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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 회의 장면
 경남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 회의 장면
ⓒ 사진제공=진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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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오전, 나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안' 제정을 추진해 온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시의회 상임위 회의를 참관하기위해 회의장 복도에 앉아 있었다.

깊은 내부를 가진 큰 건물의 분위기가그러하듯 적당히 컴컴했지만, 어쩐지 잔뜩 주눅드는 느낌이어서 여러 시의원 및 행정 관계자들 앞에서 40세 정도 넘은 내 나이도 별 효력이 없게 느껴졌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참관 신청을 했지만, 참관 이전에 각 부서별보고가 있다고 하여 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시계의 바늘 끝만 바라보던 지루한 시간을 견디다 드디어 복지산업위원회 회의실에 입장. 신정호위원장이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해 주었지만, 소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는 말만 생각이 난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조례' 안을 상정하기 위해 이미 진주시의원 20명 중 10명의 사인을 받아 조례를 제출한 상태였고, 3월 13일은 진주시민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러 시민들이 이 안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시의원들에게 반드시 조례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수십 통 보낸 걸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현 상임위원회 6명 중 3명이 이미 사인을 한 상태여서 내심 어느 정도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미영 의원과 배철현 의원의 제안 설명이 이루어지던 회의 내내 내가 느낀 것은 도대체 의원들이 상정된 의안을 제대로 읽기나 하고 와서 발언하는 것인지, 자료 조사는 하고 와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십분 이해하여 안의 시급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음 회기까지 깊이 공부해서 다시 논의해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우순 의원이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에, 일선 학교급식 조리사들이 힘들어 하니 조례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먼저 지어야 되지 않느냐"고 몇 번이나 반복할 때는, 초선의원도 아니면서 조례가 먼저인지 센터가 먼저인지 정녕 모르고 하는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강길선 의원이 "전국적으로 이 조례가 기초지자에는 없고 울산광역시 한곳에서만 제정을 한 것이 있다"고 하던데 도대체 그 자료 어디서 났는지 묻고 싶었다.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 조례가 만들어진 데는 전국적으로 이미 30군데가 넘게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질의의 압권은 역시 노병주 의원이었다.

"지금 현재 학교급식이 방사능으로 인해 문제가 있었다거나 피해 사례가 있었는지 사례를들어보라"는데... 이를 어째야 될지. 방사능이 뭐 식중독 같은 것인가? 어제 먹었다고 오늘 바로 나타나게. 그것도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니 무슨 법정에서 피의자 심문하는 것도 아니고. 노병주 의원에게 동국대 의대 강익중 교수를 꼭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방사능이 무엇이고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그 지역구에 사시는 주민 한 분은 초등학생도 이런 질문은 안하겠다고 하던데... 그러나 이분보다 더 압권이었던 것은 다음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급식 두 번은 방사능 검사를 해서 괜찮다면, 집에서 먹는 한 끼는 어찌 책임질 거냐"는데...

정녕코 웃자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오늘 안건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나 제대로 알고 그러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었다.

그날 결과는 결국 5대 1로 보류가 되고 말았다. 물론 찬성 1은 의안을 상정한 김미영 의원일 것이다. 보류가 되면 이 회기에서는 더 이상 논의거리가 되지 못한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사실 내가 생각해 온 우리 의회의 모습이 정말 이 정도인가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곳곳에 출사의 의지를 다지는 여러 후보의 현수막이 눈부시다. 그동안 내가 속한 지역구가 아니면 후보들의 정책이나 자질을 무심히 보아왔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 후보님들이여, 백번의 악수로 만나는 것보다 하나의 멋진 정책으로 다가오시라.

덧붙이는 글 |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http://jinjunews.tistory.com/



태그:#진주시의회, #학교급식 조례안, #정책, #의정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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