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현송월이 처형되었다고 단독 보도하는 'TV조선' .
▲ 현송월이 처형되었다고 단독 보도하는 'TV조선' .
ⓒ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8월 29일, <조선일보>의 베이징 특파원은 이른바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10여 명이 음란물을 찍어 총살되었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TV조선에도 보도된 이 내용은 "현송월이 음란물 취급 혐의로 지난 20일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북소식통은 현송월이 지난 17일 체포돼 3일 만에 공개 총살됐다고 전했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도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TV조선은 보도 첫 문장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은하수 악단은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활동하던 곳"이라며 "이번 사건에 리설주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은하수, 왕재산 악단은 해체됐다"라고 전했습니다.

마치 북한이 늘 자신들의 '최고존엄'이라고 일컫는 김정은 제1 비서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기름을 붓기라도 하듯 이 보도는 현송월의 처형설과 함께 김정은 제1 비서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까지 담았던 것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보도는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국내 언론에 펴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소설 보도가 펴져 나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보수 언론→국내 언론→일부 외신→다시 국내 언론

일단 국내 보수 언론이나 탈북자 단체 등의 매체가 이른바 '대북 소식통'이라는 것을 인용해 보도하면 다른 언론들이 따라 쓰고 다시 일부 외신들이 받아 쓰고 이것이 다시 국내 언론에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입니다.

이 보도 또한, 한참 후인 9월 21일 자, 일본의 보수 우익 신문인 <아사히신문>이 그대로 받아 씁니다. 그리고 다시 9월 22일, <연합뉴스>는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예술단 단원 9명이 지난 8월 공개 처형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고 보도합니다.

이렇게 외신에 보도될 때는 항상 좀 더 구체성을 띠는 내용(꼬리)이 붙습니다. <연합뉴스>도 '대북 소식통'에서 "최근 탈북한 북한 고위간부에 따르면 이들 9명은 자신들이 출연한 포르노를 제작했으며 북한 인민보안부가 이들의 이야기를 도청, '리설주도 전에는 자신들과 똑같이 놀았다'는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전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소문이나 소설을 사실로 둔갑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아사히신문>도 "이 같은 사실은 한국과 일본 정부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하면서 이 현송월 처형설은 거의 사실이 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이후 많은 이른바 대북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기자들이나 분석가들이 각종 매체나 방송에 출연하여 현송월 처형의 배경에 대한 분석을 가미하면서 "김정은의 여인이 점점 늘고 있다"라든지 점점 더 북한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보도를 이어 나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설 보도의 사실화 둔갑 작업은 때론 난관을 만나기도 합니다.

소설과 다른 보도는 무시... 국정원 확인 사살 가미

같은 해 10월 8일, 역시 탈북자 단체 매체인 <뉴포커스>는 북한 내 '통신원'을 인용하며 "리설주 추문 관련 은하수 관현악단 멤버 9명이 총살됐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는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매체는 "현재 평양에는 리설주 추문과 관련된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예술단 멤버 9명이 총살됐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황이나 소문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 봉착은 국정원장의 한 마디에 해결됩니다. 같은 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10여 명에 대한 총살 내용에 관해 의원들이 질의하자 "알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물론 국가 기밀 정보를 관리하는 국정원장이 완전 확인은 해줄 수 없지만, "언급할 수 없다" 등의 부인이 아니라 그러한 보도나 소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 확인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제 거의 '현송월'은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하나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상황에 화가 나서인지, 국정원장이 확인해 준 바로 그 다음 날 '평양방송'을 통해 은하수관현악단이 부른 '조국찬가'를 방송한 것입니다. 다 해체된 악단이고 구성원들은 총살까지 당했다는 노래를 방송되었습니다. 마치 북한이 이러한 소문에 관해 무슨 힌트라도 주듯 말입니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의 소설 사실화 쐐기 박기는 계속됩니다. 한국 언론과 일부 외신들에서도 '현송월 처형과 추문'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는 데도 북한에서는 현송월이 등장하지 않자 <문화일보>는 같은 해 12월 10일 자 보도에서 국정원이 공식 확인했다며 그것도 "은하수단원 가족 앞서 기관총 난사 처형"됐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현송월 처형을 국정원이 확인했다고 보도하는 <문화일보> .
▲ 현송월 처형을 국정원이 확인했다고 보도하는 <문화일보> .
ⓒ <문화일보> 보도 내용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문화일보>는 "10일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옛 연인으로 알려졌던 가수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인 10여 명이 지난 8월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명확히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처형된 예술인들은 은하수 관현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 소속으로, 지난 6월 김 제1위원장이 내린 '성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를 어긴 혐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구체적인 범죄 혐의까지 거론하며 처형 사실(?)을 국정원을 인용해 보도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소설 보도의 사실 둔갑한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죽은(?) 현송월 등장에는 말이 없는 보수 언론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의 보수 언론들과 국정원에 의해서 완벽하게 '죽은(?) 현송월'이 지난 16일 멀쩡히 북한에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평양에서 열린 '제9차 예술인대회'에서 모란봉악단 단장 자격으로 단상에서 발표까지 한 것입니다.

지난 16일, 평양 '예술인대회'에 등장한 현송월 .
▲ 지난 16일, 평양 '예술인대회'에 등장한 현송월 .
ⓒ '조선중앙TV' 보도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른바 '처형설'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2012년부터 모란봉악단 초대 단장을 맡은 현송월은 김정은 제1비서의 이 악단 시범공연 관람에서도 등장했으며 지금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표적인 북한 예술인으로 활동해 왔으며 직책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이번 예술인대회에서 거의 대표로서 토론 발제까지 한 것입니다.

북한 밖에서는 온갖 추문설이 난무했지만, 현송월은 이날 토론회에서 "모란봉악단의 창조정신, 창조 기풍은 원수님의 혁명시간에 우리의 일과를 맞추고 한편의 명작을 위해서라면 한 몸을 깡그리 부수고 목숨까지 바치려는 각오"라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선일보>를 선두로 하여 국정원까지 나서면서 죽인(?) '현송월'이 재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시점(한국시각 17일 오전)에서 보면 북한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전날에 이 사실을 보도했고 '다음' 등 포탈 매체 메인으로 기사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현송월 처형'으로 난리를 떨던 <조선일보>나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들의 메인 누리집이나 기사에는 아직 '현송월 생존(?)'에 관한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잔뜩 휘황찬란한 소설을 기사화하고선 '아님 말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사과나 반성은 하지 않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온 한반도 민중들의 생존이 달린 남북관계 문제는 결코 '아님 말고'식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설마 보수 언론들이 또 다른 북한 마녀 사냥감을 찾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