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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도교육을 이끌어갈 경기도교육감에 진보진영의 이재정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 후보가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박수 속에 부인과 함께 손을 들어 선거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도교육을 이끌어갈 경기도교육감에 진보진영의 이재정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 후보가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박수 속에 부인과 함께 손을 들어 선거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이재정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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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의 꽃다발

안녕하세요, 새 교육감님! 먼저 어려운 선거에서 당선되신 여러분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드립니다.

저는 1971년부터 2004년 2월까지 33년간 일선 교단에 섰던 전직 교사입니다. 사람이 못난 탓으로 30여 년 줄곧 평교사로 교단을 지키다가 교육계를 떠난 뒤 강원산골로 내려와 후세들에게 바른 역사를 들려주고자 <개화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미군정기(근간)> 사진집 <한국전쟁 Ⅱ> <영웅 안중근>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와 같은 책을 집필했고, 앞으로도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책을 계속 펴낼 예정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에서 당선된 교육감 가운데 13명이 진보 진영이라 하여 크게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당선된 열일곱 분의 면모를 보니까 같은 대학에서 동문수학하던 잘 아는 분도, 학훈단 동기인 분도, 평소 존경하던 교육선후배들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을 갖게 합니다.

저는 33년의 교단생활을 모두 사립 중고교에서만 보냈기에 그곳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끝내 정년퇴직을 못하고 강원도 산골로 내려온 것은 한 평교사로 현실의 벽에 절망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것을 극복치 못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는 못난 사람입니다.

한 우국지사의 말씀

지난 4월 16일,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선장을, 선주를, 해수부와 해경을, 관련 정치인을 원망하다가 곧 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한동안 침묵하면서 지냈습니다. 사고에 1차 책임이 있는 그들은 모두 우리 교육자들이 가르친 제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우국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의 암적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육계, 언론계, 검찰계를 혁파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직 당선의 기쁨에 젖어 있을 새 교육감님에게 불쾌하거나 부담의 말들을 늘어놓아 한편으로는 송구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선거기간 중에 이미 우리 교육계를 개혁하고자 하는 말씀하셨기에 주마가편 격으로 몇 말씀 두서없이 드립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나라의 희망입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나라의 희망입니다. 그들에게 공정성 있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정직해지고 강해집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가진 자 측은 어떻게 하든지 자기 자식만을 위해 교육의 공정성을 해치려고 합니다. 그 일례가 '자사고'입니다. 어느 교육감께서 이를 개혁하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실천해 주십시오. 그 피해에 대해서는 구구히 설명치 않겠습니다. 교육이 공정성을 잃으면 그 사회와 나라는 멸망합니다. 지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조선시대 과거 부정 등).

앞으로 17분의 교육감이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이 점을 건의드리오니 실천해 주십시오. 교육청 장학사가 일선 학교에 가서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선서를 받으십시오. 제가 학교를 떠난 10년 새 그동안 얼마나 교육청이 변했는지 모르지만 일선 학교(주로 사립)에서는 장학사만 떴다 하면 전 학교가 비상이 걸리고, 교감이나 행정실장은 장학사에게 줄 촌지봉투부터 먼저 챙깁니다. 그들은 솔개처럼 학교를 한바퀴 돌고는 향응을 받거나 촌지를 챙기고 사라집니다.

문제가 있는 일선 학교에서 식사대접을 받고 촌지를 받은 장학사가 그 학교의 고질적인 비리를 어떻게 집어내고 시정하겠습니까. 오히려 현장에 나와 학교 측의 비리를 덮어주는 역할을 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이번에 교육감으로 취임하시면 그 첫 마디로 일선 학교에서 식사대접과 촌지를 받는 장학사는 즉시 파면 조치케 한다는 엄명을 내리십시오.

제가 일선에 있던 당시 한 교육감(서울교육청 하아무개 교육감)은 당신 따님을 문제가 많은 학교의 교사로 청탁 부임케 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감사가 나올 때나 교육청에 불려갈 때는 그 따님을 앞세우거나 동행하여 무마하였다는데, 이 얼마나 황당한 얘기입니까? 교육감님, 정말 재임 중 그런 오해받을 친인척 인사의 청탁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인사의 공정성

학교의 민주화를 이루어 주십시오. 정말 현재 사학 가운데는 대책 없는 학교가 많습니다. 인사권은 이사장이나 교장이 틀어쥐고 있어, 학교의 보직은 일부에게만 돌아갈 뿐, 대부분 교사들은 평교사로 교단을 떠날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은 차마 글로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비일비재합니다. 그 비리와 꼴불견 사례는 이 짧은 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대한민국의 교육계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멉니다.

제가 실제로 겪은 바, 1990년대 초 어쩐 일로 서울교육청에서 사립학교 교사에게도 장학사로 공개시험을 통해 초빙한다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저는 경력으로 그 조건에 해당하기에, 주위의 권고와 모처럼 공립학교 진출과 교육행정직에 대한 도전으로, 한 달여 주경야독으로 머리를 싸매고 교육관련 책을 사서 공부하여 공개시험에 응했습니다. 그날 교육청 가까운 한 학교에서 필기시험이 끝나자 감독관의 말이었습니다.

"합격자는 개별 통지할 것이며, 여러분은 서울교육청으로 문의치 마시오."

시험 응시자는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지요. 시험을 치른 이는 대체로 합격 불합격을 감지하기 마련으로, 저는 그 시험에 조금의 기대를 가지며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학교를 떠날 때까지 끝내 꿩 구워 먹은 소식이었습니다. 후문에는 사립학교 교사에게도 기회균등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쏘였다고 하기에 더 울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공개 시험을 보게 했으면 누가 합격했는지, 좀 더 투명하게 하려면 몇 점 이상 합격했는지를 사실대로 밝혀야 하지요. 일부이지만 이것이 지난날 한 교사에게 비춰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교육청의 횡포였습니다.

더 이상 드리고 싶은 얘기(부교재 리베이트,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의 타율학습, 학교발전기금의 비리 등)는 많으나 지면 관계로 줄이겠습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 드린 장학사의 일선 학교 방문 때의 향응 및 촌지근절, 자사고의 혁파, 인사의 공정성, 교육감의 깨끗한 처신 등, 우선 이런 문제만이라도 해결된다면 분명 우리 교육계는 앞으로 새 바람이 불 것입니다.  

새 교육감님의 교육철학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일단 믿으면서 이만 줄입니다.
2014. 6. 7. 강원도 원주 치악산 아래에서 전직 교사 박도 올림


태그:#새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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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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