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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짝퉁 천국'이라고 한다. 대단위 짝퉁 제조공장이 광활한 땅 전역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한다. 큰 도시에 가면 명품 상표가 붙은 가방이나 지갑, 시계 등을 진품의 10%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시장도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도 그에 못지않다. 기술자들이 만든 짝퉁 제품은 그 방면의 전문가들조차 진품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물건만 짝퉁을 만드는 게 아니다. 거리를 나가 보면 간판이나 각종 건물에 걸린 이름 중에도 '짝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하도 많아서 하는 얘기다.  

 'ARITAUM'이라고 적힌 상호
 'ARITAUM'이라고 적힌 상호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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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TAUM'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전국의 웬만한 도시의 거리에는 다 있다. 물론 어느 화장품 판매점 상호다. 우리나라 유수의 화장품 제조회사에서 운영하는 '뷰티 체험 공간'이기도 하단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심심풀이로 'ARITAUM'을 두드려 보라. 그 아래 빨간 밑줄이 그어질 것이다. 사전에 없는 국적불명의 단어니까 제대로 바꿔 쓰라는 뜻이다.

'ARITAUM'을 병음으로 한 번 읽어보라. '아,리,타,움'이다. 아, 알겠다. '예쁘다'의 다른 말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가리켜 주로 쓰는 '아리따움'을 영문자로 바꾼 것이다. 순우리말을 그대로 살려서 간판에 '아리따움'이라고 쓰면 구식이어서 촌스러운가. 반뷰티적인가?

'LH'(그 옛날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진 이름)는 공기업 중 하나다. 과거 주택공사에서 짓는 아파트 이름은 무조건 지명을 따서 ○○동 주공아파트였다.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이름이 있다. '뜨란채'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뜰 안채'에서 따온 게 분명하다. '뜰 안채'…. 정감 있지 않은가.

'뜰안채'라고 써도 무방할 텐데 굳이 그 말을 우그러뜨려서 국적 불명의 '뜨란채'를 쓰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아파트 이름으로 그대로 쓰기에는 촌스럽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다. 어설프게 외국어 흉내를 내자는 것일 게다. 'LOTTE CASTLE'이니 'CENTRAL PARK'니 'POSCO THE #'이니 'IPark'니 하는 굴지의 건설회사 아파트 이름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일 게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가 봤을 것이다. 우리 농산물 판매를 촉진시켜서 농촌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설립했단다. 재벌 기업이나 외국계 대형마트와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기치까지 내걸었단다. 그곳에 가면 '뜨라네'라는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우리 농산물 대표 브랜드란다.

'뜨라네'의 어원은 당연히 '뜰 안에'일 것이다. 이 또한 '뜰 안에'나 '뜰안에'라고 이름을 붙이면 잘못된 건가. 소똥 냄새 풍긴다고 매장에 손님들 발걸음이 뚝 떨어지기라도 하나. 가만 보니 이 '뜨라네'는 '뜨란채'와 짝짜꿍을 잘도 맞추었다.

하긴 'ARITAUM'처럼 'TRANCHAE'나 'TRANE' 따위의 어설픈 영문자로 바꿔 쓰지 않은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다.

'화니피는 꽃'이라고 적어서 간판으로 내건 꽃집도 있다. '환히 피는 꽃'을 일그러뜨려서 만들었을 것이다. '환히 피는'을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화니피는'이 되기는 한다. 그러니 이렇게 써도 괜찮다는 건가. 굳이 그렇게 바꿔 써야 꽃집다운 '간지'가 나는가, '포스'가 생기는가.  

 어느 퓨전 레스토랑 간판 이름 '요남자'
 어느 퓨전 레스토랑 간판 이름 '요남자'
ⓒ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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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YONAMJA'도 마찬가지다. 영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이런 말은 없다. 뜻이 있을 리 만무하다. 'YONAMJA'를 병음으로 읽으면 '요남자' 즉 '요(이) 남자'다('요리하는 남자'를 줄여 쓴 거라고?). 'HolyNe'라고 적힌 간판도 보았다.

이 또한 '유혹하다'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뜻을 담고 있는 '홀리다'에서 따왔을 것이다. 둘 다 'FUSION RESTAURANT' 상호다. 글로벌 시대에는 이런 식으로 써야 격이 올라간다고 우기면 말 다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다함께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아빠 힘내세요'나, 아들딸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다. 두말할 것 없이 '파이팅!'이다. 당연히 영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사람들은 '파이팅' 대신 '찌아요!'를 외친다. 그 나라 말로 바꾸면 '가유(加油)'다. '기름을 더하거나 붓는다'는 뜻이다.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다. 발상이 재미있지 않은가. '핫도그(hotdog)'도 우리는 영어식 발음을 그대로 따다가 '핫도그'('핫덕'이 아니라)라고 부른다. 중국 사람들은 이 또한 자기네 식으로 일찌감치 바꿨다. 'hot'와 'dog'의 뜻 그대로 '뜨거운 개[熱狗]'라고 해서 '르어커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비록 짝퉁 제품을 양산하고는 있지만, 중국을 이따금 '대국'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단지 그 나라의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아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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