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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삼순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
▲ 가출한 삼순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가출한 삼순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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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는, 매일 매일 눈이 즐거운 그야말로 계절 중의 계절,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예전과 달리 애매한 날씨 탓에 다들 제대로 된 계절을 맞이하기가 힘들다고 한마디씩 건네지만 그래도 농사짓는 사람들은 일년을 네 번으로 나누고 그 시기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일년 농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라 어찌 되었건 여름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이 참으로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삼순이가 저희 고향집 어머니와 동거를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었네요. 사람들은 세월 가는 게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고 하는데 고향집 삼순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주 어렸을 때, 노심초사 하며 어머니와 상견례를 했던 삼순이가 요즘 저희 가족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가출을 한 번 하고 돌아온 삼순이의 이상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집니다. 요즘 저희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삼순이 걱정에 다들 의견들이 분분해졌습니다. 삼순이가 이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처음 고향집에 온 후, 일주일 뒤였습니다. 기온이 내려가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시골집은 대문을 잘 잠그지 않는데 평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대문을 걸어 잠그셨던 어머니는 그날따라 다른 급한 일을 보느라 대문 잠그는 일을 잊었답니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삼순이는 가출을 해버렸던 것입니다.

저녁 늦은 시간,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막내야, 우짜노?"
"와아, 무슨 일 있는교?"
"마~아 삼순이가 집 나갔데이~, 와 자꾸만 우리집에 왔다하믄 다 집을 나가노?"
"그건 또 무슨 소린교?"
"저번에 장군이도 그렇고, 이번엔 삼순이꺼정, 아이고, 내가 마아 문을 안 잠근기 화근이다. 이제 우짜노?, 너거 큰형부한테 전화 했더만 일 마치는 대로 올라온단다, 와도 찾을랑가 모르겠다마는..."
"일단 형부 온다니까 쪼매 기다려보소. 곧 해 떨어질낀데 찾기 힘들낀데, 우짤랑공"
"내가 마실 한바퀴 하매 댕기봤는데 없더라. 이장한테도 방송해 달라해꼬. 없어진걸 알고 바로 따라 나갔는데 삼순이가 내 걸음보다 빨라서 못 쫓아갔데이~일단 전화 끊어봐라이~"

삼순이가 집을 나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 큰언니의 연락이 따로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겨울이라 해는 저물텐데 마을을 다 뒤진다고 해도 조그마한 녀석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장군이 이후로 삼순이를 통해 적적함을 나누던 어머니로선 삼순이의 가출이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니 마침 큰언니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세상은 또 이렇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실시간 현장상황을 지켜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언니는 카톡으로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 한 편이 울컥했습니다. 어머니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걸음으로 언니와 형부가 오기 전에 이미 동네를 몇 바퀴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밀면서 형부와 함께 또 다시 동네 몇 바퀴를 돌아다녔다는 것입니다.

이장님의 방송에도 삼순이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고, 그렇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집으로 어머니는 동네 어귀에 유모차를 세워놓고는 한참을 앉아 있었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어머니의 마음은 약해지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삼순이가 떠난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또 다시 주인 잃은 삼순이집을 보며 찬 바닥에 쪼그리고 한참을 앉아 있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고향집 삼순이가 가출하고 보름 간의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갔습니다. 그날도 밭에서 밭고랑을 일구고 계신 어머니 옆에서 조잘조잘 막내딸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삼순이가 나가고 한동안 심란해 계셨던 어머니가 밭에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을 찾아가는 듯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던 때였지요. 해가 어스름 넘어갈 때쯤, 이장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웃집 '송아지'가 집을 나갔으니 보는 대로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급하게 걸려온 엄마의 전화... "삼순이 찾았데이"

얼마나 애가 타겠노, 그래도 송아지는 덩치가 있어 어디 멀리는 못갈끼라며, 한마디 거들던 어머니를 고향집에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날 저녁, 다급한 목소리의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막내야, 삼순이 찾았데이~"
"뭐~어?, 우째 찾았노, 어디 있더노?"
"너거 작은엄마가 이장집 문 앞에 개 한 마리가 묶이 있는거 보고 혹시 행님 개 아닌교? 하고 왔더라. 그래가지고 퍼뜩 가보까네 삼순이 맞더라"
"와~아, 우째 이런 일이, 그렇게 찾을 땐 없더만. 안 그래도 멀리 안가고 우리동네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있더만. 누가 겁이 나서 갔다 놨는가 보다."
"그건 또 무신 소리고?"
"와아, 낮에 송아지 찾는 방송 했다 아이가, 개 찾는 방송, 송아지 찾는 방송, 이러다가 경찰이 오겠다 싶으니까 델꼬 있던 삼순이를 얼릉 이장집에 묶어놓고 간거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이다."
"우쨌던 찾았데이~, 형부한테 얘기하니 지금 밤에 올라온단다. 그라믄 이자 끊는데이~"

그렇게 삼순이는 가출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못지 않게 삼순이에게 애증을 갖고 있었던 큰형부와 언니는 그 밤에 소식 듣고 고향집에 갔고, 또 다시 실시간 큰언니는 '카톡'으로 어머니와 큰형부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쉬고 있는 삼순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온 가족들에게 무성한 추측과 두 어르신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삼순이. 그 사이 부쩍 자라서 의젓해 보이기까지 해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아픈데가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챙기셨다~
▲ 삼순이는 목욕하고 건강검진 중! 어머니는 아픈데가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챙기셨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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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의 가출은 잘 마무리가 됐지만, 그때 가출 후유증인지 아닌지 사람들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피하기만 합니다. 매일 보는 어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씩 앞산까지 운동 시켜주는 큰 형부에게는 그나마 꼬리도 흔들어주는데 그 외 가족은 슬슬 피하기만 합니다.

이런 삼순이를 두고, 가족들은 또 다시 의견이 분분해졌고, 모이면 삼순이 얘기로 이어집니다. 삼순이가 있어 가족이 하나로 이어지고, 서로가 공감하고 서로 느긋해지는 것 같아 삼순이에게 참으로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돌아온 삼순이는 잠시 졸고 있다.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보다~
▲ 삼순이는 이제 집으로~ 돌아온 삼순이는 잠시 졸고 있다.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보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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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을 많이 타는 어머니. 이제 가족으로 등극해버린 삼순이는 바로 제 동생이 되어 벌써 막내자리를 내어 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삼순이가 다시 그 자리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저희 가족에겐 큰 힘이 됩니다. 삼순이가 빨리 아픔을 이겨내고, 씩씩하고 활발한 개구쟁이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삼순아, 제발 꼬리 쫌 흔들어주라."


태그:#어머니, #삼순이,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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