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사흘 앞둔 월드컵이 대변신을 준비했다.
처음으로 과학 기술을 도입해 골라인 판정 논란을 없앴고, 선수의 건강과 경기력을 보호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도입했다. 이는 월드컵 84년 역사상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골라인 판정, 심판 아닌 '카메라'가 맡는다
▲ 브라질월드컵에서 골라인 판정을 맡게 될 '골 콘트롤' 기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골 콘트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심판의 오심 탓에 눈물을 흘렸다. 독일과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퍼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진 뒤 튕겨 나왔지만 심판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골라인 판정을 놓고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판의 고유 영역이던 골라인 판정을 '골 콘트롤' 기술에 맡겨보기로 한 것.
골라인 판정을 놓고 오심과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테니스 경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호크 아이'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호크 아이보다 설치 기간이 짧고 유지 비용도 적은 '골 콘트롤'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골 콘트롤은 경기장에 설치된 14개의 초고속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골라인 통과 여부를 판단한 뒤 1초 안에 심판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로 결과를 전송해주는 기술이다.
심판의 권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으나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게 된 국제축구연맹(FIFA)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서 골 콘트롤을 시험 운영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면서 브라질 월드컵 도입을 결정했다.
'쿨링 브레이크' 도입... 득실은?지난 5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에서는 낯선 장면이 연출됐다. 전반전 도중 선수들이 잠시 경기를 멈추고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 것이다. 야구·농구와 달리 작전 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않는 축구에서 전혀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이것이 바로 브라질월드컵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쿨링 브레이크' 규정이다. 최근 축구 경기에서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사망하거나 더 이상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게 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선수 보호를 위해 마련했다.
특히 브라질의 여름은 더운 날씨에다가 열대우림 지역의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서 선수들의 탈수 증상이 우려된다. FIFA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반이 끝나는 하프타임 외에도 경기 도중 물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물론 아무 때나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감 온도가 32도 이상 돼야 하고, 전후반 25분 이후 한 차례씩만 가능하다. 또한 3분 이내로 끝낸 뒤 최대한 빨리 경기를 재개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쿨링 브레이크 도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축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경기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감독이 쿨링 브레이크를 틈타 작전 지시를 내리면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제2의 박종우를 막아라?... 속옷 세리머니 전면 금지
▲ 박종우가 지난 2012년 8월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한국 대 일본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FIFA는 브라질 월드컵부터 모든 속옷 세리머니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골을 터뜨린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고 직접 속옷에 써넣은 글을 보여주는 세리머니가 많았지만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만 금지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 정치적 의도가 아닌 모든 속옷 세리머니를 차단하기로 한 것.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이니에스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을 써서 속옷 세리머니를 펼쳤으나 앞으로는 이마저도 금지된다.
한국도 속옷 세리머니는 아니지만 비슷한 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박종우가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 땅' 플래카드를 들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다가 경고를 받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메달을 받았다.
또한 선수가 일부러 과한 행동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는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도 징계 수위를 대폭 높였다. 시뮬레이션이 발각된 선수는 1만 스위스프랑(약 115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보다 두 배나 많아진 액수다.
이처럼 FIFA는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처음으로 골 판정을 과학기술에 맡겼고, 휴식시간까지 도입했다. 월드컵 개막을 기다려온 축구팬들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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