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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7일 오후 8시 20분]

"안산은 쓰레기 동네 아니냐. 어차피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은 자라서 쓰레기가 됐을 것이다. 이렇게 된 게 차라리 낫다."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페이스북 게시물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단원고 희생자 비하 댓글을 발견한 건 권오현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 총무다. 이번 참사로 단원고에 재학 중이던 동생을 잃은 그는 "여기저기서 나오는 망언과 악성댓글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털어놨다.

권 총무는 "한 어머니는 자기 딸이 나온 동영상에 달린 성적 비하 댓글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실신하기까지 했다"며 "남은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 학생과 가족을 폄하하는 교수·목사의 망발과 인터넷 악성댓글이 계속되자, 참다 못 한 유가족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던지는 막말로 부모들의 상처가 더욱 깊어지자, 특단의 조치를 세우게 된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 딸 비하 댓글 보고 실신"

세월호 침몰 사고 35일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 35일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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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27일 오전 9시 30분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프레스센터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망언에 대한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아이들을 비하하는 발언들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가족들의 마음이 너무 아프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성적이고 법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

사회 일각에서 계속되는 폄하·비하 발언으로 유족들이 상처 입는 일이 계속돼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김호월 전 홍익대 교수는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을 '미개인', '짐승'이라고 폄하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기총 전 부회장인 조광작 목사는 지난 20일 한기총 임원회의에서 세월호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두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가족대책위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조 목사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다른 인사들의 발언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비하성 글 감시를 위한 전담 모니터링팀도 설치해 경찰 사이버수사대 등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권오현 가족대책위 총무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망언이 한 군데서만 나오면 쫓아가서 항의하면 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다보니 한 번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며 "앞으로는 대책위에 마련된 법률지원팀을 통해 막말 등에 공식 대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계란 발언' 이어 '잠수사 모욕'... "다시 한 번 실의에 빠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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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도 민간 잠수사 모욕 발언을 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목숨을 걸고 실종자를 수색 중인 잠수사들의 헌신과 봉사를 '금전의 잣대'로 비하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27일 오후 3시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수사들의 사기 저하는 곧 실종자 수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잠수사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청와대 대변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는 지난 24일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은 일당 100만 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간접 사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유족들을 향해 "유감스럽다"고 대거리했고, "청와대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사고 책임을 회피해 남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또한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실내 체육관에서 탁자 위에 놓인 응급 의약품을 밀어 놓고 라면을 먹은 서남수 장관을 비호한 '계란 라면'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배 변호사는 "사고 수색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들을 위해 낙지, 충무김밥, 김치찜 등을 손수 만들어 바지선으로 나르던 실종자 가족들이 민 대변인의 한 마디에 실의에 빠졌다" 며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가족들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잠수사들의 사기를 진작하지는 못할지언정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실종자, #민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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