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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조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추모객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조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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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24일 오후 11시 10분]
유족 요구로 방송사 취재진 모두 철수

23일 오전 9시 문을 연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날은 특히 단원고가 수업을 재개해 재학생들 등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4일 오후 8시 이 곳을 찾은 조문객은 34,250명을 넘어섰다.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추모 제단에 헌화를 하고는 눈가가 붉게 물든 채 분향소를 나섰다. 친한 친구를 조문하러 왔다는 한 여고생은 "(영정)사진 속에 있는 얼굴들이 다들 너무 어려요, 아직 너무 예뻐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도 추모제단에 놓인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할머니는 "OO아 내 새끼야, 이럴 수는 없다, 이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죽으니 이걸 불쌍해서 어떡하나"라며 가슴을 쳤다. 할머니는 헌화한 후에도 차마 제단을 떠나지 못하고, 10여 분간 영정사진을 향해 손을 뻗으며 "내 새끼야 OO아, 어서 돌아와"라 외치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오후 5시께에는 안산병원 곳곳에서 발인을 마친 학생들의 유가족도 분향소를 찾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한동안 추모제단을 떠나지 못하다 결국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분향소를 나서야 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문아무개 학생의 어머니는 조문객을 촬영하던 기자들을 향해 "우리 아들 살려낼 거 아니면 찍지 말라"며 항의하는 한편, 상조회사 측에 "이렇게(조문) 한다고 우리 아이가 살아 나냐, 관리자 나오라고 하라"고 소리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해당 유가족의 요구로 방송사 등 취재진들은 분향소 내에서 오후 7시께 모두 철수했다.

한편 24일 오전 수업을 재개한 단원고에서는 하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과한 취재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기자들을 피해 옷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고 정문 앞 30~40여명의 취재진에 놀란 일부 학생들은 학교로 다시 되돌아가기도 했다. 결국 지상파 6개사와 종편 5개사,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조속한 학교 정상화와 재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앞으로 학교 앞 및 재학생을 취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와 임시 합동분향소의 거리가 약 250m 정도로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식 분향소는 오는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차려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 '누나 울지마'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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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 23일 오후 8시]
"친구 언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알아요. 언니, 오빠는 이제 별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천국으로 갈 거예요."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8140명까지 늘었다(23일 오후 8시 기준). 학생들의 영정이 놓인 제단서부터 분향소 입구까지 조문객들의 줄은 150m가량 길게 이어져 있다. 

안산 단원고에서 5분 거리인 고잔초등학교 학생 김화연(12. 가명)양은 추모를 위해 온 어른들 사이에서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분향소에 처음 와본다는 김양은 "같은 반 친구 언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며 "친구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학원 끝나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양은 "저라면 울면서 살려달라고 할 거예요, 그럼 어른들이 와서 구해주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김준혁(9)군도 "저는 고등학교 앞에 노란리본 묶고 왔어요"라며 "친구가 너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시 분향소 내에는 전국 곳곳에서 보낸 화환이 약 100여 개 있다. 한 화환에는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라며 "대한민국 미워요"라고 써 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은 합동분향소 앞에 약 50여 개가 걸려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입구에서 추모 쪽지를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입구에서 추모 쪽지를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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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성세대는 세월호 안전점검과 구호조치 외면으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볼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262명의 학생·교직원을 잃은 단원고 앞에도 추모객들이 만든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곳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쪽지와 함께 "손잡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등 반성과 추모의 글이 적힌 쪽지가 붙어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임시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공식분향소는 오는 29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24일에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 12명의 발인이 예정돼 있다.

한편, 오후 8시 안산 문화광장에서는 500여 명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사 무사귀환을 비는 기도회를 8일째 이어졌다. 이 중 100여 명은 촛불을 각각 앞에 세워두고 광장 바닥에서 50배를 하며 생환을 기원했다.

50배에 참여한 이헌구(37, 경기 남양주 진접읍)씨는 "여기 오기 전엔 상황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했는데, 분향소에서 서로를 감싸 안는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위로 받고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라 평소'대충대충'을 외치며 살았던 제 자신 탓"이라며 "우리의 안일함까지 대신 짊어지고 간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고 똑바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촛불기도회는 오는 토요일(26일)까지 같은 자리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단원고 학생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조문 온 단원고생 '학교에서 볼 수 없나요?'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단원고 학생이 조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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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장례지도사가 희생자 영정 앞에 위패를 놓고 있다.
▲ 합동 안치소에 놓여진 희생자 영정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장례지도사가 희생자 영정 앞에 위패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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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3일 오후 4시]
"할아버지, 손자 죽음 아직 몰라요"

"보고싶구나 내 아들... 이제는 편안하게 있으렴. 미안해, 사랑해."

추모메시지 판에 적힌 유족의 글귀가 조문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희생 학생들을 위해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단원고에서 약 250m 떨어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전 9시 개방 직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들의 첫 조문을 시작으로, 단원고 교사와 재학생, 안산시민 등 일반인들의 추모행렬이 잇따랐다.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어 추모제단 멀찍이에서 오열하는 단원고 학생도 있었고, 영정사진 앞에 엎드려 큰절을 하는 조문객도 있었다. 준비된 헌화꽃 1천 송이는 오전 11시 동이 나, 추가로 2천 송이를 더 들여와야 했다.

오전 9시 추모제단에 있던 위패와 영정사진은 모두 22개로, 고 강아무개 교감, 최아무개 교사 등 22명이 분향소에 안치됐다. 오전 11시 30분께 25명이 추가로 안치됐다. 제단 좌우에는 대형 모니터 두 개가 설치돼 영정사진을 띄우며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한편, 문자로 들어오는 추모메시지를 띄우고 있다(추모 번호 010-9145-8879).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제단에 안치된 단원고 학생 중 박아무개(18)군의 경우 영정사진만 있을 뿐 위패에 이름이 없다. 상조회사 측은 "유가족 중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계셔서 충격을 받을 것을 걱정한 유족이 이름을 가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해당 유족은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여행을 갔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비 25m, 높이 7m의 추모제단에 마련된 자리는 240여개. 장례절차를 전담한 상조회사 관계자는 "부디 자리가 채워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부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족들 아픔, 너무 오래가지는 않길..." 전국 곳곳서 추모발길 이어져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한 남성이 눈물을 닦고 있다.
▲ 눈물 닦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객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한 남성이 눈물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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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버지인 황경선(44, 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분향을 위해 홀로 안산을 찾았다. 그는 "무기력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황씨는 생존학생들에게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지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 살아남아줘서 고맙다"면서 "유족 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그 아픔이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온 김아무개(71)씨도 "어린 영혼들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어 "(유족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저 먼저 간 학생들 위해서라도 부디 힘을 내서 잘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웃을 잃은 안산시민들은 더 힘든 모습이었다. 이번 사고로 실종·사망한 단원고 학생 및 교직원은 262명에 이른다. 안산 초지동 주민 용채봉(73)씨는 "제 아들도 23년 전 물에 빠져 숨진 터라, 뉴스를 볼 때마다 심장이 졸아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씨는 이번 사고를 접한 뒤 불면증에 시달려 결국 22일 안산고대병원을 찾기도 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에서 마련한 임시분향소는 최대한 유족과 학교 측의 뜻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며, 추모를 희망하는 조문객들을 위해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안산 시내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 측은 분향소 일대 도로가 협소하다며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지만, 살아남은 학생들은 친구의 영정을 보러가지 못한다. 차상훈 고대 안산병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치료중인) 대부분 학생이 분향소 방문을 원하지만, 정신적 외상을 입은 청소년들이 분향소에 가는 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방문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현재 고대 안산병원에는 구조된 학생 74명, 일반 탑승객 6명, 유족 3명 등 83명이 입원해 있으며 단원고 3학년은 오는 24일, 1학년은 28일 각각 등교가 예정돼 있다.

바로잡습니다
애초 본 기사에 '23일 오후 2시께 분향소를 찾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조문 후 방명록을 작성하던 중, 사진을 찍으려는 취재진들 탓에 학부모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혼란을 드린 점, 독자 여러분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께 사과드립니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단원고, #임시분향소, #임시분향소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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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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