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봄 논란에도 불구, 예능 <룸메이트>에 편집없이 등장한 박봄

▲ 박봄 논란에도 불구, 예능 <룸메이트>에 편집없이 등장한 박봄 ⓒ sbs


그룹 2NE1 박봄의 마약 밀수 혐의가 입건유예로 처리된 후, 4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의혹이 불거졌다. 박봄의 논란이 지속되자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봄이 밀반입하려던 암페타민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이며, 합법적으로 처방을 받았고, 국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는지도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

YG의 해명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페타민이라는 낯선 약도 그 해명을 믿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이유였다. 죽은 친구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박봄의 우울증 때문이라는 해명은 오히려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증거로 박봄의 친구의 죽음이 보도된 신문을 기사화한 매체도 있었다.

그러나 그 해명들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YG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녀가 박봄과 나이와 학교,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팀 자체가 아예 달라 친구일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그뿐이 아니었다. 마약임을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던 박봄은 젤리에 암페타민을 숨겨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도 암페타민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도 박봄이 들여오려던 82정 만큼 대량 처방이 쉽게 내려지지 않을뿐더러, 처방시 본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약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콘서트 위해 일본으로 떠난 박봄, 활동이 먼저?

이에 양현석의 해명이 오히려 박봄의 지속적인 마약 복용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상습적으로 몇 년 동안 암페타민을 복용했다던 양현석의 주장과 82정의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점 등은 박봄이 암페타민에 중독되었을 가능성마저 암시하는 것이었다. 양현석의 해명은 '사실'에 기반하기보다는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마약을 주겠느냐' '친구의 죽음으로 우울증이 심했다'는 식의 '감성팔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마약류를 처방받을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이라면 연예 활동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박봄은 최근까지 SBS <룸메이트> 등 예능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ADHD 등에는 간혹 처방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우울증에는 암페타민 처방이 내려지기 힘들다는 의사의 증언도 이어졌다. 또한 박봄과 같은 해 '치료 목적'으로 암페타민을 밀수입한 남성이 구속 수사로 기소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봄의 특혜의혹은 짙어만 갔다.

이쯤 되면 조용히 덮고 넘어갈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입건유예가 내려지기까지 윗선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의혹마저 기사화되었다. 처음부터 소속사 차원의 대응과 입막음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기 충분한 시점이다. 

그러나 2NE1은 물론, 박봄의 활동에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출연 중인 <룸메이트>에서도 '촬영 불참'이라는 이야기는 들렸을지언정 하차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박봄의 분량은 편집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PD 역시 "아직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봄의 하차를 일축했다.

결국은 '하차'라는 말로 박봄의 문제를 상기시키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려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음주운전이나 도박 혐의가 있는 연예인들도 자숙을 하고 대중들의 기대를 배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박봄은 마약이라는 심각한 사안을 두고도 버젓이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박봄은 일본에서의 콘서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마약 밀수 혐의가 완벽하게 해명되지 않은 가운데, 대담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일부 박봄의 팬들은 여전히 박봄을 옹호하며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박봄의 마약 밀수 사실을 부정하기 힘든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은 결코 조용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소속사는 정말 박봄을 위한다면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일이 아니다. 박봄 때문에 마약에 대한 인식마저 바꾸는 팬들을 생각해야 하고, 만에 하나라도 박봄의 마약 중독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YG는 이 모든 상황에 입을 다물고 있다. 정말 소속 가수를 위하는 길은 모든 것을 덮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잘못을 확실히 꾸짖고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소속사가 지향해야 할 점이다. 그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하다면 병을 먼저 치료하도록 하고, 암페타민이라는 심각한 약물의 복용을 멈추게 해야 한다.

수년 동안 암페타민을 복용했다는 양현석의 말은 그래서 오히려 무책임하게 들린다. 법적인 처벌이 능사는 아니더라도 잘못된 행동에 대한 확실한 제재는 가해져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봄 YG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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