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 KBS


KBS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6월 23일 첫 선을 보인다. 배우 지현우가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했고, <응답하라 1997>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정은지가 여자 주인공을 맡는다.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는 월화드라마 시장은 <트로트의 연인>의 출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트로트의 연인>은 월화드라마의 왕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깊은 침체 빠진 월화드라마, 도대체 왜?

현재 월화드라마 시장은 깊은 침체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MBC <기황후>가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퇴장한 뒤, 급격한 하향세를 겪고 있는 것이다. <추적자> 제작진의 총 출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쓰리 데이즈>는 탄탄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연기대상 콤비 이보영-조승우의 <신의 선물-14일> 또한 장르 드라마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조용히 퇴장했다.

KBS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범수와 윤아의 색다른 만남으로 흥미를 자극했던 <총리와 나>가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놓치며 망신을 당했고, '제 2의 <비밀>'을 표방했던 <태양은 가득히> 또한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황후>의 독주 속에 여러 드라마들이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셈이 된 것이다.

문제는 <기황후> 종영 이후에 방송 3사 모두 <기황후>를 대체할 만한 콘텐츠 발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슈퍼루키' 이종석과 <별에서 온 그대>의 박해진의 만남으로 출범 전부터 폭발적 기대를 모은 SBS <닥터 이방인>은 지지부진한 전개와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 설정으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고, 김재중의 드라마 컴백작 MBC <트라이앵글> 또한 스타작가 최완규의 극본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작품은 강지환-이다희 주연의 <빅맨>이다. 소위 전작의 후광을 받지 못한 채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한 이 작품은 나름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며 마니아 시청자 층을 구축했고 마지막 주에 기적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며 동시간대 1위로 퇴장했다. KBS 입장에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체면치레를 한 상황이 됐다.

이러한 월화드라마의 깊은 침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대중 흡인력을 자랑하는 톱스타의 부재, 새로운 스토리라인의 실종, 지나친 장르 드라마의 표방으로 인한 주부 시청자들의 이탈,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가지 못하는 드라마 작가들의 내공 등이 얽히며 작금의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방송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드라마 시장의 침몰은 방송국을 위시한 연예계 전반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혁신적인 분위기 쇄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트로트의 연인>은 바로 이러한 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첫 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트로트의 연인>, 월화드라마의 구세주 될까

 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 KBS


<트로트의 연인>은 오랜만에 대중성 높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고 나섰다는 면에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월화드라마 시장의 부활은 TV를 꺼버린 30~50대 주부 시청자들을 돌아오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로맨틱 코미디만큼 안성맞춤인 장르도 드물다. <닥터 이방인>과 <트라이앵글>의 무거움에 지친 여성 시청자들이 심각한 내용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트로트의 연인>을 찾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재 또한 독특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트로트 장르를 이야깃거리로 선택한 것은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이다. 흥겨운 분위기의 트로트 OST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흐름을 주도한다면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 또한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주연을 맡은 정은지가 연기 뿐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더더욱 합격점이다.

하지만 <트로트의 연인>이 기대를 모으는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인 극본을 맡은 이가 드라마 작가 오선형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선형 작가는 방송계 내부에서 실력이 탄탄한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아주 매서울뿐더러, 새로운 소재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자랑한다.

그가 집필한 <구미호: 여우누이뎐>과 <동안미녀>는 애초 기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었음에도 놀라운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의 기염을 토한바 있다. KBS 입장에서 보자면 오선형 작가는 언제나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자신 있게 내 놓을 수 있는 구원투수'였다. 그만큼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작가인 셈이다.

여기에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재상 PD가 힘을 보탠 것 또한 금상첨화다. 이재상 PD는 <솔약국집 아들들> <사랑을 믿어요> 등을 연출하며 건실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훌륭한 연출가다. 오선형 작가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오선형-이재상 콤비를 투톱으로 내세운 KBS는 은근히 이들이 월화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사고'를 치길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닥터 이방인> <트라이앵글>과 나눠먹기 하고 있는 고정 시청자 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제대로 세워야 하고, 떠나가 있는 시청자들을 새로 포섭하는 각종 홍보 또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주인공을 맡은 지현우-정은지가 아직까지 확실한 대중적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단점 중 하나다. <트로트의 연인>으로선 탄탄한 극본과 홍보 전략을 바탕으로 일련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흥행 이정표를 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과연 <트로트의 연인>은 오랜 침체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월화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트로트의 연인>이 '제 2의 <비밀>'이 될 것인지, '제 2의 <총리와 나>'가 될 것인지는 이제부터 오롯이 그들 손에 달렸다.

트로트의 연인 정은지 지현우 오선형 작가 이재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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