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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스타일의 글쓰기

그레그 브룩스와 사이먼 럽턴이 공저한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뮤진트리, 2009)는 아주 특이한 스타일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대개 유명인사에 대한 책은 세 종류다.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표지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표지
ⓒ 뮤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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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명인사 자신이 쓴 책.

우디 앨렌이 자신이 대해서 쓴 <우디가 말하는 앨런> 같은 책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부류에 책은 늘상 나오게 되어 있는데 저자의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는 경우 대개는 유명인사가 구술을 하고 대필 작가가 집필을 하게 된다.

한국의 정치인, 경제인, 연예인들 책 중 상당수가 이렇게 출간되었다고 한다. 스포츠신문에 종종 실리는 스타의 추억담은 대개 담당 기자의 작문인 경우가 많다는 후문도 있다. 물론 당사자의 구술이 밑바탕이 되었다면 이건 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 전기작가가 유명인사에 대해 쓴 책.

유명인사는 말년이나 사후, 예외적인 경우지만 매우 인기가 있을 경우는 전성기 때에도 책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 부류의 책은 클린턴이나 오바마의 사진이 박힌 책들을 떠올리면 되겠다.

클린턴이나 오바마 자신이 쓴 책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책은 전기작가들(대개는 기자일 경우가 많다)이 쓴 것이다. 이러한 출판물들은 비교해서 읽어보면 한 인물에 대한 프레스코화를 완성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경우보다 더 풍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3. 유명인사에 대한 창작물.

올리버 스톤의 영화 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 유명인사들의 생애에서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워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는 전기소설들도 포함된다고 하겠다.

인터뷰를 콜라주하다

그런데 <프레티 머큐리>는 이 셋의 경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 점이 이 책을 접할 때 받은 산뜻한 느낌의 이유였다. 이 책의 두 공저자는 엄밀히 말해서 편집자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 실려 있는 모든 말들은 바로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인터뷰의 콜라주이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성실하게 자료를 모으고 기가 막히게 편집해서 하나의 서사물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이 책은 록음악 팬들에게도 즐겁겠지만 글쓰기 스타일을 고민하는 예비 작가에게도 도움이 된다.

분명히 프레디 머큐리는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는, 그러니까 기자와 대담한 것인데 두 저자이자 편집자는 질문은 싹 빼고 대답만을 잘 엮어서 퀸의 결성부터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까지를 일관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이런 형태로 유명인사의 책을 낸 한국 저자는 보지 못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은 인터뷰를 엄청나게 많이 하니까 이런 방식으로 책을 엮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인생... 나는 마이클 잭슨과 다르다

이 책의 주제는 '자신감'이다. 물론 결말을 눈여겨 읽으면 모든 책은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것이지만 그건 이 책의 핵심이 아니다. 프레디는 자신도 혹시 감염될까 걱정하다가 결국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었지만 누구보다 풍성한 삶을 살았다고 자랑스레 고백한다.

자칫 오만방자한 태도로 비칠 수 있는 프레디의 자신감을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의기소침만큼 자신에 대한 냉대는 없다. 프레디는 퀸이 최고의 밴드가 됐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게 아니다. 그는 최고조의 자신감을 갖고 나서야 밴드를 직업으로 삼을 결심한다.

"2등을 할 거라면 시작도 안 했어!" 이게 그가 퀸을 결성하기 전에 가진 생각이다. 얼마나 유쾌한가! 이 유쾌한 자신감이 퀸의 음악을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참고로 이 책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사진이 많이 나온다. 약간 아쉬운 것은 그 사진이 모두 흑백이라는 점인데 그래도 볼만하다. 이를테면 보이 조지, 클리프 리차드, 마이클 잭슨과 함께 찍은 사진들. 특히나 눈길을 끄는 사진은 마이클 잭슨과 함께 찍은 것이다.

1980년 퀸 콘서트 분장실에서 마이클 잭슨과 프레디 머큐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그렇다. 재미있는 점은 그때만 해도 마이클 잭슨은 백색증과 성형수술로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라 준수한 흑인 청년의 이미지고 그 옆의 프레디 머큐리는 군살이 하나도 없는 날렵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프레디 머큐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마이클 잭슨과 달리 늘어진 살이 없다."

어떤가. 자신감이 넘치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도서정보: 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지음, 문신원 옮김,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뮤진트리, 2009. 값 15,000원.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 낯선 세상에 서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래하다

그레그 브룩스.사이먼 럽턴 지음, 문신원 옮김, 뮤진트리(2009)


태그:#프레디 머큐리, #전기, #콜라주, #마이클 잭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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