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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안성평생문화센터에서 동화구연 모임 'MC랑 동화랑' 아줌마들과 기자와 유쾌한 수다가 시작되었다.

이날 안성평생문화센터에서 수다를 떤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박동숙씨, 딸 예진, 김복영씨, 박은영씨, 김창숙씨다. 그녀들은 평소 집에서, 직장에서 연습과 아이디어를 짜낸 후 모여서 피드백을 하고 교구를 준비하고 연습을 한다. 은 바로 그 날이다.
▲ 수다멤버들 이날 안성평생문화센터에서 수다를 떤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박동숙씨, 딸 예진, 김복영씨, 박은영씨, 김창숙씨다. 그녀들은 평소 집에서, 직장에서 연습과 아이디어를 짜낸 후 모여서 피드백을 하고 교구를 준비하고 연습을 한다. 은 바로 그 날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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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구연동화 한다"며 자랑하고 다녀

"2012년도에 안성평생문화센터를 통해 동화구연 강사자격증을 준비하던 아줌마들 7명이 모여서 시작했다"며 이 모임의 시작을 말해주는 김복영씨는 2대 회장이다. "그동안 노인정과 지역아동센터 등 봉사차원에서 시연을 해왔다"며 모임의 활동을 덧붙인다.

교육마술지도사인 복영씨는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을 한다. 이때 말솜씨와 동화구연 스킬들이 필요해서 이걸 시작했다. 제가 좀 말이 빨라서 천천히 하려고 그만. 호호호호."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말씀이 빠르시긴 하다."라는 기자의 말에 모두가 웃음폭탄이 터진다.

박은영씨는 오늘 온 사람 중 유일한 아가씨다. 은영씨는 "우리 원장님이 롤 모델"이라며 옆에 있던 김창숙(안성평생문화센터장)씨를 추켜세웠고, 창숙씨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은영씨, 뭐 먹고 싶어"라고 말해 거기에 또 웃음이 만발한다.

전직 보건교사였던 박동숙씨. 그녀는 "처음에 친구 따라 강남 왔다"고 말해 미소를 짓게 한다. "사실은 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좋을 거 같아서 시작했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 구연동화해'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엄마가 배우니까 7세 딸도 옆에서 배우더라"며 아줌마 특유의 '시키지 않아도 술술 수다풀기'를 한다.

그녀들은 한 번 모이면 보통 3~4시간 정도를 연습하고 준비한다. 왜? 그녀들에겐 정기 봉사 공연, 동화구연대회 개최, 동화구연 보급 확대 등의 꿈이 있으니까.
▲ 연습 중 그녀들은 한 번 모이면 보통 3~4시간 정도를 연습하고 준비한다. 왜? 그녀들에겐 정기 봉사 공연, 동화구연대회 개최, 동화구연 보급 확대 등의 꿈이 있으니까.
ⓒ MC랑 동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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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걸어가면서 연습한답시고 '중얼중얼'

복영씨는 "운전하면서 테이프를 털어놓고 따라한다"고 했고, 은영씨는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하다보니 미친 사람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동숙씨는 "집안일을 하며 연습하니 아이들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엄마가 틀린 부분을 지적해준다"고 했다.

"아이들이 나의 대사를 받아 쳐주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나보다 딸아이가 더 잘한다"며 동숙씨가 웃는다. "남편이 '~했답니다. ~그랬어요'라며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놀린다. 구연동화 특유의 톤과 목소리로"라며 또 웃는다. 그런 장난스런 남편도 평소 아내의 실력을 평가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매월 2회 모인다. 한번은 회의를 하고, 한번은 연습을 한다. 오늘 모임에 오지 못한 다른 멤버를 소개하자면 김초향 특수학급교사, 강지연 특수학급교사, 이해리 학습지교사 등이다. 모두 자신의 일이 있어 바쁘다. 이들은 모임 시간 맞추기가 제일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멤버구성원이 보여주듯이 한가롭게(?) 취미생활을 하고자 모인 모임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종사하고 있는 교육영역에서 좀 더 발전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모이고 있다.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려고'라던 동숙씨조차도 앞으로 보건진료원이 된다면, 그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걸로 봉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아줌마파워의 비결은 남편 외조 덕분.

이 모임은 주로 저녁에 있다. 낮엔 자기 영역에서 일하고 저녁엔 주부가 된다. 주부로서 저녁시간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주부들은 다 안다. 낮엔 직업에 종사하고, 저녁엔 한창 손이 가는 아이들과 남편 뒤치다꺼리를 하고, 평소 동화구연모임 연습에 모임까지.

하지만 이해리씨의 남편은 모임 내내  옆에서 아이를 봐준단다. 모임 시간이 거의 네 시간(6시~10시) 정도임을 감안하면 참 대단하다 싶다. 그녀들은 모두 "남편들 덕분"이라며 입을 모은다. 대단한 아내에 대단한 남편들이다.

이러다보니 이 모임은 단순히 동화구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나눈다. 멤버의 가족끼리도 친분을 가지게 된다. 멤버의 아이가 곧 자신의 아이처럼 여겨진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가족처럼 끈끈하다. 오죽하면 작년에 안성에서 아산으로 시집간 한 멤버는 임산부가 된 요즘도 이 모임에 참석을 한단다.

이 모임의 매력을 말하라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멤버 서로에게 배운다"고 말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행하는 교육스킬 뿐만 아니라 도전과 열정 등을 배운단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에너지원이 되어주고 있다.

안성지역을 상대로 동화구연 세상을 꿈꾸다.

그녀들은 "동화구연은 단순히 동화만 들려주는 게 아니다. 그걸 한번 시연하기 위해선 '교구제작, 아이디어 구성, 손유희, 과학적인 지식, 스토리텔링' 등 종합적인 분야가 들어 있다"며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그녀들은 단순히 모임의 멤버들이 아니라 자매요 가족처럼 보였다. 서로의 삶을 챙기고, 북돋아주며, 서로에게 배운다고 했다. 지금은 멤버의 생일 케이크 앞에서 폼을 잡았다.
▲ 생일잔치 그녀들은 단순히 모임의 멤버들이 아니라 자매요 가족처럼 보였다. 서로의 삶을 챙기고, 북돋아주며, 서로에게 배운다고 했다. 지금은 멤버의 생일 케이크 앞에서 폼을 잡았다.
ⓒ MC랑 동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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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꿈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보육원 등에 시연도 하고 봉사 하는 것. 안성에 동화구연을  확대 보급하여 정기적인 대회를 갖는 것. 지역축제인 바우덕이 축제에 한 코너를 맡아 동화구연대회를 여는 것"등이라 했다.

"동화구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그녀들은 혹시 "남자들이 많이 지원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어떡해. 우리야 좋지"라며 웃음으로 넘기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수다파워를 또 한 번 과시한다. 누가 뭐래도 그녀들은 대~단~해요~.


태그:#동화구연, #동화, #안성평생문화센터, #아줌마,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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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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