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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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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안산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는 적막만 흘렀다. 그러다 이내 흐느낌과 코 훌쩍임이 들렸다. 운동장에 서 있는 이들 대부분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주저앉아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우는 이도 있었다. 몇몇은 옆 친구의 어깨를 감쌌다. 서로 껴안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종이에 적었다.

"희망 잃지 마... 꼭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보고싶다 얘들아... 사랑해."
"너의 미소가 그립다."
"배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
"OO아 사랑해."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17일. 실종자 대다수가 소속돼 있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운동장에 7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선후배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만든 자리였다. 단원고 학생들뿐 아니라 안산지역 여러 학교 학생들도 함께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복차림이었고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 "친구 부모님께 힘 되고 싶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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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는 단원고 학생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이날 오후 "후배들 위해서 다같이 마음 모아 메시지 전달을 해볼까 해, 모두 다같은 마음 갖고 있으니까 모여서 간절함 전할 수 있게 하자"라고 제안했고, 이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단원고 학생회장은 "이건 시위도 아니고 집회도 아니야, 우리의 간절함을 전하는 염원의 시간"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의식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차분히 진행됐다. 의식이 약속된 오후 8시가 되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학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단원고 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오로지 육성으로 참가자들을 통솔했고, 많은 학생들을 안전하게 운동장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잘 하지 않았고, 카메라 촬영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로 마음이 불편한 모습이었다.

오후 9시, 한 시간 동안의 준비 끝에 운동장에 선 학생들은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들었다. 실종된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짧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고, 종이 뒤로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다. 비가 내리고 종이가 젖어갔지만 학생들은 그대로 한 시간여를 가만히 서 있었다. 종종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대열에서 빠졌지만 대부분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를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사진기자들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은 "친구가 너무 보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했다"라며 "우리가 비록 아무 힘이 없지만, 친구 어머니, 아버지에게 힘이 돼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가족 분들이 힘들지 않게 기자들이 조심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친구들이 돌아올 수 있게 도와 달라"라고 당부했다.

"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잖아... 제발 살아만 있어줘"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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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단원고는 많은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현장으로 떠났음에도 자원봉사자들과 취재진으로 분주했다. 다만 학교건물 3층과 4층에 위치한 2학년 교실은 모두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닫힌 교실문과 창문에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편지들이 붙었다. 편지에서는 실종된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애절하게 묻어나왔다.

"OO아. 나 지수야. 관산중 같이 나오고 1학년 때 아주 친하고 2학년 때는 편지도 완전 많이 주고 받았던 지수. 네가 살아서 이 편지 꼭!! 봤으면 좋겠어. 너무 걱정되고 구조자 명단에 너랑 XX가 없어서 얼마나 걱정 되는 줄 알고 있니? 너도 많이 춥고 힘들겠지만, 난 네가 버틸 거라고 생각해. 우리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잖아. 그거 지켜야지. 제발 살아만 있어주라. 이 편지 보고 감동 받고 우리 우정 계속 쌓아야지. OO아 사랑해."

한편, 실종자들의 무사귀한을 빌면서 안산시민들도 촛불을 들었다. 이날 오후 8시 단원고 1층에서 '무사귀환을 위한 안산시민모임'이 주최한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실종자들의 생존소식을 기다렸다. 오후 10시가 넘은 현재도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

1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과 인솔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안산지역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 단원고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기도회 1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과 인솔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안산지역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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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과 인솔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안산지역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 단원고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기도회 1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과 인솔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안산지역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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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단원고, #제주도, #진도, #실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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