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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 '누나 울지마'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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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구명조끼 끈을 서로 묶은 채 숨진 남녀 고교생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은 발견될 당시 위 아래로 달린 구명조끼 끈 가운데 위쪽 끈을 각자 허리에, 아래쪽 끈을 서로에게 묶은 상태였다고 24일 오전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학생들은 뒤집힌 세월호 우현 통로에서 계단을 올려다보는 형태로 잠겨 있었다고 한다.

지난 22일 오전 이들을 물 속에서 처음 발견한 잠수사 ㄱ씨(58)는 "어린 학생들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고 괴로웠겠느냐"며 "나름대로 함께 공포에 맞서려고, 살려고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너무 가슴 아프고도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잠수경력 35년째인 ㄱ씨는 22일 당시 구조작업을 위해 3번째 잠수 중이었다, 시계는 30~40㎝에 불과했고 물살도 거셌지만 더듬더듬 선체를 훑으며 선체 안으로 진입했다. 눈앞에 손바닥을 펼쳐도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숨을 고르던 찰나, 신발 두 짝과 함께 청바지 차림에 구명조끼를 입은 남학생 주검을 발견했다. ㄱ씨가 이번 구조작업에서 만난 첫 시신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이어 시신 수습 관행대로 남학생 시신을 밀어 배 밖으로 나오려고 했으나, 갑자기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1m가량의 구명조끼 아래쪽 끈에 뭔가 연결돼 있었던 것. 끈을 당겨본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학생의 구명조끼 끈에는 맨발 상태의 여학생 주검이 함께 연결돼 있었다.

ㄱ씨는 <경향신문>을 통해 "그 순간 일생에서 가장 놀랍고, 가슴 뭉클한 순간을 물속에서 맞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통 시신은 물속에서 떠오르게 마련인데 남학생 주검이 떠오르지 않았다"며, "'이 아이들이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는 건가'란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너무 가슴이 아팠고 머리가 멍했다"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 두 사람을 물속에 놓고 다시 수면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 학생의 시신은 후배 잠수부들을 통해 수습됐다. ㄱ씨는 "물속에서 본 장면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울음이 터져 나왔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딸 잘 있지.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서 물속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주검은 오후 팽목항으로 옮겨진 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ㄱ씨는 "두 사람이 평안한 마음으로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10시 현재, 안산 올림픽 기념관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학생들은 총 61명(교원 3명)이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단원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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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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