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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유튜브에 올라온 '캄보디아판 짝퉁 원더걸스'의 동영상은 조회수 50만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 사례는 당시 동남에서 원더걸스는 물론이고 한류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려주는 대표적 증거로 종종 회자됐다. 

이후 이 캄보디아 4인조 여성댄스그룹 RHM 엔젤스는 인기 여세를 몰아 엄정화의 히트곡 <페스티발>도 캄보디아 언어인 크메르어 버전으로 불러 현지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 '다라 레이미(Dara Reymeas)'라고 불리는 또 다른 현지 4인조 여성그룹도 제2의 짝퉁(?) 원더걸스로 활약, RHM 엔젤스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당시 원더걸스 불법 리메이크 뮤직비디오에 대해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엇갈렸다. 물론 저작권 침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주를 이뤘지만 '우리도 옛날엔 외국 팝송 허락도 없이 맘대로 쓴 적도 있는데... 그냥 애교로도 봐줄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짝퉁' 원더걸스에 법적 대응 못 한 이유

그러나 원더걸스가 소속된 매니지먼트 대표이기도 한 가수 박진영의 입장은 단호했다. 가요 <노바디>의 해외저작권을 관리하는 소니ATV와 함께 불법 리메이크와 도용에 대해 법적 대응을 서두르겠다고 국내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캄보디아 짝퉁 원더걸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캄보디아가 문학·예술적 저작물의 보호에 관한 베른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저작권 문제는 베른협약이라는 국제 조약에 따라 처리하는데, 이는 가입국들에게만 적용된다. 캄보디아는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자국의 문화저작권 보호를 요청할 수 없다. 또 외국 저작물의 저작권 역시 캄보디아 내에서는 법적 제약과 한계가 따른다. 

프놈펜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VD 판매점의 모습 최근 캄보디아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불법 복제 음반이나 영상물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조금씩 느는 추세다.
▲ 프놈펜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VD 판매점의 모습 최근 캄보디아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불법 복제 음반이나 영상물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조금씩 느는 추세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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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원더걸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당시 JYP 측 법무팀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전에야 법적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 문제는 짝퉁 원더걸스 기획사가 소송 관련 보도가 나올 무렵에 그룹을 해체시키면서 우선 일단락 됐다. 그래도 짝퉁 원더걸스 사건의 여파는 컸다. 이 일 이후 현지 연예기획사들이 100% 노골적으로 음악을 베껴서 내놓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요즘엔 캄보디아 현지 사회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불법 음반 CD판매상 단속도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일부 캄보디아 대형 프로모션 업체 중에는 한국 음반이나 특정 인기곡 판권을 공식루트로 구입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들의 판권이 캄보디아에 팔렸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최근 한국 소재 크메르어 자작곡 늘어나

대신 의외의 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을 소재로 한 크메르어버전 자작곡들이 불과 2~3년 사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 '사랑해' 등 한국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노랫말로 삽입한 캄보디아 노래가 5~6곡이나 출시되어 현지 음악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한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최신곡이 나와 화제다. 그동안 한국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이나 연애의 감정을 소재로 다뤘다면, 이번에 좀 사정이 다르다.  우선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캄보디아 남자랑 결혼 않고, 한국남자랑 결혼해요'(원제: Pdey Khmer Min Yok Tov Yok Pdey Korean)다.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의 국제결혼을 풍자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의 국제결혼을 풍자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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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캄보디아 최고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현지 음악팬들에게 잘 알려진 중견가수 '쏙 렉사'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코믹한 몸동작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가수 이은하가 부른 <최진사댁 셋째딸>이란 노래가 연상되는 스토리에, 경쾌한 리듬도 뽕짝(?)에 가깝다. 분위기도 밝고 한마디로 유쾌하다. 그렇지만, 가사 내용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크메르어 전문번역가 정인휴(까로나)씨의 도움을 받아 가사 내용을 대략 정리해봤다.

"요즘 캄보디아 아가씨들은 캄보디아 남자들과 결혼을 하기 싫어해. 돈이 많은 한국 사람들과 결혼하고 싶어 해. 캄보디아 남편은 허구한 날 술만 마시고 돌아다니거든.

한국 할아버지들처럼 달러(돈)가 없어. 이제 시골에 있는 예쁜 아가씨들은 모조리 한국에 가버렸어. 이제는 전처럼 예쁜 아가씨들이 없어. 부인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야. 5000달러가 없으면 이젠 결혼도 못해.

캄보디아 남자랑 결혼하지 않고 한국 사람들과 결혼해. 캄보디아 남자들을 버리네! 집도 두고 그냥 가버리네! 외국 남자하고 결혼하는 것은 캄보디아 남자와 결혼하는 것과 다르지... 아가씨! 아직 젊은데~ 한국사람 하고 결혼 하지 말아주오~ 나를 사랑해줘~ 우리는 같은 캄보디아 사람들이잖아. 나랑 결혼해야 부모님과 가까이에 있을 수 있잖아..."

캄보디아 처녀들이 돈 많고 늙은 한국인들과 결혼하는 바람에 이 나라 젊은 총각들이 배우자 찾기가 힘들다는 불평조 노래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한국인으로 분한 키 작고 나이도 많은 남성의 등에는 한국인을 지칭하는 크메르어 '꼬레'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편집수준은 조잡하고, 내용도 유치하지만, 나름 메시지는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다 보니, 캄보디아 농촌지역 총각들도 결혼이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한국남성 국제결혼 지적하는 노래의 의미


하나의 변화된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지만, 캄보디아 한인사회는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혹시나 반한감정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캄보디아 전문연구누리집인 '크메르의 세계'의 한 정회원은 "음악은 시대나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만큼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니"라며 "이번 음반으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까 두렵다"라고 밝혔다. 다른 회원들의 반응도 거의 비슷했다.

반면,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프놈펜 왕립대학교에 다니는 쏙 나릇 군(23)은 "이 동영상을 이미 본 적이 있지만, 내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캄보디아 농촌총각이 결혼을 못 하는 건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지 단지 돈 많은 한국 신랑과 결혼하려는 여성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한 캄보디아 여성도 "노래가사가 재밌다"며 "다양한 노래들이 나온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냥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뮤직비디오 내용처럼 한국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는 미혼여성 핏 깐냐(24)는 국제 결혼에 대해 "국적과 돈은 결혼을 결정하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결혼 건전화 제도 도입 등으로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결혼의 행태를 지적하는 이런 노래는 한국인 입장에선 마음 편하게 즐길 만한 음악은 못 된다. 이 노래의 가사가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나 노골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재외동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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