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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돌이 지난 딸과 함께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는다. 딸은 초등학교에 가면 오빠들이 축구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축구공을 '빵' 하고 차고 싶어한다.

 

그렇게 축구공을 차고 나면 시소를 타기도 하고, 모래를 갖고 흙장난을 치기도 한다. 흙장난을 하다가 개미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움직임이 달라진다. 어린이집에 있다가 저녁에 집에 함께 오는 길, 초등학교에 들르는 것은 딸의 정례코스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노는 딸의 모습을 고스란히 휴대폰 사진으로 담았다.

 

흙을 가지고 놀다 보니, 다른 집 아주머니가 손주를 데리고 나와 옆에서 같이 흙장난을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매개가 되어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흙장난을 친다.

 

3~4년 전에 유행처럼 학교에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깔린 적이 있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 교육청, 지자체가 합세해서 몇 억씩 따온 예산으로 학교에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렉을 깔았다. 그렇게 시공을 완료한 학교는 각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지자체의 사업 이력으로 내세워졌다.

 

그러나 이내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렉의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조잔디는 수명의 3~4년이 지나면 마모가 되어 재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잔디가 마모되게 되면 운동하는 이들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졌다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인조잔디에 마찰되어서 생기는 상처이다.

 

그리고 인조잔디에 뿌린 폐타이어 조각들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여름에는 열을 너무 받게 되어서 물을 뿌려주어야 한다. 인조잔디에서 품어내는 열기가 생각 외로 뜨겁다.

 

이런 상황이 있다 보니 일부 교장선생님들은 '우리 학교에는 인조잔디를 깔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지역 운동장은 흙 운동장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고무냄새도 나지 않고, 나무가 있어 시원한 그늘도 많고, 아이들이 흙에서 마음껏 놀수도 있어서다. 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 보니 흙운동장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함께 흙놀이를 하면서, 흙을 밟고, 흙을 만지는 것을 통해서 뭔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흙은 거대한 스케치북이 되기도 한다. 흙 위에 손가락으로, 막대기로, 혹은 돌맹이로 그림을 그려보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이다보니 저녁 때 쯤 되면 동네 주민들이 학교를 찾는다. 어떤 가족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노부부도 있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가족도 있다.

 

그들의 모습이 딸에게는 모두 신기하다. 약간 더 어려보이는 아이에게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운동장을 마음껏 달려보면서 기뻐하는 천진한 모습, 흙 운동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그:#대전, #일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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