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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5일 오전 1시 23분]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하게 될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14일 오후 한 시간여의 차이를 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를 방문했다.

먼저 정몽준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전남 진도 임회면 팽목항에 도착했다. 남색 상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온 정 후보는 수행원 5~6명과 함께였다. 정 후보는 팽목항에서만 한 시간 가량 머물다 돌아갔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50분경 진도 실내체육관부터 들렀다. 박 시장은 비서관 2명과 동행했으며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없었다. 체육관에 이어 팽목항까지 방문한 박 시장은 1시간 30분 가량 머물다 서울로 향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20여 명, 팽목항에는 3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희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방문 방식] '사전 예고' 정몽준 vs '기습 방문' 박원순

세월호 실종자 가족 만난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천막을 찾아 가족을 만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세월호 실종자 가족 만난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천막을 찾아 가족을 만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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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방문 방식 역시 사뭇 달랐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진도 방문을 미리 예고했다. 진도에서 취재중이던 기자들은 정 후보가 언제 도착할지,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사였다.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중 어디를 먼저 방문할지도 궁금했다. 정 후보는 '조용히 왔다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어느새 기자들 틈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몽준 후보는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 조선업이 전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데도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수십 개의 감시·감독기구가 유착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무엇이 부정부패인지에 대한 감각이 상실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능력이 부족하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부정부패를 없애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 시장의 방문은 기습적이었다. 박 시장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철수할 시간인 오후 8시 50분경 슬그머니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무릎을 꿇은 채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한 기자가 "박원순 시장 아니냐"고 주위에 확인하면서 그의 방문 소식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퇴근 중이던 기자들이 급히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온 기자들은 박 시장을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 시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방문 소감과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물었지만 "오늘은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입을 닫았고, 그 후로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박 시장 측 비서관은 "(박 시장이) 무거운 마음이어서 아무런 말씀 없이 오게 됐다"며 "언론 인터뷰도 안 하기로 하고 왔다"고 귀띔했다.

[방문 태도] 거침없는 정몽준 vs 조심스러운 박원순

박원순, 참았던 눈물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과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나서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실내체육관에 이어 팽목항을 찾은 박 시장은 늦은 시간이라 실종자 가족은 만나지 않고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뒤 조용히 떠났다.
▲ 박원순, 참았던 눈물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과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나서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실내체육관에 이어 팽목항을 찾은 박 시장은 늦은 시간이라 실종자 가족은 만나지 않고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뒤 조용히 떠났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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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장 후보는 실종자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박 시장은 행동을 조심한 반면 정 후보는 거침이 없었다. 먼저 진도 팽목항에 온 정 후보는 실종자 가족 천막을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출입했다. 천막 외부에 '실종자 가족 외 출입 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정 후보와 면담을 하던 도중 한 실종자 가족은 천막 외부에서 이 안내 문구를 떼어 와 정 후보에게 건네며 "이것 보라"고 하는 등 거부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가족은 천막을 빠져나오면서 "(정치인들을) 피해다니는 것도 일이다,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족들을 면담한 정 후보는 가족대책본부 천막에도 들어갔다. 그러자 한 가족대책위 관계자가 "가족 외에는 들어오지 못한다"고 지적해 곧바로 천막을 나와야 했다. 천막 안에서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이 천막 외부에도 '실종자 가족 외 출입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비해 박 시장은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했다.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 천막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비서관이 양해를 구했다. 천막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나온 비서관에게 '가족들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들은 박 시장은 바로 발길을 돌렸다. 박 시장은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대신 주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또 현장에 파견된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원들도 만났다.

앞서 박 시장은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향해 무릎을 꿇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가족들의 사연을 듣는 데에 집중했다. 지쳐 누워있는 실종자 가족의 안부를 묻고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릴 때에는 따라서 눈물을 훔쳤다.

사과 기자회견 24일 만에 진도 방문한 정몽준 "더 일찍 못 와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14일 전남 진도 방문은 그의 아들이 했던 발언으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 달 21일 정 후보는 자신의 아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두고 "미개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아들의 실종자 가족 미개 발언' 사과...고개숙인 정몽준).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지 24일이 지나서야 진도를 방문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정 후보는 아들의 발언과 관련해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실종자 가족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화를 낼 힘도 없는 듯했다"며 "(아들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고 온 국민이 그렇듯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방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한 단원고 실종자 어머니는 "(정 후보) 아들이 우리보고 미개하다고 했는데, (정 후보는) 여기에 왜 왔냐"며 "서울에서 여기까지 올 시간에 세상 바꿀 생각이나 더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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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