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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8일 오후 9시 10분]

학교의 학생들이 이 시대 모순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중고등학생 자살 급증에 이어, 학교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도 자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06년 학교 폭력의 예방을 위해 처음 배움터 지킴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현재 많은 학교에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계신다.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도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계신다. 이 학교에 오신지 만 3년 정도 되었다.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성실한 분이시다.

모든 직업이나 직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회봉사 개념을 곁들인 '배움터 지킴이' 직책은 하시는 분에 따라서 역할이나 기능이 천차만별이다. 지킴이 교사에 대해 이웃 학교에서 전해 오는 소문이 별로 좋지 않을 때도 더러 있다. 퇴직 관리자 출신인 경우, 상전 아닌 상전으로 교사들 위에 군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외부 방문객을 맞이하는 수위실. 수업시간중에는 주로 이 곳에서 근무하신다.
▲ 교문 앞 수위실과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외부 방문객을 맞이하는 수위실. 수업시간중에는 주로 이 곳에서 근무하신다.
ⓒ 배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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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아침에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하신다. 많은 학교가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과 차도의 구분이 명확치 않다. 구분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구간에서는 등굣길이 차도와 마주치게 되어 있다. 필자가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바로 옆 학교에서도 등굣길에 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차에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부형님들이 교대로 교통 지도를 해주시기도 하지만 좀 더 전문적인 담당자가 필요한 현실이다.

학교에 출근할 때 교문 앞에서 처음 마주치는 분이 학교 지킴이 선생님이시다. 교통 지도 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아주 숙련된 솜씨로 교통 지도를 하신다. 등교 학생과 출근 차량의 위험한 접촉이 없는지 좌우를 살피며, 교통경찰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뿜으신다.

등교 지도가 끝난 다음에는 교실 복도와 교문 입구의 초소를 순간 이동하시며 하루를 보내신다.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임장해 계시는 초등학교와 달리, 선생님이 안 계시는 중학교의 쉬는 시간이란 가히 무법천지다. 좁은 복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큰소리로 떠들며 몸을 부대낀다. 소리 지르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창문턱에 앉아 바깥쪽으로 위험하게 몸을 기울이며 '묘기대행진'을 펼치는 아이 등, 교사들이 철수한 빈 공간을 아이들이 순식간에 점령해 버린다. 어쩌다 수업을 늦게 마치고 나오는 선생님이 아이들이 점거한 정글 숲을 헤치면서 나와야 할 정도다.

장난꾸러기 악동들의 정글 속에서 지킴이 선생님은 마치 어린 타잔을 다스리는 어른 타잔처럼 종횡무진 복도를 누비신다. 과한 장난을 말리고, 혹시 싸우는 아이들이 있는가를 살피신다. 종이 쳐도 망아지처럼 쏘다니는 아이들을 교실로 들어가게 하는 푸시맨 역할도 하신다. 학교 폭력이나 사고가 일어나는 시각이 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인데, 교사들이 없는 위험한 시간대를 지킴이 선생님이 잘 지켜주시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재빨리 교문으로 이동하셔서 방문객을 살피신다. 잡상인이나 이상한 방문객으로 고초를 겪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교문 역시 비워둘 수 없는 지킴이 선생님의 주요 근무 영역인 것이다.

한 사람의 훌륭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한 분의 성실한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이 존경하고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철부지 같은 우리 학생들도 그것을 안다.

어쩌다 봉급 이야기가 나와서 지킴이 선생님의 너무나 적은 보수를 우리가 대신 미안해하면 손사래를 치신다. "제 나이에 다른데 일자리가 쉽습니까? 봉사한다고 생각해요. 연금도 있으니까 월급 작아도 괜찮아요." 아이들과 부대끼는 게 힘들 때 늘 아이들의 파도 속을 넘나드시는 지킴이 선생님을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보듯이 종국엔 맡은 직분에 대한 책임감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사회에서 가장 존경 받아야 될 분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직책을 맡은 이들의 책임감 유무는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생명까지도 좌우한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어두운 곳에는 전등을 켜고, 불필요한 곳은 전기 스위치를 내리는 등, 자잘한 일에도 세심한 마음을 쓰신다.
▲ 전기 스위치를 만지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어두운 곳에는 전등을 켜고, 불필요한 곳은 전기 스위치를 내리는 등, 자잘한 일에도 세심한 마음을 쓰신다.
ⓒ 배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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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배준영, 인터뷰 대상: 이출이 배움터 지킴이 교사
 -언제부터 이 학교에 계셨는지요?
"2011년 3월부터 있었지."

-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 교내 학교 주변 순찰 및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주로 한단다."

- 어떤 자격이 있어야 배움터 지킴을 하실 수 있는지요?
"전직 공무원 출신들이 주로 하는 편이다. 공직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정년퇴임을 하신 분들이 희망하여 그 중에서 선발되는 것으로 안다."

- 이 직업을 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지요?
"공직 생활을 하면서 군인들을 지도했는데 학생들을 보니 학생들도 지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데 도움도 될 것 같아서."

- 우리 학교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학생들의 기본이 잘 되어 있다. 단, 몇몇 학생들이 규칙을 잘 안 지키고 삐뚤어진 행동을 한다."

-하시는 일이 힘드시지는 않으신지?
"힘들더라도 학생들을 내 자식 같이 생각하면 힘들지 않고, 조금 힘들더라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
"학생들이 교내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할 때와 3년 동안 무사히 잘 마치고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들고 정문을 나설 때."

-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배우고 우수한 성적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장차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학교에 관한 암담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잇따르면서 하루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은 바윗돌에 눌리는듯, 엄청난 무게감에 힘들어하고 있다. 드센 바람과 거센 비에도 피어나는 풀과 자라는 나무처럼 성실히 학교 공간을 지키는 분들을 통해 학교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태그:#배움터 지킴이, #학교 폭력, #안전 교육, #교육,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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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자스민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여행에 관한 기사나 칼럼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보는 ssuk0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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