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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살'도 결국은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일어난 일 아닙니까. 지금보다 나은 사회, 더 정상적인 사회를 위해 권은희 과장 같은 분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 순수하게, 우리 사회가 정의를 지키는 사람들을 보호할 정도는 됐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공동대표로 뽑힌 홍성두(43) 서울교대 교수의 말이 끝나자 큰 박수가 흘러나왔다. 권은희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지난 20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그를 7·30 재보선에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 '권은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아래 권은희 시민행동)이 25일 오후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한 권은희 과장을 7·30 재보선에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 '권은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25일 오후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 "권은희를 국회로"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한 권은희 과장을 7·30 재보선에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 '권은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25일 오후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 장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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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과장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초기 수사 담당자로, 지난해 4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윗선의 수사 축소·은폐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월 1심에 이어 지난 5일 2심에서도 김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권 과장은 지난 20일 "김 전 청장 항소심 증인에 출석한 뒤부터 고민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날 창립총회는 권은희 과장이 국회에 직접 들어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뜻으로 개최됐다. 여기에는 민주화 운동 참여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풀려난 이철 전 의원을 비롯해 자영업자와 교수, 엔지니어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시민 20여명이 함께 했다. 

모임 주최자이자 '권은희 시민행동' 대변인인 백무현 전 <서울신문> 화백은 "지난 9일 제가 관악경찰서에서 권 과장과 만나 출마를 권유했더니 별다른 대답 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약 10일 뒤 사직서를 냈다"며 "그 행간을 읽어 달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현재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사직서 수리 전까지 휴가를 내 쉬고 있는 상태다.

"권은희, 우리 사회 꼭 필요한 사람... 다치지 않도록 돕고 싶다"

모임에 참여한 손상훈 서울 적정기술협동조합 이사장은 "오늘 제가 이런 모임에 간다니까 주변에서는 그걸로 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며 "그러나 이런 분(권은희 과장)이 국민들 앞에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이런 용기 있는 사람이 나와야 야당이 정신 차린다는 말도 일리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권 과장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나온 사람도 있었다. 김철홍(40) 피자헛 노조 강서지부장은 "저는 권은희 과장을 따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당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했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위험한 사회인데, 이런 정의로운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면 나쁜 선례로 남을 것 같아 다치지 않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뜻 아래 모인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표 등 임원진에서는 가능한 정치인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날 공동대표로는 윤영자 여사(고 리영희 교수 부인),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 홍성두 서울교대 교수 등 3명이 추대됐다.

25일 발족한 권은희 과장을 7·30 재보선에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 '권은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임원진. 왼쪽부터 백무현 '권은희 시민행동' 대변인, 홍성두 공동대표(서울교대 교수), 송진복 사무처장(민족문제연구소 남부지부장).
 25일 발족한 권은희 과장을 7·30 재보선에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 '권은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임원진. 왼쪽부터 백무현 '권은희 시민행동' 대변인, 홍성두 공동대표(서울교대 교수), 송진복 사무처장(민족문제연구소 남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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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권은희 시민후보가 출마 가능한 곳으로 서울 동작을, 광주 광산을 지역 등을 꼽았다.

이들은 앞서 발족 선언문에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축소·은폐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정의의 상징"이라며 "우리는 그녀의 정의감에 환호만 했을 뿐 그를 지켜주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에게 진 큰 빚을 갚아야 할 때"고 말했다.

이어 "실천의 하나로 오늘 '권은희 시민행동'을 발족하고, 그와 함께 진상규명·제도개혁 등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권은희는 반드시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 전 의원은 자문 등 실무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권은희 과장을 국회로 보내자는 전제 아래 모인 것"이라며 "그를 통해 이 사회의 희망을 본다, 힘은 들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몇 천 배의 가치가 있으니 함께 길을 걸어가보자"고 말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그의 마무리에 참석자들 모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백무현 '권은희 시민행동' 대변인은 "말씀드린대로 권 과장이 사퇴한 행간을 봤을 때 출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출마하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하는 모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 말했다. 한편 권은희 과장의 사표는 경찰청과 안전행정부를 거쳐 다음달 1일 수리될 예정이며, 권 과장은 당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권은희 시민후보, #권은희 시민행동, #권은희 국회, #권은희 후보 추대, #권은희 시민행동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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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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