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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에서 멸종위기종 조류 서식이 확인되는 등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다. 팍팍한 도시에 적응해 살아가는 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을 정도다. (관련 기사 : 천연기념물 칡부엉이, 대전 월동 최초 확인)

하지만 대전에서는 여전히 새들이 떼죽음 당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계백로 우회도로 건설이 완료된 현장에서 새 14마리가 죽은 걸 목격했다. 금강 물고기 떼죽음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다. 하지만 종의 특성상 새가 한 현장에서 14마리 죽었다면, 충분히 '떼죽음'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도시 새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위협 요인이 많다. 개발로 서식처가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서식처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기 일쑤이고, 먹이는 턱없이 모자라다. 때문에 도시의 새들 보호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서식처 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부족한 조류의 먹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도시의 조류는 '멸종' 단계를 향해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대전시는 2013년 하늘다람쥐, 이기도롱뇽, 감돌고기 3종을 대전시 깃대종으로 선정하면서 자연환경보호를 위한 선언적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준비 과정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도시 새들은 개발에서나 관리 과정에서 제외되고 배려를 받지 못한다.

버드세이버 설치 등에 대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계백로에 설치된 투명한 방음벽의 모습 버드세이버 설치 등에 대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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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계백로 우회도로 현장을 살펴보면, 새들이 떼죽음이 불가피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새들이 죽은 건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계백로 우회도로 방음벽은 투명한 플라스틱로 만들어졌다. 새들은 투명한 방음벽을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비행하다가 충돌하면 새는 죽을 수 있다.

실제 계백로 현장에서 죽은 새들의 두개골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앞쪽 가지에 매달린 것이 수컷이고, 뒤쪽 중앙에 위치한 것이 암컷이다.
▲ 나란히 죽은 노랑할미새 암수 앞쪽 가지에 매달린 것이 수컷이고, 뒤쪽 중앙에 위치한 것이 암컷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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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방음벽 아래 죽어 있다.
▲ 방음벽과의 충돌로 인해 죽은 멸종위기종 새매 투명한 방음벽 아래 죽어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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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들 중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새매(천연기념물 323-4호)도 두 마리나 포함되어 있었다. 보호받아야 할 종마저도 사람의 조망권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투명한 방음벽 탓에 죽음을 맞은 것이다.

죽은 새들은 방음벽 아래 식재된 관목류의 나뭇가지에 걸려 있거나 바닦에 떨어져 있었다. 물까치, 노랑지빠귀, 물총새, 되새, 노랑할미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등 다양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관련 부서인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에 상황을 설명하고 '버드 세이버' 등의 설치를 제안했다. 버드 세이버는 새들의 천적인 맹금류를 그림자 형태로 만든 스티커다. 방음벽에 이 스티커를 붙이면 새들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주민 조망권을 위한 투명 방음벽 설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새들에 대한 배려가 포함되면, 지금처럼 새들이 죽는 일은 현격히 줄거나 사라질 것이다. 계백로 건설공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건설 과정에서 주변 생물에 대한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다행히 대전시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사후 대처가 아닌 주변 생물에 대한 배려가 선행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 죽어있는 새매와 주변환경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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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멸종위기종, #버드세이버, #대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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