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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중심상가 원형광장의 분수. 철쭉과 꽃으로 둘러싸인 분수에 조명이 들어와 있다.
 산본중심상가 원형광장의 분수. 철쭉과 꽃으로 둘러싸인 분수에 조명이 들어와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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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군포시의 가장 중심가인 산본중심상가에 철쭉정원이 대규모로 전시되고 있어 시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더우기 시민단체들은 철쭉정원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세월호 사고 추모행사를 열 수 없다며 즉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축제는 취소했으나 여전히 꽃으로 장식

산본중심상가에 철쭉 정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4일부터였다. 이곳에 들어간 예산은 4천만 원 남짓. 이 가운데 1천만 원을 군포시가 지원했고 나머지는 농협·이마트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번영회 회원들은 현수막 비용으로 1인당 10만 원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포시는 당초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철쭉제를 열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자 축제를 취소했다. 그러나 축제는 취소됐지만 여전히 산본중심상가는 철쭉으로 장식되어 있다. 또 한때 이곳 원형광장에 분수까지 가동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군포시가 철쭉제를 취소한다고 하더니 오히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심상가를 장식한 철쭉들 때문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촛불 추모제'를 할 장소가 없어 한 귀퉁이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 시장과 군포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산본중심상가가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곳이 군포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심지라서 때로는 축제의 공간으로, 때로는 촛불집회 공간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군포시민들은 지역의 현안이 있어 집회를 하거나 축제 등이 열리면 산본중심상가로 나온다.

"꽃 때문에 촛불추모제 귀퉁이에서 진행"

지난 23일부터 군포 산본중심상가에서는 군포시민단체협의회와 군포교육희망네트워크, 군포청년회 주관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군포시민단체 관계자는 "산본중심상가를 장식한 철쭉 때문에 촛불추모제를 열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한쪽 귀퉁이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철쭉 때문에 안산 시민들을 볼 낯이 없다"며 "군포시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산본중심상가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고 싶지만 철쭉 때문에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군포 시민은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와중에도 군포시는 축제 분위기"라고 분개하면서 기자의 메일로 철쭉으로 장식된 산본중심상가 사진을 보내왔다.

이 시민은 "중심상가를 철쭉 화분으로 꾸미고 여기저기에 포토존까지 만들어 놓았다"며 "가수들만 부르지 않았다 뿐이지 축제분위기는 감춰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군포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군포시의 무개념 시정에 시민들까지 한 배를 타게 하지 말고 당장 철쭉 잔치판을 철수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4월 22일 저녁, 김윤주 군포시장이 뒷짐을 지고 산본중심상가에서 조명이 화려하게 들어온 분수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저녁, 김윤주 군포시장이 뒷짐을 지고 산본중심상가에서 조명이 화려하게 들어온 분수를 보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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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 때문에 미리 철거할 수 없다... 지원금 못 받아"

군포시 관계자는 27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산본중심상가에 철쭉정원을 조성하는 예산으로 산본중심상가번영회에 사회단체보조금으로 1천만 원 정도 지급된 것으로 안다"며 "철쭉정원 조성과 철거는 상가번영회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는 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여부만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고 책임을 상가번영회에 떠넘겼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애도하는 분위기지만 철쭉을 보고 즐기는 시민들도 있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형광장 분수 가동에 대해서는 "고장이 나서 지금은 가동을 안 하는 것으로 안다"며 "수리하는 과정에서 가동을 해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아무개 산본중심상가 번영회장은 "철쭉을 6개월 전부터 계약 재배 했고, 계약기간 때문에 당장 철거가 어렵다"며 "15일까지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5일쯤 철거할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계약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시와 농협, 이마트 등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원업체와 철거에 관해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2일 김 시장이 직원들을 대동하고 산본중심상가를 방문하고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 원형광장 분수를 지켜보는 사진이 페이스북에 공개되면서 '부적절한 모습'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시장 측근은 "도비로 분수 공사비가 내려온 게 있어 시장님이 가동 점검을 나간 것일 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태그:#군포시, #군포시장, #철쭉, #산본중심상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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