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풀무원 브랜드 핵심은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사랑하는 기업, 로하스(LOHAS) 정신이다. 그 출발점에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의 '생명 존중과 이웃 사랑' 정신이 있다. 풀무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로하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하필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일단 낯설다. 미각교육 전문가, 에코 푸드 칼럼니스트, 미식과학대학 졸업. 노민영(35) 푸드 포 체인지 상임대표 이력이다. 푸드 포 체인지? "올바른 식문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식생활 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실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란 소개 또한 범상치 않다.

이 소개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두 가지다. 우선 '지속가능한 식문화'. 현재 식문화에 대한 문제 의식이 숨어 있다. 바꿔 단순히 표현하면 현재 식문화가 오랫동안 유지 가능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시민단체와는 다른 '결'을 가지려는 의도가 나타난다.

실제로 푸드 포 체인지의 주요 활동은 식생활 교육이다. 풀무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비롯해 "자연의 흐름과 식탁을 연결하는 제철음식 캠페인" '계절의 인사' 그리고 바른 먹거리 강연 기획 등 모두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미션이 '푸듀케이터 양성'.

푸드(food)와 에듀케이터(educator)를 합친 이 말. 식생활과 관련된 건강, 환경 등의 포괄적인 분야를 다루는 바른 먹거리 교육 전문 강사를 뜻한다. 말 그대로 '푸드 포 체인지'를 위한 주력이자, 노 대표 생각의 알맹이가 녹아 있는 지점인 셈이다. 한 때 외식업체에서 마케터로 '잘 나갔던' 노 대표는 왜 이렇게 독특한 일을 벌이게 된 것일까. 그의 생각을 10일 들어봤다.

외식업체 마케터로 잘 나가다...왜?

노민영 '푸드 포 체인지' 상임대표. 푸드 포 체인지는 바른 식문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알리는 식생활 교육과 캠페인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노민영 '푸드 포 체인지' 상임대표. 푸드 포 체인지는 바른 식문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알리는 식생활 교육과 캠페인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 노민영 제공

관련사진보기


-  일단, 미식과학대학? 낯설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슬로푸드 운동을 하는 협회(국제 슬로푸드 연맹)에서 설립한 대학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유니버서티 오브 가스트로노믹 사이언스(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 미식과학을 전공할 수 있는 곳으로 이탈리아에 있어요. 거기서 음식 문화와 음식 소통을 전공했어요."

- 어떻게 알고 (유학) 가셨어요?
"운명적으로 알게 됐는데요(웃음). 처음 관심은 건강한 음식이었어요. 이에 대해 배울 곳을 찾다가 슬로 푸드 운동을 알게 됐죠. 사회적인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보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식문화 운동이 있었던 거죠. 이런 관점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찾아 찾아 들어가다 미식과학대학 커리큘럼을 봤는데, 정말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교육인 거예요. 그래서 알게 됐죠."

- 그런데 그 전에는 뭐랄까 '있어 보이는'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외식업체 마케터로 일하셨다고요. 대우도 좋았을텐데요.
"어쨌든 지금보다는...(웃음) 포기한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잖아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서였죠. 완성된 음식이 '맛있나, 잘 팔리나, 보기 좋은가'...그런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았어요."

- 그래도...포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그렇죠. 요즘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제가 유학 갔던 2007년만 해도 그런 대학이 있다는 것,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거길 갔다와도 그 학위를 국내에서 인정해 줄 상황은 아니었어요. 학위를 위해서였다면 미국 좋은 대학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은 거기에 있었어요. 커리큘럼을 보고 밤새 심장이 두근두근할 정도였으니까요."

"매일 음식 선택하는 자체, 내 생명과 직결된 투표"

풀무원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유치부(6∼7세)와 초등학생(3∼4학년)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 영양 균형 및 미각 교육'과 '바른 먹거리 식품 표시와 영양균형 교육'이 각각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군자초등학교 교육 모습
 풀무원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유치부(6∼7세)와 초등학생(3∼4학년)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 영양 균형 및 미각 교육'과 '바른 먹거리 식품 표시와 영양균형 교육'이 각각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군자초등학교 교육 모습
ⓒ 푸드 포 체인지

관련사진보기


- 푸드 포 체인지란 이름, '포(for)'를 넣은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변화를 위한 음식, 현재 음식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싶었어요."

- 어떤 변화인가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를 향한 변화입니다. 변화를 원한다는 건,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 그 부분을 여쭤보고 싶었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더군요. "처음에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냥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우리 먹거리 문화 이면에 있는 사회적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요. 무엇이 보였나요.
"예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나중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농부가 소중하게 만들어 준 먹거리들이 버려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남기는 것, 공허했어요. '음식이 아깝다, 건강하지 못하다'에서 출발했던 거죠."

- "한 끼 식사 변화는 우리 삶과 사회가 변화하는 첫 걸음"이라고도 했는데요.
"매일 음식을 선택하는 자체가 투표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면 그 사람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자체가 그 음식이 지속가능할 수 있게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다 건강하게 생산되고 가공된 음식 또는 농부에게 더 많이 보상이 가는 음식을 선택하는 자체가 그런 음식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정치적 투표는 내 머리카락, 내 피부, 내 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아요. 하지만 먹거리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죠. 그래서 먹거리를 선택하는 그 힘이 가장 크다고 봐요. 우리가 평생 하루에 기본적으로 세 번, 그 선택을 하잖아요. 최소 세 번, 커피나 다른 먹거리 등까지 하면 그 숫자가 더 되겠죠. 이렇게 평생에 걸쳐 자주 하는 선택, 이런 선택이 변하면 그 파급 효과 역시 가장 크다는 거죠. 밥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교육이다. 즐거워야 한다

풀무원은 비영리 사단법인인 '푸드 포 체인지'와 함께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감 활용 미각 교육' 프로그램 교육 모습
 풀무원은 비영리 사단법인인 '푸드 포 체인지'와 함께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감 활용 미각 교육' 프로그램 교육 모습
ⓒ 푸드 포 체인지

관련사진보기


- 사실 뭔가 먹기 싫어하는 것에는 딱히 이유가 없잖아요. 그냥 먹기 싫은 것 아닐까요. '골고루 먹어야 한다'거나 '편식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당위적으로 듣고 자란 세대 입장에서는, 한편 푸드 포 체인지의 오감 활용 미각 교육 프로그램을 대하는 어린이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어떤 음식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친밀도를 높여주더군요.
"'이걸 먹어야 해. 왜? 건강에 좋으니까', 저도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이나 행복과 직결된 요소인데, 그럼에도 정작 즐겁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식생활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즐거움이에요. 자신의 감각을 활용해서 직접 체험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떤...농민을 위해? 사실 와 닿지 않을 수 있잖아요. 자신 스스로를 위해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그래서 발견한 즐거움이 사회에도 좋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거죠."

- 일단 내가 즐거워야?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멸치를 싫어하는 아이, 멸치가 내 입에 들어갔을 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먼저죠. 일단 먹어야 영양소를 섭취하든 말든 하죠(웃음). 찌푸리면서 먹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바른 먹거리에 대한 즐거움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알려주는 것이죠. 즐거움 그 다음에 사회적 가치."

-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바른 먹거리 수업이 초등학교 필수 과목이라고 하셨어요.
"물론 영양 교육도 필수적으로 하지만, 음식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텃밭 교육이나 미각 교육 등을 많이 진행해요. 요리 교육도 그렇고요. 자기가 요리한 것은 먹게 되고, 또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요리의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식생활 교육을 상당히 중요시 합니다. 요리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게 하는 매개체가 되는 거죠."

아기엄마들에게 추천하는 부업 '푸듀케이터'

푸드 포 체인지는 식생활 교육 전문가 '푸듀케이터'를 양성하고 있다. 이제까지 "바른 먹거리 교육에 뜻이 있는" 푸듀케이터 4기를 배출했다
 푸드 포 체인지는 식생활 교육 전문가 '푸듀케이터'를 양성하고 있다. 이제까지 "바른 먹거리 교육에 뜻이 있는" 푸듀케이터 4기를 배출했다
ⓒ 푸드 포 체인지

관련사진보기


- 바른 먹거리...결국 어른들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데요.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느냐, 결국 그 차이인 것 같은데요. 저도 아기 엄마지만, 부모가 되면 먹거리에 대한 관점이 확 바뀌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는 그 순간. 그래서 우리나라도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 그 저변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연결하기는 또 쉽지 않죠. 시간과 돈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 교육비와 식비 지출,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죠.
"그렇죠. '더 좋은 학원을 보내야 하느냐, 아니면 한 끼를 더 잘 차려 먹여야 하느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먹거리 문제를 대하면 결국 사회적 시스템 문제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바른 먹거리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놓는 문제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식생활 교육을 선택한 것이고요. 결국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니까요. 비판도 필요하지만, 바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또 그것이 (시민운동가로서의 삶보다는) 저에게 맞다,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누구에게나 식생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공하고 싶어요. 바른 먹거리에 대한 지식을 통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커졌으면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푸듀케이터를 양성하는 것이고요. 특히 아기 엄마들에게 가치 있는 부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태그:#노민영, #푸드 포 체인지, #풀무원, #푸듀케이터, #미식과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