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영화 포스터

▲ <표적> 영화 포스터 ⓒ (주)바른손,용필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표적>은 2011년에 국내 개봉을 했던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포인트 블랭크>를 연출한 프레드 카바예 감독의 데뷔작 <애니씽 포 허>는 할리우드에서 <쓰리 데이즈>로 다시 만들어졌다. <포인트 블랭크>와 <애니씽 포 허>가 우리나라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점은 그의 영화가 소재와 각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을 방증한다.

<포인트 블랭크>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하는 평범한 남편 사무엘(질 를르슈 분)은 아내가 납치되는 사고를 당한다. 아내를 납치한 범인은 사무엘에게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킬러인 위고(로쉬디 젬 분)를 바깥으로 빼내면 아내를 살려주겠노라 협박한다.

<포인트 블랭크>는 위기에 빠진 남자 사무엘을 주인공으로 삼아 납치범이 왜 위고를 빼내길 원하는지, 그리고 위고를 추적하는 또 다른 정체불명의 킬러들은 누구인지 같은 연결 부위를 최소한도 내에서 구성한다.

영화의 힘은 치밀한 이야기 전개에 기인하지 않는다. 영화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벌이는 추격을 연료 삼아 질주하듯 달려가면서 긴장감을 구축했다. 프레드 카바예 감독의 추격의 서사는 얼마 전 국내 극장가에 소개된 따끈따끈한 신작 <더 체이스>까지 이어졌다.

원작에 기대지 않고, 주목할만한 액션영화로 재탄생

<표적> 영화의 한 장면

▲ <표적> 영화의 한 장면 ⓒ (주)바른손,용필름,CJ 엔터테인먼트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 <표적>은 이야기의 큰 틀에서 변화는 없으나, 인물의 중심축에 변화를 가한다. <표적>은 사무엘이란 캐릭터를 의사 태준(이진욱 분)으로 그대로 가져오되 원작에서 보조자의 위치에 머물던 킬러 위고를 주목한다.

영화는 킬러였던 위고를 누명을 쓰고 쫓기는 전직 군인 여훈(류승룡 분)으로 바꾸면서 여훈의 시점으로 영화를 구성한다. <포인트 블랭크>가 간호사 사무엘의 이야기라면, <표적>은 오롯이 여훈의 사연으로 새로이 태어난다.

영화는 여훈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로 다루면서 <테이큰>과 <아저씨>의 자장에 편입한다. <테이큰>에 영향을 받은 <아저씨>가 미소년에 가까운 원빈에게서 연약해 보이는 사슴과 먹이를 망설임없이 사냥하는 하이에나의 양면성을 포착했다면, <표적>은 진짜 '아저씨'인 류승룡의 야성을 끄집어낸다.

류승룡이 보여준 '짐승남' 여훈은 근래 그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의 인물들, <광해>에서 가짜 왕을 모시는 허균이나 <7번방의 선물>의 6살 지능을 가진 바보 아빠 용구, 아니면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돋보이던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포인트 블랭크>가 추격의 힘이 돋보인다면, <표적>은 류승룡을 내세우며 액션의 강도를 높였다. 여러 형태의 고난도 액션 장면을 대폭 가미한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액션 장면은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여훈이 진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19 대 1의 대결이다.

원신 원테이크(One scene One take)로 촬영된 이 장면은 여훈이 건물에 들어서면서 시작해 그의 동선을 따라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액션의 합을 보여준다. 한국 액션 영화의 명장면으로 불릴 만한 19 대 1의 대결 장면을 만들어 낸 <표적>은 <아저씨><최종병기 활><내가 살인범이다><베를린><용의자>로 이어지는 주목할만한 액션 영화의 계보에 들기에 손색이 없다.

<표적> 영화의 한 장면

▲ <표적> 영화의 한 장면 ⓒ (주)바른손,용필름,CJ 엔터테인먼트


액션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밀도 역시 높다. 주인공인 여훈과 태준 외에도 주변 인물인 태준의 아내 희주(조여정 분), 광역수사대 송 반장(유준상 분), 중부서 경감 영주(김성령 분), 희주의 납치를 저지른 의문의 남자 성훈(진구 분) 등에 각자의 사연을 붙여주면서 한층 생명감이 넘친다. 영화는 여훈과 태준을 쫓기는 자로, 송 반장과 영주를 쫓는 자로 나누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이들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진다. 그 속에서 형제애는 도드라지고, 선악 구도는 새롭게 드러난다.

영화는 성훈이 납치한 희주를 숨겼던 장소로 폐쇄된 놀이공원을 활용하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장소로 광수대 세트장을 이용한다. 이들 공간은 영화의 정서를 한결 강화한다. 폐쇄된 놀이공원은 잃어버린 가족 관계와 추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광수대 세트장에선 수직적인 관계도가 돋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송 반장과 밑에서 그를 바라보는 여훈은 한 개인이 맞서기엔 버거운 타락한 공권력을 암시한다.

<표적>은 <포인트 블랭크>에 비해 거의 모든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연결 고리가 탄탄해지면서 인과관계도 명확해졌고, 액션 장면과 공간의 활용도 우수하다. 그러면서 추격의 힘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형편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공포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을 연출했던 창감독이 이렇게 환골탈태하여 귀환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리메이크에서 무엇을 취하고, 어떤 점에서 다르게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한 <표적>은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감시자들>이나, <내 아내의 남자친구>를 리메이크한 <내 아내의 모든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리메이크의 모범적인 사례다. 원작에 안일하게 기대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만드는 이런 리메이크는 한국 영화에 좋은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다.

표적 창감독 류승룡 이진욱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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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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