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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7.30 재보선 동작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춘추관에서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언어살인이며 국기문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양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암살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7.30 재보선 동작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춘추관에서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언어살인이며 국기문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양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암살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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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사의 표명이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KBS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그가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7일(토) 오후 <조선닷컴>에 그가 '동작을'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가 게재됐다. 주말임에도 이례적으로 당직 기자가 직접 작성한 기사를 올렸다.

이정현 수석은 '왕의 남자'이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의 정치행보는 '박근혜'란 이름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근혜에 대한 그의 충성심은 의심받지 않는다. 심지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가 칩거할 당시에도 이정현의 '박의 입'으로 불렸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입성한 이후 윤창중 사태가 터지자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정무수석에 있을 때에는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있을 때에는 홍보수석이 중요한 자리가 됐다. 지난해 12월 야당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전철' 운운하자 이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울먹거려 진중권 교수로부터 '조선왕조 내시'로 비유되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해본 적 없는 박근혜의 남자는 갑자기 왜 7.30 재보선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그가 정부부처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과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출마를 예측하는 보도에 이 수석은 '아니다'고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정현 동작을 출마, 승리 가능성은

출마한 지역구만 놓고 본다면 이정현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 새누리(한나라당) 간판으로 연속해서 불모지인 광주광역시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도 권력욕이 있었을텐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2012년 4.11총선 당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39.70%라는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당시 야권단일후보였던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52.36%로 당선됐다.

예전부터 '박의 남자'였기에 그가 원하기만 했더라면 4.11총선 당시 안정적인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광주로 갔다. 국회의원 배지에 집착하고 열광하는 국회의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던 것이다.

6.4지방선거가 여야 무승부로 끝난 지금, 그가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후 7.30재보선에 출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의 고향인 전남에서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을 (이용섭 의원 사퇴)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낙연 의원 사퇴) 두 군데에서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직전 총선에서 획득했던 40%에 육박하는 득표력, 6.4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엷어진 지역색, 여기에 정권 최고 실세라는 간판까지. 이정현이 위 두 곳 중 한 군데 출마한다면 이번에도 안철수 대표는 재보선 지역 중에서 광주, 전남지역 수성에 목을 매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정현 수석의 '동작을' 출마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 수석의 동작을 결심 배경은 무엇일까. 당선 가능성도 살펴보았겠지만 6.4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이 지역은 다른 서울지역과 비슷하게 '새정치연합의 메카'가 됐다.

정몽준 후보 지역구였지만 6.4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및 새정치연합에 큰 지지를 보여준 '동작을' 표심
▲ '동작을'의 6.4지방선거 결과는... 43.03%대 53.98% 정몽준 후보 지역구였지만 6.4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및 새정치연합에 큰 지지를 보여준 '동작을' 표심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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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지역구에 해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동작구청장, 서울시의원(비례포함), 동작구비례의 지지율 평균치를 내 봤더니 새누리(정몽준) 43.03%, 새정치(박원순) 53.98%였다. 동작을 주민들은 새정치연합에 압도적 지지를 표시한 셈이다.

그런데 왜 하필 '박의 남자'는 동작을 출마를 고민하는가. 새누리당 간판으로 광주에 출마해서 '당선' 혹은 '낙선'되었을 때 따라올 역사적 의미도 없다. 기존 그가 보여준 행보와는 동떨어졌다.

이정현 동작을 출마하는 이유는... 주군을 위해? 

이정현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6.4지방선거 직후다. 세월호와 KBS사태 와중에도 그는 의연하게 직을 유지했다. 박근혜를 위해서는 울먹거렸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서 흘린 눈물 얘기는 없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고 나서 사의를 표명하고 7.30재보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까지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이번에도 부산, 대구, 경기, 인천의 패배를 '박근혜의 눈물'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패배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의 완패했다. 애초 친박의 후보는 김황식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김황식 후보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본선에서는 정몽준 후보마저 무너졌다. 서울시장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모두 무너졌다. 2년 후인 2016년 총선 결과도 이대로라면 암담하다. 수도 서울(48석)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총선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이 경우 친박은 대선후보를 배출할 수 없다. 무조건 당선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를 겪으면서 대중 정치인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토록 관리해왔던 지지율은 50% 유지에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눈물까지 보였지만 지방선거에서 반쪽만 승리했다. 이 상태로라면 조만간 조기 레임덕이란 단어가 언론을 장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정현이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6년 공천에 박근혜 대통령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을 통제한다는 의미는 레임덕이 아니란 의미다. TK, PK뿐 아니라 수도 서울에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정권 재창출 그림까지 박 대통령이 주도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정현이 동작을에서 승리한다면 그 의미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애초부터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지역구 1석을 획득하는 것을 뛰어넘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보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전략 요충지 그 이상의 지역으로 부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있는 게임, 이정현의 상대는 누구인가 

7.30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최소 12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되면서 '미니총선'으로 불리고 있다. <조선일보> 6월 7일 8면
▲ 유력 정치인들 이름 다 보이네... 7.30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최소 12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되면서 '미니총선'으로 불리고 있다. <조선일보> 6월 7일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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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정현 '동작을' 출마는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박원순에게 호감을 가진 주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에게 표를 선뜻 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정현은 박근혜의 남자이기 때문에 그를 대상으로 야권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재점화하려 할게 뻔하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내가 부족한 후보라도 상대가 더 부족하면 이길 수 있다. 이정현이 유리해 보이지 않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새정치연합 역시 후보를 선출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안철수 리더십은 도전받고 있다. 비주류에서는 '안철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광주 전략공천 때문에 경기, 인천, 부산에서 졌으니까 책임지란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7.30재보선에서는 전략공천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기 세력이 절실한 안철수 대표입장에서는 반드시 몇몇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먼저, 광주는 전략공천이 예상된다. 그래야 윤장현 당선자 전략공천이 개인적 감정이 아닌 지역 변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작을'은 어떠한가. 그의 고민은 깊어갈 것이다.

YS의 아들 김현철씨가 출마의사를 피력했다. 안철수의 남자인 이계안씨도 이미 2012년 동작을 출마 경험이 있기에 강력히 희망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그는 44.04%로 정몽준 50.8%에 밀려 아쉽게 패한 바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동작을 출마 경험이 있다. 천정배 상임고문도, 금태섭씨도 출마 희망자로 분류돼 있다.

4년 전, 7.28재보선 교훈을 되새겨야

마지막으로 4년 전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7.28재보궐선거 결과를 살펴보자. 당시 6.2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압승했다. 야권연대를 실행했던 정세균 대표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였다. 그러나 7.28재보궐선거에서 장상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이재오 후보에게 큰 격차로 패배한 직후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이재오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벌였다. 당시 그는 이명박 최측근으로 '왕의 남자'로 불렸다.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허술한 감투를 가지고도 국무위원을 향해 호통을 쳤던 그는 48시간 철야유세를 이어나가며 '살려만 달라'고 90도로 몸을 숙이며 한표의 소중함을 몸소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압승해서 죽어가든 이명박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과연 리더십을 의심받는 안철수 대표가 최적의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까. 7.30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승리한다면 그의 당내 입지는 탄탄해지고 추락하던 그의 지지율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패배한다면, 그는 4년 전 정세균 대표가 그러했듯이 대표직에서 사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정현이 '동작을'에 출마한다면 본격적인 박근혜와 안철수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실현될까? 만일 실현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지. 이정현의 쉽지 않은 결심이 7.30재보선 의미를 한껏 키우고 있다.


태그:#이정현, #동작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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