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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시청역 인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강연이 청년과학기술자모임(Young Engineers & Scientists Association; YESA) 주최로 열렸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또는 핵발전)에 관한 대중서적인 <한국탈핵>을 집필한 김 교수는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현재 왕성한 탈핵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김 교수는 "한국에서 탈핵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당장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원자력발전은 원래 청정에너지가 아니다"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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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강의는 핵폐기물을 언급하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은 깨끗한 청정에너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원자력발전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핵폐기물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를 핵분열 시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비롯한 방사성 핵폐기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에서는 방사능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무려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시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핵폐기물을 완전히 재처리하거나 폐기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지구상에 없다. 현재 경주에서는 중저준위핵폐기물을 위한 방폐장이 건립되고 있는데, 지하에 콘크리트로 아무리 단단하게 지어도 현재의 기술로는 50여 년이 지나면 자연히 틈이 생겨 지하수로 샐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 교수는 "경주방폐장 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지하수가 오염되고 한반도 인근 바다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태는 현재 진행형"

일본 후쿠시마에서 퍼져나가는 방사성 오염수 오염지도를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일본 후쿠시마에서 퍼져나가는 방사성 오염수 오염지도를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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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진도 9.0에 달하는 강진으로 노심용융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3년이 지난 지금 통제가 잘되고 있을까. 김 교수는 "안타깝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에 구멍이 생겨 흘러내린 핵연료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물을 부어 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를 인근의 바다로 흘려 보낼 수밖에 없다'고 일본 정부도 시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안전지대일까. 김 교수는 "한반도에 부는 편서풍 덕에 공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면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태평양으로 흘려보낸 방서성 오염수는 태평양을 돌아 5년이 지나면 한반도 인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오염수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인데, 현재 일본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 제대로 계산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다음 원자력 발전 사고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원자력발전 관련한 사고는 미국 스리마일 섬, 우크라이나(구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하였다. 김 교수는 "이들의 공통점은 원자력 강국으로서 원자력발전소의 개수가 많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즉, 원자력 발전 기술이 부족해서 사고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원자력발전소 개수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생길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들 세 나라를 제외하고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나라는 프랑스, 한국, 인도, 영국 등이다. 이들 중 다음으로 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매우 안타깝게도, 김익중 교수는 한국을 지목하였다. 그 이유로는 첫째, 현재 가동·건설 중인 핵발전소수가 세계적으로 순위권(5위)이고. 둘째,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 축소 기조가 전혀 없는 나라 중 하나이며,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들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핵산업 관련 비리가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란다. 인간이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핵사고가 발생하는 마당에, 적정 기준 이하의 부품을 속여서 납품한 비리가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핵사고를 피하려면 탈핵해야"

그렇다면 한국에서 핵사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김 교수는 그것이 바로 탈핵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였다고는 하나, 10여 기의 발전소 중에서 30년을 넘긴 노후 발전소에서만 사고가 발생하였다.

김 교수는 "이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30년 이상의 노후 원전에 대해서는 당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당장 중단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원전을 새로 짓지 말고, 수명이 다한 원전을 수명연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경제산업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현재 58기에 달하는 모든 원전을 전면 가동중단했음에도 전력위기가 크게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핵은 세계적인 흐름"

1988년 이후 큰 변동이 없는 세계 원전의 개수.
 1988년 이후 큰 변동이 없는 세계 원전의 개수.
ⓒ 김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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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원전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김익중 교수 또한 "원전에 관해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원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개수가 104개로 가장 많은 미국은 이미 1980년대 들어서면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원전 개수를 보더라도 이미 1988년 이후로는 큰 증가가 없고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사양산업인 것이다.

반면, 풍력·태양광과 같은 자원이 무한하면서 방사능 위험이 없는 재생가능에너지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는 아직 요원해 원자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은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익중 교수는 마지막 정리를 통해 "원자력발전은 그 사고 발생 위험 비용과 후처리 비용 등을 고려했을 경우 전혀 경제적이지도 않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핵산업계는 노후발전소를 해체시키고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게 세계 흐름에 맞는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한국의 핵산업계는 원전비리가 만연할 만큼 매우 강력하지만, 탈핵은 시대의 흐름이고 또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강연을 끝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홍식님은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익중, #후쿠시마,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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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에서 지난 2018년 12월에 새롭게 출범한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포럼(FOSEP)" 입니다. FOSEP은 과학기술이 공공성, 합리성, 민주성에 따라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메일: fosep2018@gmail.com, 블로그: https://yes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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