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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 사고해역에서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해경보트 너머로 보이는 독도함(1만4000t)이 실종자 수색구조 작전을 지휘하는 해군지휘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 사고해역 수색작전 지휘하는 독도함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 사고해역에서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해경보트 너머로 보이는 독도함(1만4000t)이 실종자 수색구조 작전을 지휘하는 해군지휘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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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평소와 같이 맑은 봄 하늘 아래 수업을 받던 중 전남 진도 부근 해양에서 476명이 탄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배에는 수학여행을 가는 내 또래 친구들 300여 명이 타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새 생명이 자라나는 이 시기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 어린 친구들이 행복한 수학여행을 가는 날, 그렇게 차디찬 바닷물에 갇혔습니다. 저는 상상만 해도 무섭고 끔찍한 일들을 그 친구들과 가족들은 겪었습니다. 가족도 없는 그 곳에서 무서움에 떨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 친구들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놀고 공부하며 저와 같이 이 사회를 이끌어갈 친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어른들의 행동에 따뜻한 봄 햇살은 차디찬 어둠이 되었습니다. 몇 백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간 것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가슴까지 찢어놓았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아이는 부모를 잃고 학생들은 친구들을 잃고 저 또한 앞으로 살면서 만나게 될 친구들 300여 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지만 힘이 없는 18살 학생은 조금만 더 빨랐으면, 조금만 더 힘써줬으면 하고 어른들을 원망해 봅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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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두 선생님입니다. 우리들보다 먼저 태어나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분들입니다. '선(先)생(生)'이기 때문에 선생님 말 들어서 나쁠 게 없다던 그 말은 어떻게 된 것 입니까.

우리들은 어른들의 말을 믿었지만 어른들은 우리들의 손을 놓았습니다. 우리는 언론조차도 믿지 못할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기적처럼 태어났기 때문에 기적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다른 일은 빠르다 못해 급하게 처리 되는 나라에서 왜 아직까지도 저 밑바닥 어둠 속에 아이들을 가둬놓는 것입니까.

하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기적을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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