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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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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전 수사과장께.

강원도에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50대 초반의 아빠입니다. 어렵게 살다보니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여식이 아직도 초등학생(4학년과 1학년)입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좋은 아빠(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왜 굳이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는지 관심있게 읽어주시기를 청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은희 과장에게 기회 제공해야

먼저 권은희 전 과장님은 이번 재보선에 어떤 방식으로든 출마해야 합니다. 꼭 출마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국정원 대선관련 댓글 사건 수사 방해 혐의 등)가 정당하다고 여기는 국민은 당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그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권은희를 지지할 것입니다. 그 결과를 따라야 하는 의무가 당신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절대로 피해서는 안 될 의무라는 점까지 감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권은희 전 과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공천을 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는 다 아는 이야기여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마디 덧붙인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하여 청문회를 하는 등 조사를 했음에도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30일 권 과장님이 낸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과장님은 어떤 심정으로 그 소식을 가슴에 안고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어서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현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상태를 생각하는 것에 더욱 길들여져 있거든요. 그런 제가 미루어 짐작해 보면 홀가분해지는 기분을 잠시 느꼈겠지만, 수사 간부로 보낸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다소는 억울함이 짙게 묻어나는 회환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악의 무리로부터 내 누이동생을 지켜내야 했는데, 지켜주지 못한 못난 큰 오빠 마음이 그랬을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바른 생각으로 바름을 실천한 누이동생이 악의 무리들에 의하여 거짓말쟁이가 되었다면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딸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권은희 전 과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바른 생각을 용기 내어 실천에 옮긴 점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정도의 인사치레로 끝내기에는 정말 미안하고, 심지어 제 자신이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국정원 대선 개입 국회 청문회를 정말 관심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앞에서 '악의 무리'란 단어를 사용했는데요. 당시 증인석에서 권은희 과장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관계자와 국정원 관계자들이 한 무리의 악으로 제 눈에 보였고, 가슴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시의 청문회를 며칠 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소감이 그랬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력한 제 힘이라도 보탤 수만 있다면 권은희 과장을 지키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리라 마음의 작정을 했었지요. 그런데 그 후 진행된 재판 과정과 법원의 판결을 접하면서 절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힘없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절망하고 있던 사람은 저뿐이 아니더군요. 지난달 25일 '권은희와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발족되어 7·30 재보선에 출마를 권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더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민심입니다. 그 민심에 따라야 함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과장으로서 마땅한 의무라고 저는 다시 한 번 더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저는 제 두 딸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재산 몇 푼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미련한 아빠가 되기보다 바른 사회에서 바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사회를 물려줄 의무가 있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하여 새정치민주연합과 권은희 전 과장님은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과장님은 그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혹여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권은희씨의 공천과 관련하여 다른 말(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수사방해 폭로 등의 진정성이 훼손된다는 등등)을 만들어 반대한다면, 국민의 한 사람이고 전 강원도당 당직자였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계파 간의 지분 나눠먹기 싸움 때문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아주 나쁜 정치집단이란 점을 세상에 공표하는 것이란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힘들겠지만 정의를 위해 다시 한번 나서주세요

끝으로 이 글을 쓰는 제 자신도 많이 힘든데, 권은희 전 과장님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동안은 또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요.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이겨내야 할 숙명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제 두 딸이 살아갈 미래의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사회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사회를 위하여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두서없는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2014년 7월 2일
강원도 홍천에서 두 딸의 아빠, 이종득 올림


태그:#권은희, #국정원 선거개입, #부정선거, #박근혜, #이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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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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