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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문용린·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립학교 이사'였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감독기관 공무원이 퇴직 후 관련 업체에 가서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일컫는 '관피아'라는 말이 유행이다. 모피아(경제부처), 해피아(해양수산부), 검피아(검찰)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런 유착구조의 원조는 '교육마피아', 특히 '사학마피아'다. 퇴직한 교육부 관료들이 사학 이사 또는 총장, 교장, 행정실, 법인사무처 등으로 가서 교육 당국에 로비를 해 재정지원을 받아오거나 감사를 무마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사학마피아'라고 한다.

사학마피아라 불리는 이런 유착 구조는 사학비리 근절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지만, 현재까지 온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관료(공직자)들의 사학 진출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구체적 자료로 확인된 내용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원을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이혜훈-김황식 '경쟁자에서 파트너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원을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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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 관료뿐 아니라 시장,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수많은 공직자들이 사학이사로 재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대학교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다. 또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도 울산대, 현대학원(현대고, 현대중, 울산청운고, 울산청운중, 현대정보과학고)의 이사장 출신으로 현재는 현대학원 명예이사장이다.

정몽준 후보의 선대위원장이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 사학이사 출신이다. 재선에 나선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 역시 수많은 사학들의 이사였다. 그는 교육부 장관 재임 중 중도낙마한 후 봉암학원(명지외고), 가톨릭학원(가톨릭대, 동성중, 동성고, 계성여고, 계성초), 성심학원(성심여고, 성심여중), 민정학원(상명중, 상명고) 등의 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대원학원과 국암학원 등의 관계자들로부터 수천 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승덕 후보, 변호사 시절 사학 이사 역임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첫 합동 TV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첫 합동 TV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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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도 유신학원(유신고, 창현고)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승덕 후보는 '변호사 시절 친구의 부탁으로 이사를 맡았지만 이사회에 참가하지 못하다가 국회의원 당선 후 사임하였다'고 밝혔다. 교육감 시절 벌인 각종 비리로 지난 201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 역시 사학 운영 집안 출신이다. 그는 남서울대학교(성암학원) 총장이자 이사 출신인데 현재 이 학교 총장은 공 전 교육감의 동생이 맡고 있고 이사장은 공 전 교육감의 매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사학마피아'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그는 서울 부교육감과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고위 관료를 지내다 퇴임한 후 위덕학원(위덕대, 심인중, 심인고, 진선여중, 진선여고) 총장을 역임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교육부로 돌아왔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립대학의 총장으로 간 것도 부적절하고, 다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사학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 장관과 사학이사를 오간 이는 서남수 장관 외에 또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씨는 퇴임 후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가 다시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현재 울산대 이사장은 MB정부 대통령실장을 지낸 정정길씨다. MB정부 총리였던 정운찬 전 총리 역시 하나그룹이 설립한 서울의 유일한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인 하나학원(하나고)의 이사를 역임했다.

이외에 시장, 도지사 등 타 부처 공무원들도 사학이사로 꽤 많이 재직하고 있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불명예 퇴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서울 운화학원(환일중, 환일고)의 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이 학교는 최근 축대 붕괴 위험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교육부 공무원 출신 사학 이사, 무려 191명

교육관료 출신뿐 아니라 총리, 장관, 차관, 판·검사까지 수많은 공직자들이 사학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이 사학이사로 하는 일이 무엇일까?
 교육관료 출신뿐 아니라 총리, 장관, 차관, 판·검사까지 수많은 공직자들이 사학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이 사학이사로 하는 일이 무엇일까?
ⓒ 자료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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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초중등사학법인은 2014.3 기준, 대학법인은 2012.3 기준)를 종합하면, 현직 사립학교 이사 중에는 교사나 교수 출신을 제외한 교육부 공무원 출신이 무려 191명이나 되는데, 그 중 교육감과 부교육감 출신만 20명이나 된다. 이외에도 장관이나 차관 출신 사학 임원은 4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검사 또는 판사 출신들도 18명이 현직 사학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 기타 부처 공직자 출신들은 71명이었다.

이렇게 교육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사학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사학법인은 176개인데, 인원으로는 262명이나 되었다. 사학이사만 이 정도인데 여기에 총장이나 교장, 행정실이나 법인사무처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행정부 출신 고위 공직자 외에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등 정치인 출신 이사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아진다.

이렇듯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에서 교육감과 고위 관료들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공직자들이 사학이사 출신이거나 현재 사학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학마피아의 천국이다. 오늘의 고위 공직자가 내일의 사학이사이고, 오늘의 사학이사가 내일의 고위 공직자가 되는 현실이다.

고등교육의 70% 이상을, 초중등교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을 지도·감독하는 것이 교육 당국의 임무다. 특히 대다수 초중등 사학의 경우 사학 운영비 중 99%가 국가의 혈세이거나 등록금이고 단 1%만이 사학법인 기여금이다. 이런 조건에서 누가 감독자(교육 당국)이고 누가 피감독자(사학법인)인지 구분되지 않는 현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도·감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이것이 바로 사학마피아가 지금도 활개 치고, 사학에 대한 지도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영훈학원이 보여주는 사학마피아의 현실

영훈국제중
 영훈국제중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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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단적인 예를 영훈학원에서 볼 수 있다.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은 국제중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입학 대가로 학부모들로부터 수 억 원을 받고, 학교 돈 수 억 원을 횡령하여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런데, 이 학교가 교육청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선택한 방법은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과 교육청 출신들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당장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외곽 캠프였던 '선진화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활동했다. 이후 김 이사장은 최초로 국제중 승인을 받았다.

입시비리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영훈학원측은 교사자격증도 없고, 교사 경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교육청 감사관 출신 일반직 공무원을 중학교 교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법인 감사, 행정실장 등에도 서울교육청 출신 인사를 5명이나 영입했다.

교육청 출신만으로는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지 또 다른 인물을 영훈고 교장으로 영입해 중고교 교장 자리에 앉혔다. 현재 이 학교 교장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기구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행복교육추진위원을 역임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국제중 폐지'라는 국민적 여론 속에서도 결국 영훈국제중은 살아남았다. 이사장의 개인 비리는 피할 수 없었지만, 이사장의 권력 줄대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교육관료, 또는 공직자들이 전문성을 살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학이사를 맡는 것을 모두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모피아나 해피아 등 모든 관피아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되던 논리다.

2005년 참여정부가 한나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학법을 개정할 때, 사학마피아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하여 4급 이상 교육행정관료들의 사학이사 진출을 2년간 금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때도 총장이나 학교장, 행정실이나 법인사무처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 조항만으로는 사학마피아를 근절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데, 실제로 이 조항에 대한 이사 승인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뿌리 깊고, 가장 만연한 관피아는 사학마피아다. 사학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선 문용린, 고승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교육부 등 공직자 출신 사학이사현황. 너무 많아 서울만 정리했다.
 교육부 등 공직자 출신 사학이사현황. 너무 많아 서울만 정리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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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학마피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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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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