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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시청률과 관중수. 2013~2014 NH농협 V리그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키워드다. 올해 10년째를 맞이한 프로배구는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겨울 스포츠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는 평가다.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늦게 출범했고, 팀 수와 시장규모도 가장 작은 프로배구가 어느덧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남자 프로배구의 2013~2014시즌 '케이블TV 1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이하 동일)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이는 2013시즌 프로야구 1경기당 평균 시청률인 0.86%에 근접한 수치다. 물론 하루 동시간대에 1~2경기를 치르는 프로배구와 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의 단순비교는 어렵다. 인터넷·스마트폰 등을 통해 프로야구를 보는 시청자수도 타 종목보다 많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남자 프로배구의 시청률 상승세 또한 경이롭다. 1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0.56%(2011~2012)->0.76%(2012~2013)->0.80%(2013~2014)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부터는 프로배구도 주말에 2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에는 하루에 1경기씩만 열렸다. 또 작년까지 없었던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동시 생중계도 실시됐다. 그만큼 배구 시청자층이 다양하게 분산됐고, TV 시청률은 하락할 소지가 많았다. 시즌 중간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열리면서 시청률 상승 행진에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남자 프로배구의 평균 시청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더욱 상승했다. 케이블TV 대박 시청률인 1%를 넘긴 경기수도 지난해 8경기에서 올 시즌은 23경기로 3배나 폭증했다. 상위팀, 하위팀 가릴 것 없이 배구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경기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1월 한 달 동안은 프로배구 평균 시청률이 1%대에 근접하면서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남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 전 경기 '케이블 1%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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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동시간대 경쟁을 펼쳤던 포스트시즌 시청률이었다. 프로야구·프로농구 등 타 프로스포츠와 동시간대 경쟁을 했음에도, 남자부 포스트시즌 6경기(플레이오프 2경기+챔피언결정전 4경기) 전부가 시청률 1%를 넘겼다.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은 1.42%(챔프 1차전).

4월 3일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의 시청률은 압권이었다. 이날은 국내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3경기(3경기만 열림),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등 총 5경기가 동시간대에 케이블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3개 종목 프로스포츠의 인기도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는 프로배구 시청률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날 생중계된 전체 프로스프츠 중에서도 1위였다. 3월 30일(일요일)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도 프로야구 4경기와 경쟁해서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총체적 수치로는 프로야구가 크게 앞서지만, 프로배구가 시장 규모와 방송사 편성·홍보 등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프로야구와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유일한 콘텐츠'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어차피 방송사 입장에선 동시간대에 1경기밖에 생중계를 못 한다. 프로배구가 프로야구·프로농구 등과 동시간대에 경쟁해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향후에도 TV 중계 편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와 '동시간대 경쟁 가능'한 콘텐츠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닐슨코리아·TNm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청률 1%당 지상파는 대략 46~47만 명, 케이블TV는 36만 명의 시청자가 본 것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따라서 케이블TV 시청률 0.1%의 차이는 시청자수로 따지면 3만6000명이 해당 프로그램이나 경기를 더 봤다는 걸 의미한다. 0.5% 차이면 무려 18만 명이 차이가 난다. 지상파(KBS1·KBS2·MBC·SBS)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방송사나 연예인, 광고주 등이 매일 발표되는 TV 시청률의 소수점 자리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편 올 시즌 프로배구는 관중수에서도 V리그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관중수가 41만 6288명으로 작년(35만 8518명)보다 16% 이상 크게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다 관중수였던 39만 5853명(2011~2012시즌)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1일 평균 관중도 3819명으로 작년 3550명보다 7.6% 증가하며 전체 관중과 함께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프로배구는 전체 관중수에서 구조적으로 타 프로스포츠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 경기수 자체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타 종목의 1/3, 1/5도 안 된다. 남자 프로배구는 한 시즌 동안 7개 팀이 총 105경기를 치른다. 반면 남자 프로농구는 270경기(10개팀)를, 프로야구는 무려 576경기(9개팀)를 치른다. 그러나 인기의 기준이 되는 '1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프로배구가 3000~4000명대이고, 프로농구는 4000~5000명대다.

"누가 배구를 그렇게 보는 거야"

"주위에 배구 본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시청률 높게 나오는 거 보면 신기하다. 누가 그렇게 보는 거야."

배구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무엇이 그토록 '소리 없이' 겨울 배구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방송사 관계자들은 "프로배구 주 시청자층이 40~50대가 많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한다. 40~50대가 TV 시청 주도층인데다 사회적으로도 중추적인 세대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꽃미남 스타들과 화끈한 스파이크 때문에 10~30대 젊은 여성층에서도 가장 시청률이 높은 종목이 프로배구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배구라는 종목 특성상 일반인들이 TV를 틀어놓고 보기에 편하고, 시원시원한 면이 스트레스 해소에 안성맞춤이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V리그의 인기는 일반론을 넘어 프로스포츠로서 흥행요소가 많았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올 시즌 V리그는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들의 수준과 기량이 과거 어느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기존 절대 강자인 레오(삼성화재·쿠바)를 잡기 위해 아가메즈(현대캐피탈·콜롬비아), 산체스(대한항공·쿠바), 비소토(한국전력·브라질) 등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 코트에서 화려한 공격력과 테크닉을 선보였다. 이들보다 명성에선 뒤지지만 에드가(LIG손해보험·호주), 바로티(러시앤캐시·헝가리)도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숀 루니(우리카드·미국)도 배구팬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레오·아가메즈·산체스·문성민·전광인·송명근... '역대 최고'

국내 신인 선수들도 역대 최고였다. 기량과 기록 모든 면에서 사상 최고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신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신인상을 1명밖에 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신인상을 수상한 전광인(한국전력)은 특급 외국인 선수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에 달성한 616점(경기당 평균 20.5점)은 V리그 10년 동안 국내 선수 2번째 기록이다. 시즌 도중에 세계 정상급인 이탈리아 리그로부터 러브콜까지 받았다.

송명근(러시앤캐시)은 공격성공률 부문에서 레오 다음으로 2위(56.46%)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만 따지면 V리그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민규 세터(러시앤캐시)도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김명진(삼성화재), 정지석(대한항공), 정민수(우리카드), 손현종(LIG손해보험), 김재훈(현대캐피탈) 등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신인들의 활약으로 배구팬들은 흐뭇한 시즌을 보냈다.

기존 간판스타인 문성민(현대캐피탈)도 기적 같은 재활에 성공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예전의 기량을 뽐내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기존 스타가 건재하고, 꾸준히 이어지는 새로운 대형 스타들의 등장은 프로스포츠 인기 상승의 촉매제이다.

팀간 전력 평준화도 대부분의 경기를 관심 갖고 보게 만들었다. 특히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젊은 돌풍은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하위팀 한국전력도 시즌 내내 배구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7개 팀 중에서 3-2 풀세트 접전을 가장 많이 치렀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만 늘 막판에 한 끗 차이로 패하면서 '언더독'(Underdog·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 심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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