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무대에 데뷔하는 영화배우 류현경.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무대에 데뷔하는 영화배우 류현경. ⓒ 박정환


영원할 것만 같던 불같은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두현과 정인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연애 시절의 열정적인 사랑은 온데 간데없이, 지금은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도망다니기 바쁜 두현과 남편을 쫓아다니며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정인이 있을 뿐이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을 연기하는 류현경은 처음엔 '귀여운 아줌마' 콘셉트로 나아가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캐릭터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아줌마가 다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크한 눈을 가진 정인의 모습도 가미되었다고 하니, 영화 속 임수정과는 다른 정인이 탄생하겠다는 기대감이 절로 들었다.

- 영화배우가 이번에는 연극에 도전한다.
"영화 <신기전>을 하면서 배우로 평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생각 있는 연기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고아성이나 심은경처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생각 있는 연기를 알았다면 연기가 달라졌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신기전> 찍을 때 감독님이 구체적인 동선을 알려주셨는데, 그 지시대로 연기하다가 전에는 모르던 희열이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걸 느꼈다.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 하는 걸 그 때 깨달았다.

배우는 카메라 앞만이 아니라, 무대에서도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신기전> 이후로 계속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연극은 두 시간 동안 무대에 집중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집중할 수 있는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자라났다.

그러면서 관객과 동시간대에 호흡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동안 인터뷰 기사를 보면 '올해는 꼭 연극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던 차에 수필름에서 연극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연극 무대, 가짜로 연기하면 다 보이더라"

<내 아내의 모든 것> 류현경 "연극이 한 시간 40분 정도 된다.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매력을 어필하려고 한다.(웃음) 객석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때 '괜찮았어' 하고 가랑비 젖는 식으로 매력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 <내 아내의 모든 것> 류현경 "연극이 한 시간 40분 정도 된다.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매력을 어필하려고 한다.(웃음) 객석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때 '괜찮았어' 하고 가랑비 젖는 식으로 매력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 박정환


- 극 중 정인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나 안쓰러운 부분이 있다면.
"외형적으로 보면 정인은 말이 많고 서슴없이 독설을 날린다. 남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인은 외로운 여자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자기의 외로움을 알아 달라고 센 제스처로 어필하는 거다.

하지만 남편이나 다른 남자들은 정인만의 매력을 되새기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이런 정인의 외로움을 성기가 보듬어주면서 정인은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경험을 한다. 이런 점이 관객에게 공감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정인의 감정적인 변화를 연극에서 보여드리고자 한다."

- 정인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 류현경씨만의 매력으로 정인을 사랑스럽게 보이고자 한다면.
"연극이 한 시간 40분 정도 된다.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매력을 어필하려고 한다.(웃음) 객석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때 '괜찮았어' 하고 가랑비 젖는 식으로 매력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 성기는 어떻게 정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정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할 줄 아는 남자다. 정인이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해주는 식으로 바라는 것과 하고 싶은 걸 해줄 줄 안다. 사실 여성들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남자가 '그랬어?' 하는 한 마디 공감에 여자는 서운함이 눈 녹듯 녹는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성기는 이런 여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줄 아는 남자다.

- 성기를 연기하는 김도현씨는 드라마를 오가는 뮤지컬 배우고, 조휘씨는 <레베카>에서 옥주현씨가 무대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웃음의 달인이다.
"조휘 오빠는 얼굴만 봐도 웃기다.(웃음) 그러면서도 극 중 감정에 확실하게 몰입한다. 조휘 오빠랑 연습하다가 펑펑 운 적도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재미있던 오빠가 극에 몰입할 때에는 너무 펑펑 울어서 '우리 왜 이렇게 많이 울었지?' 할 정도였다. 서로의 감정을 모두 토하면서 우는 과정을 겪는 거 하나 하나가 재미있었다. 김도현 오빠는 결혼을 했다. 기혼자로서 설렘의 감정을 잘 안다. 오빠들만 잘 따라가도 감정에 흡수된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류현경 "가짜로 연기하면 다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편집을 통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영화보다 가짜로 하는 연기가 더 잘 보인다. 진짜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 <내 아내의 모든 것> 류현경 "가짜로 연기하면 다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편집을 통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영화보다 가짜로 하는 연기가 더 잘 보인다. 진짜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 박정환


- 무대를 통해 류현경씨가 얻는 연기적인 소득이 있다면.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두 달 전에는 컸다. 하지만 지금은 만에 하나 실수해도 넘어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대사를 몸으로 익혀서 툭 치면 그 장면의 대사가 저절로 나온다. 제가 제 자신을 '이런 배우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는 게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의 류현경은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공연을 통해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무대에서는 가감 없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어야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가짜로 연기하면 다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편집을 통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영화보다 가짜로 하는 연기가 더 잘 보인다. 진짜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저는 현장성을 믿는 사람이다. 현장감에서 익힌 연기가 도움을 준다. 하지만 배우가 준비가 되어있고 연기에 대한 계산을 많이 한 다음에야 현장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 할 때에는 감독님보다 시나리오를 더 많이 읽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하루에 15번이나 볼 정도였다. 꼼꼼하게 읽다 보니 예전보다 현장성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 연출에도 욕심이 많지 않은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욕심이 없다. 중학생 때 비디오반에서 연출을 했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연출을 전공했다. 워크숍과 졸업 작품을 위해 연출작을 만들었다. 그런데 연기자가 연출작을 내놓았다고 화제가 되었다. 이 점 때문에 연출에도 욕심이 있다고 비춰졌는데 사실 졸업 작품 이후로 영화 연출을 맡은 게 없다.

정인 언니의 요청으로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지만 그 이후로 섭외가 들어온 뮤직비디오 작업은 하지 않았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 모를까, 지금은 연기자로 해야 할 게 많지, 연출에는 욕심이 없다."

류현경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신기전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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