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13일 이상민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13일 이상민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프로 스포츠에 또 한 번 '슈퍼스타' 출신 감독이 등장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지난 13일 이상민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상민 신임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자타공인 한국농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농구의 르네상스기로 꼽혔던 '농구대잔치 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사랑받으며, 연세대 재학시절 '대학팀 최초의 농구대잔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프로무대에서는 1998년 대전 현대(현 전주 KCC)를 통해 데뷔하여 2007년 서울 삼성을 거쳐 2010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뛰어난 게임 운영과 면도날같은 어시스트 패스를 앞세워 한국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특급 야전사령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컴퓨터 가드', '산소같은 남자', '영원한 오빠' 등 화려한 수식어에서 보듯, 대중적인 인기도 뛰어난 슈퍼스타였다.

현역 시절 남긴 기록은 13시즌간 581경기에 출전하여 9.8점. 6.2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우승 각 3회, 정규시즌 MVP 2회, 챔피언전 MVP 1회, 베스트 54회, 어시스트와 가로채기 타이틀 각 1회 등을 수상하며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997년 사우디 아시아선수권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삼성 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거쳤고, 2012년부터 삼성 코치로 복귀하여 김동광 전 감독과 김상식 대행을 보좌해 왔다.

감독 이상민, 파격 아닌 예정된 수순

삼성 구단의 이상민 감독 카드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2010년 은퇴후부터 삼성은 당대 최고스타였던 이상민을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2년 김상준 전 감독이 경질되었을 때도 이상민이 차기 감독 후보로 처음 여론의 물망에 올랐으나 당시는 아직 지도경력이 일천하다는 시기상조론 속에 삼성은 결국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지도자 김동광 감독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당시 이상민이 코치진에 포함된 것도 김동광 감독보다는 구단 측의 의중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동광 감독-김상식 코치가 고려대 선후배간이고 안양 KT&G시절부터 감독과 코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반면, 연세대 출신인 이상민은 이들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었다.

김동광 감독의 계약기간이 일반적인 추세보다 짧은 2년 계약이었다는 점도 '차기는 이상민 내정'이라는 세간의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해줬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고, 김상식 대행 체제 역시 이상민 감독 시대로 넘어가는 일시적인 과도기에 불과했다. 이상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김동광 감독 밑에서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할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경험부족 초보 감독, 스타 출신 편견 넘을까

은퇴한 지 벌써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선수 시절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탓에 '감독 이상민'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로 42세인 이상민 감독의 사령탑 데뷔는 최근의 프로농구 추세로 봤을 때 결코 빠른 편이 아니다.

대표적인 스타 출신 감독으로 꼽히는 허재 KCC 감독은 2005년 40세의 나이로 코치직도 거치지 않고 바로 KCC의 지휘봉을 잡았다. 전창진 KT 감독도 TG(현 동부) 사령탑으로 정식선임된 것이 39세였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최연소인 35세에 SK 빅스(현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KBL을 대표하는 명장들이 대부분 40세 전후로 감독에 데뷔했다.

최근에도 이상민 감독의 대학 1년 선배인 문경은 감독이 SK의 지휘봉을 잡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8일 원주 동부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김영만 감독은 이상민 감독과 동갑, 이동남 KGC 감독대행은 이 감독의 홍대부고와 연세대 3년 후배로 다음 시즌 감독 데뷔 동기가 됐다.

이상민 감독의 성공여부가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프로농구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상민은 농구스타로는 드물게 현역 시절부터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개인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이 감독이지만 그보다 '9년 연속 올스타 투표 1위'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이야말로 이상민 감독의 스타성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기 중흥에 사활을 걸고 있는 프로농구에서 이상민 감독 같은 스타 출신 지도자의 등장과 성공여부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나 허재 KCC 감독은 스타 출신 지도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이들은 모두 가드 출신으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풍부한 경험을 통하여 개성 강한 스타선수들을 아우르는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영리한 플레이와 냉철한 리더십으로 후배들로부터 자주 롤모델로 꼽히는 선수였다. 지도자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물론 선수 시절의 지명도와 인기가 지도자로서의 성공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명가의 저력을 상실한 삼성은 당분간 리빌딩(재건축)이 불가피한 팀이다. 경험이 부족할 신임감독을 보좌할 코칭스태프 구성과 함께, 구단이 얼마나 적극적인 투자와 인내심을 갖고 이상민 감독을 꾸준하게 원해 줄지가 관건이다.

허재의 KCC, 운명의 재회

이상민 감독의 사령탑 데뷔와 함께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KCC와 허재 감독과의 인연이다.

대표팀 선후배로 호형호제하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05년 허재 감독이 신선우 전 감독의 뒤를 이어 KCC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사제 관계로 변했다. 추승균-조성원과 함께 KCC의 간판스타였던 이상민은 당시만 해도 초보 지도자였던 허재 감독을 보좌하며 2시즌간 호흡을 맞췄으나, 2007년 FA 영입과정에서 삼성으로 이적하게 되며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삼성은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재계와 스포츠에 걸쳐 대표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구단이었기에 간판스타인 이상민이 팀을 바꾸게 된 것은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KCC는 FA 최대어 서장훈과 임재현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상민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서장훈을 잃은 삼성은 또 한 명의 스타인 이상민을 영입하며 그를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평소 KCC에서 은퇴하고싶다는 의사를 피력해왔고, 팀의 샐러리캡 사정을 고려하여 FA 재계약시 몸값까지 자진해서 낮췄던 이상민으로서는 배신감을 느끼고도 남을 사건이었다. 이상민은 한때 은퇴까지 고민할 만큼 정신적 충격이 컸고, 허재 감독도 이상민을 의도적으로 몰아낸 게 아니냐는 팬들의 비난 여론에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 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후로도 한동안 계속됐다. 이상민을 영입한 삼성은 이적 후 첫시즌이던 2007~2008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허재의 KCC를 3전 전승으로 탈락시켰다. 그러나 이듬해는 하승진을 앞세운 KCC가 챔프전에서 삼성을 7차전 접전 끝에 물리치고 허재 감독에게 첫 우승을 선사했다.

부상에 시달리던 이상민은 삼성에서 마지막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은퇴했다. KCC는 2010년 이상민의 등번호를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으나 이상민은 KCC가 마련한 은퇴식에 불참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덧 완전한 '삼성맨'이 되며 삼성의 신임감독으로 부임한 이상민은, 이제 허재 감독과 어제의 친정팀을 적으로 재회하게 됐다. 선수와 코치 시절에도 이미 여러번 만났지만 감독으로서 재회하는 KCC와의 라이벌 구도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상민 감독은 현재 KBL 내에 대표적인 스타 출신 지도자로서 허재 감독과 어깨를 견줄 만한 유일한 인물이다.

허재 감독 하의 KCC는 이상민을 떠나보낸 이후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며 이상민 시대의 그림자를 말끔히 지웠다. 다음 시즌부터 하승진이 복귀하는 KCC는 또다시 강력한 우승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상민 감독이 이끌 새로운 삼성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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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삼성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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