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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브랜드 핵심은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사랑하는 기업, 로하스(LOHAS) 정신이다. 그 출발점에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의 '생명 존중과 이웃 사랑' 정신이 있다. 풀무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로하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하필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 가치 창출, 공익적 가치를 구현하는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을 뜻한다. 기업 활동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전통적 의미의 사회공헌과는 그 '결' 자체가 다른 활동이다. 기업 이익과 공익, 다시 말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경영 전략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CSV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이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CSV 강연을 들었는가 하면, 동반성장위원회·한국경영학회·매일경제 등이 함께 출범시킨 CSV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기업과 단체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40곳이 넘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CJ그룹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CSV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풀무원 CSV 활동, 1980년대 '포장두부' 부터

최근 풀무원은 창사 30주년을 맞아 '풀무원 농장' 설립자 원경선 원장의 기념관을 개관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남승우 풀무원 총괄 사장
 최근 풀무원은 창사 30주년을 맞아 '풀무원 농장' 설립자 원경선 원장의 기념관을 개관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남승우 풀무원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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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식품은 76년에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바르게 농사를 짓자'는 정농회가 발족되면서 농민 자신들이 먹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생산되기 시작했다. 정농회 회원은 전국에 250여 명. 81년에 무공해 식품을 파는 상점인 풀무원(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도 생겨났다." (1983년 6월 9일자 <동아일보>)

CSV의 핵심은 공익적 가치 구현에 있다. 그런 점에서 풀무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CSV 전략을 실행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84년 '비닐 봉지 두부 시장'에 '위생 관리'란 공익적 가치를 담아 세상에 처음 내놓은 포장 두부에서 알 수 있듯, 풀무원이 강조하는 '바른 먹거리'는 기업과 사회 양쪽 모두 건강해질 수 있는 전형적인 CSV 사례다.

2005년 풀무원이 선포한 '바른 마음 경영' 역시 CSV 활동의 예. 핵심은 뇌물 및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부서와 경영진단 부서를 통해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동등한 지위에서 공정하게 거래한다"는 다짐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모두 '동반성장'이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기 전의 일이다.

2010년부터 풀무원이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 '바른 먹거리 캠페인'도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경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윤 추구 관점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예비 소비자'를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활동이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캠페인 참가 인원은 1만9752명, 올해는 1만 명 교육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풀무원만의 CSV, 최근 대내외적으로 더욱 강조

지난 3월 풀무원은 충북 괴산 '풀무원 로하스 아카데미'에서 60개 협력기업과 '동반성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풀무원은 충북 괴산 '풀무원 로하스 아카데미'에서 60개 협력기업과 '동반성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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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풀무원은 최근 들어 대내외적으로 CSV 활동을 더욱 강조하는 추세다. 2013년 지속경영보고서를 통해 풀무원은 "생산하는 제품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하고, 혜택 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가능한 포함시키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자연은 맛있다', '하프 앤 하프', '천연엽산달걀 목초란' 등 신제품 출시를 그 성과로 꼽고 있다.

또한 풀무원 샘물이 경량 포장과 낮은 높이 뚜껑(숏캡)을 제품에 적용해 저탄소 인증을 획득한 것이나,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풀무원홀딩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친환경 포장재를 두부 제품 43종에 적용한 사례도 '공유 가치 창출'의 주요 성과로 소개하고 있다.

풀무원건강생활이 대사 증후군 예방을 위해 2011년부터 펼치고 있는 '제로제로 대사증후군 캠페인'도 CSV 성과 중 하나다. 대사증후군 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는 '건강 축제'나 '찾아가는 건강 교실' 등을 통해 '바른 식생활'이란 공익적 가치 구현과 '바른 먹거리' 경영을 결합시킨 형태다.

풀무원은 CSV 활동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 'SESSION D'를 운영하고 있다. 지속경영보고서는 "회의를 통하여 CSV 활동을 통한 기회 창출을 모색하고, 기존 CSV의 재점검, 전략적 방향성 검토 등을 전사 차원에서 실시하고 조직원들과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풀무원은 왜 하필 '청소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2012년 풀무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청소 전문 기업 '더스킨'과 손잡고 청소용품 렌탈 서비스 업체 '풀무원더스킨'을 설립했다. 사진은 풀무원더스킨 홈페이지
 2012년 풀무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청소 전문 기업 '더스킨'과 손잡고 청소용품 렌탈 서비스 업체 '풀무원더스킨'을 설립했다. 사진은 풀무원더스킨 홈페이지
ⓒ 풀무원더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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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풀무원 계열사 풀무원 더스킨은 이색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이름은 '바른 청소 교실'. 수도권 5∼7세 아동 및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으로, 미세 먼지를 이해하여 먼지 청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CSV 활동이 '바른 청소'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셈이다.

풀무원 더스킨은 풀무원이 일본의 대표적인 청소 전문 기업 '더스킨'과 합자하여 2012년 설립한 회사로 현재 '홀씨'란 이름으로 오물 뿐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청소용품을 렌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스킨의 청소 서비스 노하우와 풀무원 유통망이 결합한 형태.

그럼 왜 풀무원은 '청소'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병효 풀무원 더스킨 DC사업부장은 '고급 청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실꼬임 방식이 아주 독특한 '맙(걸레)'과 항염·항균·항알러지 등 기능을 갖고 있는 흡착제의 상호 효과로 인해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틈이 많은 일본의 다다미방 청소 효율을 높이는 더스킨 노하우에 특허 기술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부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더러움을 없앰으로써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깨끗함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건강을 해치는 위해 환경을 제거하는 바른 청소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의 사업 다각화가 '80년대 포장 두부'가 걸었던 길을 '모델'로 삼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새로운 공익적 가치 제시와 이윤 창출을 함께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존중과 신뢰의 파트너십,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

풀무원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유치부(6∼7세)와 초등학생(3∼4학년)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 영양 균형 및 미각 교육'과 '바른 먹거리 식품 표시와 영양균형 교육'이 각각 시행되고 있다
 풀무원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유치부(6∼7세)와 초등학생(3∼4학년)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 영양 균형 및 미각 교육'과 '바른 먹거리 식품 표시와 영양균형 교육'이 각각 시행되고 있다
ⓒ 푸드 포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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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풀무원의 생활기업 영역 확대 전략을 살펴보면, 풀무원 더스킨과 유사한 형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풀무원 건강생활이 선보인 '잇슬림'은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고객에게 단순한 체중 감량 뿐 아니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른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풀무원 건강생활이 지난해 8월 선보인 반려동물 건강 먹거리 브랜드 '아미오'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원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풀무원 측은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통곡물과 견과류를 그대로 사용해 영양손실을 최소화했다"며 "이는 사람과 함께 더불어 이 사회를 구성하는 반려로 동물을 인식하는 풀무원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압구정동 채소가게 이름이었던 풀무원은, 이제 지주회사 (주)풀무원을 비롯해 국내외에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큰 기업이 됐다. 원경선 풀무원 농장 원장이 강조했던 '생명 존중과 이웃 사랑' 정신을 '바른 밑천' 삼아 풀무원만의 독특한 CSV로 발전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그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의 형성은 가시적인 기업 홍보 이상의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올 것이므로 시민사회와의 진정성 있는 협력을 바탕으로 풀무원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가 '풀무원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남긴 표현을 빌리자면 '진정한 의미의 CSV'. 풀무원 뿐 아니라 기업 이익과 공익,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조건'일지 모른다.


태그:#CSV, #풀무원, #CSR, #남승우, #풀무원더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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