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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이 실종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18일 재학생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이 실종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18일 재학생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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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어야 할 친구들이 오지 않았다. 지난 15일 제주도로 3박4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엄마, 아빠와 둘러 앉아 제주도에서 있었던 추억을 나눴을 텐데,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에 있다. 학교에 남은 친구들, 선후배들은 애가 탄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현장으로 떠난 사이 이들은 또 다시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18일, 기적 같은 생환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들은 이날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단원고 운동장에 섰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던 전날 행사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단원고 학생만 500여 명이 운동장에 모였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은 주변 스탠드를 가득 채웠다. (관련기사 : "많이 춥지? 내가 안아줄게" )

"월요일에 웃으면서 만나자! 단원고 2학년 파이팅!"

해가 지고 이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종이를 들고 섰다. "동생들아, 형은 믿는다. 얼른 와서 웃겨줘. 사랑한다.", "선배님들, 선생님들 보고 싶어요, 천천히라도 돌아만 오세요." 손으로 눌러 쓴 글씨에는 애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첫날에는 종이를 들고 한 시간 가량 서서 침묵으로 마음을 전했지만, 이날은 학교에 남아 있던 재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쓴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학년 동생들아, 오늘이면 돌아왔어야 하는데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네. 오늘은 못 보지만 월요일에 웃는 얼굴로 학교에서 만나자. 이겨낼 수 있어. 힘내. 보고 싶다."
"존경하는 선배님. 제발 기적처럼 돌아와 주세요. 조금만 버텨요. 단원고 2학년 파이팅!"
"우리 다시 웃으면서 운동장에서 공 차야지. 조금만 기다려. 어른들이 구해줄 거야."
"다시 시끌시끌한 2학년 복도를 보고 싶다. 교실에서 장난치는 너희 모습이 그리워."

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이 실종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재학생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이 실종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재학생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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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위에서 편지를 읽는 사이 운동장에 모인 단원고 학생뿐 아니라 스탠드에 서 있던 학생들과 시민들도 여기저기서 훌쩍이기 시작했다. 한 남학생은 종이를 꼭 부여잡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기운이 빠져 자리에 주저앉은 여학생을 의료진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부축해 가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를 오가던 기자들도 눈물을 보였고, 카메라 기자들은 조명을 끄고 촬영에 임했다.

그래도 차분히 진행되던 행사는 단원고의 한 선생님의 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행사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희훈 선생님은 "애들아 안녕, 파리 선생님이야"라고 인사했다. 별명을 이야기하는 선생님 말에 잠시 웃음을 터트렸던 학생들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여 준 너희가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단원고 정말 좋은 곳이지? 너희가 다시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꼭 약속할게. 같이 해줄 거지? 그러려면 우리가 기운 차리고 용기를 내야해. 모두 용기낼 수 있지? 선생님은 너희를 믿는다."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모든 순서가 끝났지만, 학생들은 쉬이 운동장을 떠나지 못했다.

한편, 단원고등학교 측은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교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학교 정상화 방안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라 재학생과 선생님들은 경기도교육청에 파견된 상담 요원들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되며,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관련기사 : 단원고 "교감 사망으로 동요 심각...학생들 전면 심리치료")



태그:#세월호 침몰, #단원고, #안산,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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