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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현 오츠시 오기 마을과 마을 앞 논입니다. 암반으로 된 산 능선을 따라서 마을이 생기고, 마을 앞에 계단식 넓은 들을 만들었습니다.
 시가현 오츠시 오기 마을과 마을 앞 논입니다. 암반으로 된 산 능선을 따라서 마을이 생기고, 마을 앞에 계단식 넓은 들을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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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촌의 논은 거의 대부분 경지정리라는 이름으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논 한 쪽에는 물이 들어가는 도랑이 있고, 반대쪽에는 물이 빠져나가는 도랑이 있습니다. 편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좀 기계적이고 기능적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논들 역시 대부분 경지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시가현 오츠시 오기마을 사람들은 경지정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마을 서쪽에는 히이에이잔 산이 있어서 늘 많은 물이 강으로 흘러갑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이 강물은 늘 풍족하고 합니다.

강물 상류 일부를 막아서 물길 새로 만들어 논 위쪽으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물길에서 위에 있는 논부터 아래 있는 논으로 물이 흐르게 하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경지 정리를 거부하는 것도 자신들이 지켜온 방법이 나쁘지 않고, 논두렁에 살고 있는 뭇 목숨들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길이나 논에 사는 뱀과 개구리, 물을 이용하기 위한 수로나 물을 넣는 구멍입니다.
 물길이나 논에 사는 뱀과 개구리, 물을 이용하기 위한 수로나 물을 넣는 구멍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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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흘러가는 골짜기와 물길과는 높이가 40미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여러 논들이 고르게 물을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왔습니다. 새롭게 물길을 만들거나 물을 사용하는 시간을 조정하고, 누구 하나 불만이 없도록 늘 바꾸거나 개선해 왔습니다.

60 헥타르에 이르는 논 가운데 물길 1500 미터를 만들어서 논 35 헥타르에 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논이나 물길에는 뱀, 개구리를 비롯한 뭇 생명들이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논두렁에도 많은 곤충, 벌레, 풀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인간과 더불어 소중한 목숨입니다.

경지정리를 하면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 펌프로 물을 품어 올립니다. 골짜기를 메워서 논을 넓게 만들어 경제적인 효용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논의 모습과 논두렁에서 살아온 뭇 목숨들 역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논두렁에 세워진 이름표와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카레와 닭 요리입니다.
 논두렁에 세워진 이름표와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카레와 닭 요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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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정리를 거부하고 예로부터 전해 온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온 오기 지역 계단식 논은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경지정리 된 논에서 볼 수 없는 뭇 목숨들이 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환경 유기농 쌀로 지정되어 높은 값에 팔리고 있으며 아름다운 경치로 선정되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벼농사에 의심을 가져온 사람들은 이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논마다 이름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름표에는 논주인 이름과 이 논에서 돈을 내고 농사를 짓는 사람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대략 논 가로, 세로 10미터 넓이에 한 해 3만 오천 엔을 냅니다. 그리고 현미 40킬로그램을 받습니다. 그밖에 논두렁에서 자라는 감이나 푸성귀를 받기도 합니다.

쌀값에 비하여 싸지는 않지만,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값진 것은 벼가 자라는 모습과 수확을 직접 체험하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것입니다. 

최근 오기 마을 근처에 있는 세이안조케이 대학에서는 오기 마을을 문화 현장으로 지정하여 마을의 세시풍습이나 축제, 계단식 논의 활용, 마을 주변에 있는 지장보살, 석축 등에 대한 집중 조사와 실측을 통해서 마을의 전통 문화 유산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오기 마을 계단식 논 답사를 마치고 제주대학 연구팀과 류코쿠대학 사토야마센터 연구팀이 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기 마을 계단식 논 답사를 마치고 제주대학 연구팀과 류코쿠대학 사토야마센터 연구팀이 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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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세이안조케이(成安造形) 대학 부속 오우미학(近江學)연구소 기요, 제1호, 오우미학연구소, 2012.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오기(仰木) 마을, #계단식 논, #제주대학교, #류코쿠대학 사토야마연구센터, #오우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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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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