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의 배우 지창욱이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의 배우 지창욱이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159부작 KBS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156부작 KBS 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 54부작인 SBS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30부작이었던 SBS 드라마 <다섯 손가락>, 그리고 51부작이었던 최근 종영한 MBC <기황후>까지. 유독 지창욱은 호흡이 긴 작품과 인연이 깊었다. 만 스물여섯의 청춘이지만 그에 비해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무르익는 주요 비결은 바로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많은 배우들과 합을 맞춰봐서가 아닐까.  

<기황후>의 불운한 황제 타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겐 좋은 기회였다. 애초에 다른 배우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지만, 스케줄의 이유로 하차했기 때문. 지창욱은 "이미 다른 장면의 촬영이 진행 중이었고 다른 선배들도 도대체 타환을 누가 맡는지 궁금해 하시는 와중에 들어가 부담이 많았다"며 "대본을 보며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하지원의 연인으로 주진모의 연적으로 자리매김하며 드라마의 한 축을 끌어왔고, 유약한 황제를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며 역사 왜곡, 산만한 스토리 전개 등의 비판을 빗겨가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옴니버스 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한 이후 연기 생활 7년차를 맞이한 지창욱은 이렇게 또 하나의 필모로 자신을 채웠다.

"시청률 상승의 일등 공신? 많은 선배들 덕"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의 배우 지창욱이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창욱은 <기황후>를 통해 나름의 연기하는 재미를 찾아갔다. 타환 역을 하면서 단순히 시청자 이미지에 각인된 연약한 황제만 보이려고 하지 않았던 것. "타환이었기에 가능했던 행동들이 있었다"며 지창욱은 "약한 왕에 대한 이미지도 버리려고 했고, 매번 여러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이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사랑받으며 자라지 못해 애정결핍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사랑을 느낄 때 잘못된 집착도 할 거라고 봤죠. 황제가 된 후 용상에 앉을 때도 모서리 구석에 안거나 다리를 꼬는 등 여러 시도를 했어요. 제겐 일탈이었죠. 왜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번호가 서로 다른 버스를 타듯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려 했어요. 이게 제겐 긴 드라마를 끌어가게 한 원동력인 거 같아요."

최종 시청률 28.7%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켜냈던 데엔 분명 지창욱이 기여가 컸다. 이에 지창욱은 "드라마에 많은 배우들, 선배들이 등장하는데 그 분들의 덕"이라며 "전 전체 시청률 중 3% 정도 기여했다고 본다"고 겸손한 발언을 했다.

"역사 왜곡 논란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스스로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제작 발표회 때도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전 왜곡에 대해 물어보신다면 할 말이 없어요. <기황후>는 한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모티브만 따온 픽션이라는 얘기밖엔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현장에선 애써 신경 쓰지 않고 타환에 집중하려 했고, 함께 하는 분들에게 집중하려 했죠. 다행히 첫 방송 후에 반응이 괜찮았죠. 드라마가 무사히 끝나기까지 많은 선배들이 중심을 이끌어 주셨고, 책임감 있게 많은 걸 해주신 덕이에요."

골타(조재윤 분)의 배신, "저 자신도 충격"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의 배우 지창욱이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어떤 드라마라도 배우들에겐 아쉬움을 주는 법이다. 지창욱 역시 "드라마 속 제 모습이 보기 싫어 방송을 안 봤을 때도 있다"며 "다음에 더 잘하고자 해도 매번 아쉬움은 남지만 추억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라면 작품 준비는 누구나 열심히 할 거예요. 전 이번에 유독 대본을 많이 봤어요. 자는 시간이 없더라도 읽고 또 읽으면서 분석하고 이해하려 했죠. 뒷부분으로 갈수록 타환이 미쳐가는 모습이 있는데 그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무엇 때문에 술을 찾고 정신은 왜 오락가락 하는지, 그러면서도 타환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뭔지 전하려 했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 보일지 몰라도 제가 연기함에 있어서 그런 준비가 캐릭터를 크게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마다 전 함께 하는 선배들이 항상 의지가 되더라고요. 하지원 누나 조재윤 형, 전국환, 이원종 선배 등 그 분들만 보면 항상 힘이 나요. 타환 입장에서는 골타(조재윤 분)를 가장 믿었을 건데 후반부에 배신을 해서 저 자신도 충격이었죠. 대본을 보는데 골타가 모자도 삐딱하게 쓰고 그래서 설마했죠. 재윤 형에게 밤에 전화도 하고 그랬어요. 골타를 죽이는 장면이 <기황후>의 가장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리허설을 수없이 했죠. 그 장면을 찍으며 많은 걸 생각했어요. 살면서 뒤통수를 맞아본 적이 없는데 제 삶을 돌아보게 됐아요."

아무래도 조연으로서 결말 부분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았다. 권력을 위해 투쟁했던 인물들이 모두 죽거나 쫓겨나며 기승냥(하지원 분)만 남는다는 설정이 인생 무상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기 때문. 지창욱은 "51부 대본을 보며 좀 씁쓸했다"며 "마지막 대본이 나오기 직전까지 현장에선 수 많은 소문이 있었는데 막상 대본을 받으니 아쉽고 안타깝긴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장 8개월의 일정이었다. 종영 후 언론과 인터뷰를 소화하고 일본 팬미팅을 떠나는 지창욱은 또 다른 여정을 준비 중이었다. "이렇게 <기황후>도 흘러간다"며 "작품 하나로 인생이 바뀌거나 하진 않겠지만 경험하는 모든 작품들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잡아준다"던 지창욱은 새롭게 충전해 대중 앞에 서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지창욱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 ①]지창욱이 전하는 '기황후' 뒷이야기 "타환은 왜 미쳐갔을까?"
[인터뷰 ②]"'누구나 노력하면 좋은 배우가 된다'는 말 큰 힘"


지창욱 기황후 하지원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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