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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후 일주일에 반 이상을 인천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라 좋다"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후 일주일에 반 이상을 인천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라 좋다"고 말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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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노인들은 종종 "인천은 한때 야도(野都)였다"고 말한다. 과거엔 언론들도 인천을 '야도'로 표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인천을 찾아 '야도'다운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다.

인천은 왜 '야도'로 통했을까.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부터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결과 때문이다. 2대부터 4대까지 인천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9명 가운데 여당인 자유당 소속은 두 명에 불과했다. 당시 인천을 '야도'로 이끈 주요 정치인은 죽산 조봉암을 비롯해 장면, 곽상훈, 김은하 국회의원 등이었다.

하지만 이제 인천을 '야도'로 부르지 않는다. 이를 입증하듯 19대 총선에선 여야가 지역구 12개를 절반씩 나눠 가졌다.

송영길(51) 현 인천시장은 2010년 야당 소속으로 당선했다. 인천이 고향은 아니지만, 송 시장은 1980년 민주화 바람과 함께 인천으로 이사와 아이를 낳고 길렀다. 그 아이들이 이제 인천에서 대학을 다닌다. 인천사람이 된 것이다.

송 시장은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시사인천>은 인천시장 선거 유력 후보자 중 다섯 번째로 송 시장을 최근 그의 집에서부터 인천시청까지 동행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2회에 나눠 보도한다.

24평형 아파트서 속옷 차림으로 기자 맞이해

송 시장은 취임 1주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천지하철 풍경을 올렸다.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는 모습, 책을 보거나 조는 그의 모습도 종종 올라왔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친서민' 행보를 위해 전철 등을 이용하는 퍼포먼스를 종종 한다. 인구 300만 인천의 수장은 정말 지하철로 출퇴근할까?

지난 7일 오전 7시 30분께 계양구에 있는 송 시장의 집을 찾았다. 취재를 가겠다고 약속한 시각은 8시였다. 아파트 입구에선 만난 송 시장 수행비서가 "시간이 남았지만 그냥 올라가자"고 해 따라갔다.

"공무원들은 9시 출근인데, 시장을 수행하면 피곤하겠다"고 하자 그는 "뭐, 그렇죠"라고 답했다. 송 시장이 사는 아파트는 오래돼 보였다. 24평 크기다. 수행비서는 몇 평에 사는지 궁금했다. 공무원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얼마 전 청라에 48평형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한다. 장모를 모신다는 말도 덧붙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송 시장은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커피 한 잔 정도는 주겠지' 하는 기대는 한순간에 깨졌다. 그는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문만 열고는 작은 방(서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취임 이후 4년째 쓰는 '시정일기' 작성중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시정일기를 쓴다. 인천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데, 조회 수가 하루 수천 건에 이른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하철 안에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하철 안에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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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출퇴근, 걸을 수 있고 시민들 만날 수 있어"

"운동할 시간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지하철로 출퇴근 해요. 걸을 수 있고, 시민을 만날 수도 있으니 좋습니다."

송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계양산을 오르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많이 단련된 걸까? 그의 걸음은 빨랐다. 오전 8시 20분쯤 인천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은 북적였다. 50대로 보이는 시민 두 명이 송 시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송 시장은 맞은편에 앉은 재능대학교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이기우 총장님이 열성적이고, 학생들도 수업 태도가 좋지. 호텔경영학과?"
"네.(웃음)"


재능대 호텔경영학과 학생들은 정장을 입고 다니는데, 송 시장이 이를 알고 말을 건 것이다.

"어디에서 오는 거야?"
"김포요."

순간 새누리당 유정복 예비후보가 떠올랐다. 기자가 "김포에서 시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분이 인천시장에 출마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자, 그 여학생은 "그건 아닌 거 같아요"하며 웃었다.

송영길 인천 시장이 인천지하철 인천시청 역 개찰구를 나서고 있다.
 송영길 인천 시장이 인천지하철 인천시청 역 개찰구를 나서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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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대통령이 보내는 관찰사 자리 아니다"

지하철 안에서 송 시장과 인터뷰를 제대로 못했다. 내린 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지하철 개찰구를 나오자 한 환경미화원이 환하게 웃으며 송 시장을 반겼다. 그런 뒤 송 시장은 기자에게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라"는 말을 남기고 수행비서와 함께 계단을 뛰어 올랐다.

겨우 시청 후문에 위치한 김밥집으로 이동했다. 송 시장은 이곳에서 주로 아침을 해결한다고 했다. 김밥집 사장은 "김밥 두 줄"과 누룽지탕을 내왔다. 송 시장은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한 시청 공무원 몇몇과 눈인사를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6·4지방선거로 시작했다. "유정복 전 의원의 출마로 재선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작심한 듯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를 향한 날을 세웠다.

"최근 수도권에서 재선하지 못한 단체장이 없다. 이인제·손학규씨는 대선 출마 때문에 한 번만 했지만, 오세훈·김문수·최기선·안상수씨 모두 재선 이상을 했다. 시민들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으로 김포에서 정치를 20년 한 분이 인천시장으로 출마했다. 인천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관찰사 자리가 아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관찰사 자리가 아니며, 인천이 황우여 의원을 국회 의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을 공격하며 인천지역 의원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국회 의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관찰사 자리가 아니며, 인천이 황우여 의원을 국회 의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을 공격하며 인천지역 의원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국회 의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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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송 시장이 몇 년 전부터 제기한 '인천 홀대론'으로 이어졌다.

"인천 홀대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300만 도시 인천은 정부에게 그 위상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유 후보는) '중앙정부의 홀대를 핑계 삼는 무능한 시장'이라고 (나를) 공격하며 대통령과 소통해 돈을 더 가져오는 시장이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천의 힘은 대통령이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힘은 인천시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시민의 자랑이며, 성장 동력의 주요 인프라다. 박근혜 정부가 그런 인천국제공항을 판다고 하면, (유 후보는) 반대할 수 있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88%가 인천시에 속하지만, 토지 지분권은 서울시와 환경부가 차지하고 있다. 매립 기간을 연장하자고 대통령이 하면, 송도에 영리병원을 추진하면, 관찰사가 인천시민을 대변해 대통령 말을 거부할 수 있을까?"

송 시장은 "유 후보는 대통령에게 전기를 공급 받아야 불이 들어오는 사람이고, 나는 인천 자체를 동력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황우여 차출론도 있었지만, 황 의원을 국회 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인천시민과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집권당을 대표한 분을 국회의장으로 모셔야지 차출해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인천에 마이너스다."

송 시장은 먹다 남은 김밥을 "손대지 않았다"며 라면 먹는 공무원에게 건네고 정확히 9시에 시청 후문으로 들어갔다. "송 시장이 후문으로 자주 출근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청원경찰은 "일 주일에 반 이상은 후문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장, #송영길, #유정복, #인천국제공항,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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