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말이면 튜터링하는 학생들이 모여 과외 장소가 되는 커피숍입니다.
▲ 학교 커피숍 주말이면 튜터링하는 학생들이 모여 과외 장소가 되는 커피숍입니다.
ⓒ 조한별

관련사진보기


지난 기사에서는 미국 대학 교내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아래 알바)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으니 바로 학비+방값을 제외한 생활비, 잡비, 항공료, 방학 때마다 추가로 드는 잡다한 돈은 도대체 얼마가 들고, 어떻게 해야 최고로 절약하며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관련기사:미국 유학가서 잡초 뽑고... 부끄럽지 않아요)

이번 기사에서는 그에 대한 내 경험을 얘기해 볼 생각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입장에서의 주관적인 예시임을 밝힌다. 우선 학비+방값+식비는 보통 학기 초에 학비를 포함해서 한꺼번에 내니 해결된다고 치자. 그 외에 드는 생활비는 어떻게 벌까? 난 1학년 때부터 학교 외 알바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이런 학교 외 알바를 구하기 위해선 이메일과 전화 등을 이용해 손·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일 주일에 몇 번씩은 꼭 학교 커리어 서비스센터(학교 알바, 직업 관련) 게시판을 가서 새로 난 아르바이트 자리를 확인했다. 내가 너무 자주 지나다니며 그 앞에서 메모하니 커리어 서비스 직원들은 매번 참 절실한가 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 산책시키기·튜터링 등 효자 아르바이트

시급이 높은 알바는 한국도 그렇듯이 튜터링(tutoring), 즉 과외였다(여기선 과외 선생님도 튜터라고 한다). 튜터링은 내 유학 생활 중 학교 외 알바의 효자 종목(?)이었다. 시간 대비 수당이 높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튜터를 구한다는 공지가 나오면 무조건 연락해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곤 했다.

내가 처음에 했던 튜터링은 초·중학교 수학 수업에서 그중 한 아이와 1대1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봉사활동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단에서 학생들에게 봉사료를 지급했다. (그랬던 덕분에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셈이었다.) 또 이후에 했던 프로그램은 1년 동안 주니어 시니어(우리나라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와 일 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만나서 숙제와 대학 진학 준비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떤 튜터링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 과외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개인적으로 과외를 구할 수도 있다. 보통 과외는 1시간에 15달러 정도를 벌 수 있었는데 튜터링이 아닌 보통 다른 알바들의 경우 시급이 최소 9달러 정도인 걸 생각해 보면 역시 가르치는 일은 일당이 높은 셈이었다.

처음에 나도 튜터링을 해보려 했을 때는 '영어로 어려운 수학을 설명한다고?'하고 막연히 두렵기만 했었다. 하지만 여러 튜터링을 해보고 깨달은 것은 (심지어 나처럼 한국에서 수학을 못 하던 학생조차도) 내가 중·고등학생보다는 좀 더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수학적 지식이 아니라 내가 내 학생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부하고, 공부 방법을 알려주며 도와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느냐였던 것 같다.

시간 대비 수입되는 그 외 아르바이트

이런 과외 알바 말고도 시간 대비로 수입이 꽤 될 수 있는 일들도 제법 있다. 이런 일들은 다른 학생들도 선호하는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알아보다가 빠르게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

그 외 알바 중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하나는 개 산책이었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개 산책 알바를 한 학기쯤 한 적이 있었다. 한 시간 산책하는 데 20달러나 되는 짭짤한 수입이었다. 맨날 책상에만 앉아 있다가 개를 데리고 밖에 나가 걸어 다니고 산책하면서 돈까지 버니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 아닌가.

그 외에도 학교 튜터(교수)의 아기를 돌보는 일도 해 봤다. 처음으로 아기의 기저귀까지 갈아주고 밥을 먹었다. 그 애가 걷기 시작하더니 말을 하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 갓난 아기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이런 일들 역시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서 정식으로 세금을 내며 하는 일이 아니기에 불법으로 일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일들로도 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한국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내가 있는 산타페는 한국 마트나 레스토랑이 전혀 없지만 이런 상황은 도시에 따라서 다르다.)

나는 일 주일에 몇 시간씩은 꼭 학교 외에서 알바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학교 공부도 함께 해야 했기에 일 주일에 10시간은 넘기지 말자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저번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학교 알바는 다행히 시간을 꼭 투자해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기에 학교 외 알바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며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번 돈만 생활비로 쓴다는 철칙도 세웠다. 만약 그 주에 어떤 사정으로 튜터링이 취소가 되면 그만큼 내가 쓸 수 있는 생활비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그 달은 좀 더 아껴서 쓰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매달 생활비로 정확히 얼마가 나간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 각자가 어디에 어떻게 지출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버는 만큼 쓸 수 있다"는 규칙을 세워 놓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떤 때는 조금 더 절약하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친구들과 멋지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기며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방학을 이용한 집+동물 돌보기 아르바이트

그럼 이번에는 봄, 겨울 방학 때 드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름 방학은 석 달이나 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을 구한다면 제법 돈을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여름 방학은 제외하고 봄, 겨울 방학에 관해 얘기해 볼 생각이다.

우리 학교는 봄 방학이 2주일이다. 또 겨울 방학(한 달간)도 기간이 애매한 관계로 일을 구하기는 힘들고, 한국에 돌아가기엔 너무 짧다. 또, 다른 곳에 가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일쑤다.

몽몽이 개와 산책하며 놀기도 하고 돈도 벌고...
 몽몽이 개와 산책하며 놀기도 하고 돈도 벌고...
ⓒ 조한별

관련사진보기


이런 때 발 빠르게(자꾸 등장하지만 이번 글의 핵심은 발 빠름!) 움직여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는 방법은 '집 보기+동물 돌보기'였다. 나의 경우는 봄 방학 때 일주일간 휴가를 떠나는 시내의 한 가족의 집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이걸 하우스씨링(House sitting)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전혀 이런 문화(?)가 없는 것 같아 나도 처음에는 참 신기했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집을 다 맡길 수가 있나?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정말 맡긴다. 물론 집 보기를 하기 전에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하고 직접 만나서 서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심지어 돈을 받고 하우스씨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 돈을 받지 않아도 집 보기를 하면 공짜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이건 집주인마다 다른데 보통은 집에 있는 것들을 먹어도 된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생을 위해 음식을 사다 놓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 내가 기숙사에서 방학 동안 지내며 내야 하는 추가 기숙사비+식비가 절약되는 셈이다. 또 방학인 만큼 학교에서 벗어나 비록 다른 사람의 집이지만 내 집처럼 마음껏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재미도 참 쏠쏠하다.

게다가 나는 개 산책 비용을 받았다. 그 집에는 양치기 개가 한 마리 있는데 그 개와 산책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한 시간 산책하는데 10달러를 받았는데, 옆집 개 산책도 같이 시켜서 매일 20달러를 벌었다. 겨울 방학 때는 고양이 세 마리를 돌보는 일을 했다. 그 알바는 좋은 집에서 고양이와 지내며 돈까지 받고, 자동차까지 마음껏 사용하도록 해줘서 정말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이렇게 내 방학 기간에 때맞춰 집을 비우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도도 안 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열심히 찾다 보면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냥이냥이 고양이들을 돌보며 집도 지켰지요.
 냥이냥이 고양이들을 돌보며 집도 지켰지요.
ⓒ 조한별

관련사진보기


인턴십 프로그램 이용해 항공료 절약하며 한국에 가기

마지막으로 방학에 (특히 석 달이나 되는 여름 방학 때) 한국을 다녀오고 싶을 때 필요한 항공료는 어떻게 절약할 수 있나를 알아보자.

나는 학교 인턴십 프로그램을 이용해 교통비를 지원받고 한국에서의 생활비 역시 어느 정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여름 인턴십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교나 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고, 이런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매 여름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한두 번쯤은 내 돈을 안 들이고 한국에 갔다가 올 수 있다.

물론 지원 목적이 교통비를 벌려는 단순한 이유라면 안 뽑힐 게 당연하다. 에세이를 통해서 자신을 알려야 한다. 이 인턴십이 내 꿈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내 꿈을 찾아가는 데 좋은 도움이 될지 등을 보여준다면 뽑힐 확률이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뽑히기만 한다면 일 경험도 쌓고 교통비에 어느 정도의 생활비도 지원돼 '일석이삼사오육칠팔... 조'가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지금까지 나는 알바를 통해 어느 정도 돈을 절약할 수 있었던 방법들을 알렸다. 튜터링 같은 경우는 내가 있는 뉴멕시코주(New mexico)는 공부 환경이 열악하다. 이에 중·고등학생들을 도와주려는 프로그램들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그랬기에 나도 이런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도 주(state), 도시의 성격마다 더 많을 수도, 더 적을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이것이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 돈이 정말로 없다면 열심히 벌고, 아끼고, 저금해서 산다면 큰돈 안 들이고도 유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긴 했지만 집, 동물, 아기 돌보기 등 여러 종류의 튜터링을 하면서 내가 했던 모든 경험은 정말로 소중했다. 먼 훗날 내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언제나 떠오를 그런 젊은 시절의 추억이 될 것 같다.

나는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대학! 싸게 다니는 법 여기 있습니다!"라며 전략을 알려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또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유학생입니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 쓰는 것도 절대 아니다. 나보다 더 어렵게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는 고학생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기사에서도 말했었지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입장의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서다.

다음 글은 세인트존스 학생들이 수업하기 위해 공부하며 겪는 고통과 몸부림(?)에 대해 쓸 생각이다.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이라면 '시험기간 벼락치기 공부'의 고통을 겪겠지만, 세인트존스는 중간, 기말고사가 없다. 따라서 벼락치기의 고통은 없지만, 그와 맞먹는 '장마내림' 정도의 고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고통이 과연 어떤 고통인지는. 다음 기사를 기대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개인 카페 (http://cafe.naver.com/nagnegil)에도 연재중입니다.



태그:#ST.JOHN'S COLLEGE, #세인트 존스 대학, #미국 유학 , #학교 외 알바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