패해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 낙마를 부른 청와대가 여당과의 소통에서도 또다시 큰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만 정 후보자가 이날 오전 야당에서 준비 중이었던 추가 폭로 가능성에 부담을 느껴 청와대의 임명 의지를 거슬러 갑자기 사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청와대가 여당과 의견을 나눌 시간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자진 사퇴 발표 시점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 대한 싸늘한 여론과, 또 여당 내에서도 강하게 제기됐던 '정성근 불가론'에도 불구하고 '오기 인사'를 강행하려다 여권 내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때 정 후보자의 거취를 정리하지 않으면서 비난 여론만 키운 셈이 됐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인사 실패에 대한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책임론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비난만 키운 박 대통령의 오기 인사... 2기 내각 상처투성이

김명수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까지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청와대는 또 새롭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인선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세워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인사 실패가 반복될 경우 2기 내각의 표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지키려다 욕은 욕대로 먹고 실리도 챙기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태그:#김무성, #박근혜, #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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