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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광주지법에 도착한 희생자 유족들이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광주지법에 도착한 희생자 유족들이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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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 세월호 선원 첫 공판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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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첫 재판이 시작됐다.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석 선장 등 4명과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 등으로 기소된 선원 11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진행하기 전 주요 쟁점과 향후 계획 등을 정리하는 자리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의 기소 취지와 피고인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을 청취했다.

재판 시작 20분 전쯤 붉은색 버스 3대가 광주지법 정문 앞에 도착했다. 희생자 유가족 100여명을 태운 차량이었다. 유족 상당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갔다. 광주지법은 공판이 열리는 201호 법정에 60석, 실시간으로 재판 실황을 지켜볼 수 있는 보조법정 204호에 45석을 유족 몫으로 마련했다.

이날 유족들은 재판부에 자신들의 의견도 전달했다. 김병권 유족대책위 대표는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그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이냐"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은 승객들만 죽인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의 영혼까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모두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들은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적어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려줘야 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김 대표는 끝으로 재판부에 "부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십시오"라며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 세월호 선원 첫 공판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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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족대책위가 공개한 김 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사고가 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 갑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고 하지만 저희들에게 시간은 정지된 것이나 같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서 우리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들이 얼마나 길까 생각하면 쉬 잠을 청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바다에서는 돌아왔지만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아이들, 아직도 현실 같지 않습니다. 요즘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엄마, 아빠 나 왔어, 밥 줘'하고 말하며 가방을 내려놓을 것만 같습니다.

살아 있는 아이들은 아직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더라도 친구들 대부분이 없는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어 합니다. 선생님을 잃은 가족들은 어떨까요. 가족을 잃은 일반인들은 또 어떨까요. 우리들은 모두 현실이기를 바라지 않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었던 그 소중한 이름들을 일일이 목놓아 부르고 싶지만 너무 많아 부를 수도 없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피고인들은 살았습니다. 누구보다 그 배를, 동선을, 당시 상황을 잘 알았던, 누구보다 먼저 승객들을 구조해야 했던 피고인들은 가장 먼저 뛰쳐나와 살았습니다. 또한 해경은 그들을 가장 먼저 구조했습니다. 피고인들은 당시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이동도 힘들었고 구조할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피고인들이 도망쳐 나가는 상황에서 승무원 고 박지영씨는 침몰하는 세월호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주었습니다.

더군다나 피고인들은 스스로 이동을 해서 도망을 쳤습니다. 이동이 불가능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설사 승객들이 일일이 구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동이 어려웠다 쳐도, 자신들이 도망가기 전에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대피하라, 도망가라'는 방송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아침 10시 7분경에도 문자를 보낸 아이가 있었고, 주변에는 바다로 뛰어내리는 승객들을 구하려고 다른 배들도 많이 와 있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몇 번이나 보도가 된 사항입니다. 그 당시 피고인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가던 그 순간에 안내 한 번만 제대로 했다면, 대부분의 승객은, 우리 아이들은 살 수 있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인지요. 그리고 피고인들은 승객들만 죽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들의 영혼까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모두 죽였습니다.

저희들은 철저한 진실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원합니다. 저희들은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들에게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갑자기 죽어가야 했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바다 속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우리 아이들에게 적어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 약속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게, 다시는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게.' 그러려면 저희가 낱낱이 알아야 합니다. 사소한 사항 하나하나 모두 밝혀 주십시오. 그리고 그 사실들을 토대로 정말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이 재판은 그렇게 가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 첫 걸음입니다.

재판장님, 부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십시오. 다시는 우리와 같은, 우리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주시고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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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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