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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6월 14일,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 30여명의 초등교사들이 모여 연수를 하였다. 바쁜 업무와 수업에 피곤한데도 모인 이유는 "체험 표현 교과가 통합된 학년교육과정 재구성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이 연수는 충청북도 단재교육연수원이 현장교사들에게 직접 하고 싶은 연수를 공모하여 진행한 맞춤형 연수로 선정되어 진행하고 있다. 연수를 시작할 때는 발달과 체험에 대해 조금 더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학년마다 중요하게 해야 할 교육활동에 대해 근거를 찾고 싶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동안 고민해왔던 국가교육과정 개발 체계에서 초등교육과정이 독립해야 할 이론적 근거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어린이 발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강좌내용이 조금 길지만 두 강좌의 내용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사를 쓰게 되었다... <기자말>


첫 강의에서 어린이 발달과 체험의 중요성, 체험중심 교육이 교과교육과정에서 한계가 있고 교사의 통합적 활동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들었다. 하지만 초등수업시간을 보면 주당 23~30시간 중 대부분이 교과활동시간이고 체험중심으로 운영하라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주당 3시간인데 그나마 학교행사와 학교폭력, 성교육, 안전교육, 독도교육 등 각종 범교과교육으로 뒤범벅이 되어 학급회의 한 번 할 시간도 마련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늘상 하는 교과교육, 그 중에서도 초등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국어교육 시간은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어린이의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인가?

삶을 가꾸는 국어 교육과 아이들의 삶

국어수업 사례를 발표한 최혜영 선생님(서울형 혁신학교 강명초)은 국어교육을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가꾸는 교육"의 맥락에서 출발하여 학년군별 발달특성과 국어교육과정을 고려한 수업사례를 강의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을 수업 속으로 가져오려면 교사의 삶도 가져오고 함께 성장해야 하며, 혁신학교의 환경과 모임 선생님들과 협력적 관계를 통해 이런 실천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최헤영선생님이 삶을 가꾸는 국어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관심이 많고 실천하는 내용이라 강의 후 활발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최헤영선생님이 삶을 가꾸는 국어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관심이 많고 실천하는 내용이라 강의 후 활발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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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린이 발달과정을 고려한 국어교육과정의 체계는 예를 들어 1,2 학년은 자기중심적 발달특성을 가지므로 1대1 교육이 중요하고, 말놀이 등을 통해 낱말의 뜻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어휘를 확장시키는 과정, 책과 친해지는 초보독서기임을 고려해 교사나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흥미를 유도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나아가 고학년까지 이런 특성을 고려해 국어교육의 목표와 활동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어갈래별 활동에서는 시와 이야기, 정보전달, 설득 영역에서 학년별로 국어성취기준을 중심으로 활동(글쓰기, 시쓰기, 연극, 설명문쓰기, 기사문 쓰기 등)을 시기별로 배치하여 아이들의 능력을 길러나가는 사례를 발표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년초에는 문학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모든 교과활동시간이 넓은 의미에서 국어교육(언어발달)이라고 보아, 사회, 과학, 체육 활동과 국어의 관련영역을 접목시켜 통합적이고 어린이 표현 능력(글쓰기, 발표하기, 토의 토론, 설득하기, 설명하기, 연극 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설득하기 영역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찾아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로 "학교에 공중전화 설치하기"를 예로 들었는데, 국어수업과 아이들의 삶이 하나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 학교차원으로는 모든 학년 교사가 국어, 수학교육과정 체계를 보고 중요활동을 찾아내 학년별로 각종 활동의 체계를 잡아나간 것, 다음 학년도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려워할 부분을 미리 찾아내어 보완하여 올려보낸 사례(4학년에 사칙연산영역이 거의 없어 5학년 학기초 너무 어려워하므로 4학년 말에 사칙연산 종합활동을 함)를 발표하였다.

보통 초등학교가 담임제라 같은 학년간에는 소통하기가 쉽지만 다른 학년과는 업무에 쫓겨 이야기 한 번 나누기가 어려운데, 전체가 모여 아이들의 학습체계를 마련하였다는 것은 혁신학교라서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보통 학교 같으면 모여서 업무지시 적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도 나가기 수업에서 벗어나라? 시작은 초등교육과정 독립부터

그간 교과 진도를 나가려면 아이들의 반응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고, 아이들 한명 한 명을 보면서 수업하다보면 진도에 쫓겨 방학식하기 전까지 진도 빼느라 고생했던 것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교과교육과정은 교과마다 자기 체계를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만들어져 있고 양도 많아서 중간에 어느 것 하나를 빼거나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학 이론은 코메니우스부터 루소, 삐아제, 콜버그 등 여러 이론을 담고 있지만, 막상 현실의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을 통해 성장, 발달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시사점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현장에 나오면 대학에서 배운 게 다 쓸데없다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기존의 관행에 물들어 직업적인 교사가 되기 쉽다. 여기에 교사들 또한 대학까지 기억력에 의존한 입시시험구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어린이의 발달을 도모하는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여느 나라보다 양도 많고 수준도 높아서 사교육없이는 배우기 힘들다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이 많이 하는 말이 "쉬는 시간에는 그렇게 예쁘던 아이들이 왜 공부시간에는 무기력하고 입을 다물까?"이다.

결국 이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아이들을 가르칠 능력을 갖춘 교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사양성체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보장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고 양도 많은 국가교육과정이 바탕에 깔린 구조적 문제였던 셈이다. 많이 배운다고 실제 생활능력이 향상되거나 공금능력, 사회적 능력이 저절로 향상되는 건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 간극을 교사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국가교육과정 개발체계에서 초등교육과정이 독립해야 한다. 우리 나라 교육과정은 대학의 학문체계와 내용이 초등까지 하향식으로 내려와있는 방식이다. 그래도 6차교육과정(1992년 고시)까지는 초등내용은 초등연구자들이, 중등은 중등연구자들이 개발해서 초등학생을 조금이나마 고려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7차교육과정(1997년 고시)부터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라며 교과체계를 강조하면서 고등학교 1학년(10학년)을 정점으로 내용을 분배하다가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이 3, 4학년 수준으로 올라가버리는 식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학수업에서는 중등과학과 별 차이없는 초등과학 내용을 찾아보고, 단원, 실험순서가 어린이 인식발달을 어렵게 해서 재구성한 프로젝트 수업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또 다양한 과학 실험 도구를 통해 흥미와 관찰력,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과학수업에서는 중등과학과 별 차이없는 초등과학 내용을 찾아보고, 단원, 실험순서가 어린이 인식발달을 어렵게 해서 재구성한 프로젝트 수업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또 다양한 과학 실험 도구를 통해 흥미와 관찰력,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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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2007개정(2007년 고시),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2011년 고시)까지도 여전히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고등학교 교육과정만 바꾸면 될 것을 무조건 세트로 초중고를 다 바꾸다보니 교사도 혼란스럽고 해마다 담임이 바뀌는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는 또 2015교육과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또 고등학교 문이과통합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국가교육과정 개발 체제에서 초등교육과정 개발을 독립시켜, 어린이 발달특성과 이에 맞는 교육과정과 교과 체계,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교육과정 양도 대폭 줄이고 성취수준도 강화해서 교사와 학교 수준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학교 안에서도 어느 정도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나아가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중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체계적으로 편성하여 학생을 중심으로 상향식으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2015개정(안)에서는 초등학교만이라도 개정하지 말고 2015년까지 2011개정 교과서를 적용해 본 다음에 제대로 평가해서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했으면 한다.

교육과정 대강화와 혁신학교 성과로 새로운 교육과정 만들어가기

다음으로 할 것이 교육과정 대강화이다. 국가교육과정은 어차피 사회나 교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짜일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양과 수준이다. 교육과정 대강화를 통해 교육과정의 양과 수준을 대폭 줄이고 교사가 재구성할 여지와 시간을 준다면 학교와 학급을 고려한 교육활동이 펼쳐질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학년 수업시간이 연간 830시간인데, 이 중 7:3의 비율로 국가교육과정운영이 70%,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30% 수준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외국 사례를 봐도 국가교육과정이 대강화되어 있어 교사가 자율적으로 활동을 구성하고 교재도 자유롭게 활용한다. 이 때 교사는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늘 서로 협의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아이의 발달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교육과정 체계와 학교의 교사협의가 교육과정 운영의 두 축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혁신학교의 교육활동이다. 그간 학교가 교과교육과정의 전수와 입시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면, 혁신학교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중심으로 교육활동을 재구성하고 교과활동은 물론 창의적 체험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사가 수업과 학생 상담, 교사들과의 협의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학교의 교육활동 전체(수업-평가-학생자치-학교문화)가 수업과 통일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성장하며 학교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교사와 학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비싼 돈 내고 외국의 개혁학교를 보러 가서 교사들의 협의문화를 부러워하고 왔는데, 이제는 여러 혁신학교에 가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간의 교육과정 개발과정을 보면 정권의 요구와 학자들의 탁상공론에서 시작되어 교육현장에 실천도 하기 전에 또 문서만 바꾸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교육을 정말로 바꾸고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려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지원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여 일반화시키고 확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개별 교사들의 실천 외에도 100여개에 이르는 혁신학교들의 성과가 산재되어 있다. 이것을 모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같은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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