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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이 책을 1/3쯤 읽었을 무렵 나는 책을 덮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라면은 이제 내게 그냥 라면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밀가루 음식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라면에서는 그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즐겨 드셨다는 것을 알게됐다.

책 <기록>은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윤태영 비서관과 노무현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보고 기록한 윤태영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기를 원했고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기록할 것을 요구하였다.
▲ 윤태영 비서관과 노무현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보고 기록한 윤태영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기를 원했고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기록할 것을 요구하였다.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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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내게 이 이름은 '참여정부 시절 대변인'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그런데 대변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신 분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참여정부의 여러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적 행보를 한다는 것을 뉴스에서 볼 때도 윤태영 비서관의 이름을 대하기 어려워다. 가끔은 궁금하기도 했다.

재작년이었던가. 봉하에서 스쳐가듯 우연히 봤고, 그때 왠지 그가 허허롭게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그의 모든 기운을 다 뺏어간 듯한 그런 느낌. 마치 보헤미안처럼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나는 그를 알아보질 못했다.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으로 얼핏 스치듯 지나쳤다. 그가 아프다는 소문도 스치듯 풍문으로 들었다.

내가 스치듯 본 것과 풍문으로 들은 것을 합하면 이 책을 쓰는 일은 윤태영 비서관에게 참으로 힘겨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픈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썼을 이 책의 한 쪽 한 쪽은 노무현 대통령께 바치는 헌시일지도 모르겠다.

'기록'에 관한 노무현의 생각

김대중 도서관 방명록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남기신 글에도 '기록'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징하다.

"치열한 삶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셨습니다. 치밀한 기록으로 역사를 다시 쓰게 하겠습니다."

기록을 해야 역사로서 가치를 지니게 됨을 강조하셨고, 기록을 통해 정보를 나누는 것이 권력을 독점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노무현 대통령. 기록은 노무현 대통령께는 존재의 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남긴 유서에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기록>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나는 울컥했다.

문재인 의원의 추천의 글과 저자의 서문을 읽으니 눈물까지 주르르 흘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재구성하여 그를 지금 이 순간에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노무현으로 그려내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

그의 소망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바로 곁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이주 1세대 할머니를 만나 그 고초의 역사를 들을 때 아무도 눈치치재 못하게 대통령께서 툭 흘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주고 벌겋게 충혈된 대통령의 눈도 보여준다.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내 옆자리에 앉았다'라는 제목의 꼭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차리시는 분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미안해 할 줄 알았고 또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탄핵 소추를 당하던 날 대통령이 회한이 섞인 어조로 한 말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정말 무슨 운명이 이렇게 험하죠? 몇 걸음 가다가는 엎어지고... 또 일어서서 몇 걸음 가는가 싶으면 다시 엎어지고..."

그 회한이 내게도 느껴져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기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평 책 표지 뒷면에 실려 있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평. 이 책을 제대로 간파하신 글이라는 생각이다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평 책 표지 뒷면에 실려 있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평. 이 책을 제대로 간파하신 글이라는 생각이다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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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을 해준 자갈치 아줌마에게 쓴 편지의 전문에서는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진면목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자이툰 부대 방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본 순방 때 건강의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도 나온다. 바로 곁에서 대통령을 바라보았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도 이 책 속에 쓰여 있다.

"정치는 이기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깃발이 분명해야 한다. 깃발과 논리가 분명하면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다. (중략) 정치인은 당장의 승부를 초월해서 할 일을 해야 한다."

내가 바라본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그랬다 당장의 승부를 초월해서 시대가 요구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향해 자신이 할 일을 찾았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어떠한가? 오로지 당선만을 위하고 정권유지에만 연연해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승자 독식의 정치판에 몸을 던지고 이기면 어떤 조작도 거짓도 다 용서가 되는 모습들에 너도 나도 동참하는 듯 보인다.

책 어딘가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청와대 복도를 걸어오면서 곧잘 불렀다는 노래 구절이 나온다.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신문에서만 만났을 뿐이다. 만난 적이 없으니 어떻게 헤어질 수가 있겠는가? 잘 가시라는 인사를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속 영원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문재인 의원이 쓴 이 책 추천의 글의 일부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람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리움은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도전했던 가치, 고난과 좌절은 우리가 가야할 희망과 미래의 다른 이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되, 그를 넘어서서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합니다."

이 글처럼 노무현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가져다 줄 정치인은 언제 출현할까?

정치인이면서 한 사람의 깨어있는 시민임을 잊지 않았던 참으로 보기 드문 정치인 노무현. 원칙과 상식을 사랑하고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한 사람을 잃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대한민국이기에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혼탁한 시절을 살면서 너무 답답하다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참 많이.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그가 온 것으로 알겠다는 카피가 바로 내 마음이다.

이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는 단비 같은 책 <기록>

이 책의 끝에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쓰신 글들이 나온다. 이지원시스템 '나의 구상'이라는 메뉴에 이러저런 생각을 밝히신 글들을 읽다보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가 오롯이 다가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런 고뇌가 있었기에 참여정부 시절 국가는정의로웠고 국민은 자유로웠다.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함께 만나서 가까이 있는 듯 호흡하게 해 준 윤태영 비서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서적 <기록> <기록>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이하여 출간한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호흡할 수 있는 책이다
▲ 서적 <기록> <기록>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이하여 출간한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호흡할 수 있는 책이다
ⓒ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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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록 -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노무현재단, 윤태영 씀 / 책담 / 2014.04. / 1만5000원)



기록 -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윤태영 지음, 노무현재단 기획, 책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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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나서고 싶지 않은데 어느 날 보면 앞에 나서서 걷고 있는 나를 본다.누가 따라오는지 곁눈질을 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걷는다. 때로 저만큼 혼자 서 있는 외로운 나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