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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노조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노조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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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터넷 통신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하청업체 소속 개통·AS기사들이 모여 노조를 결성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불법적 노동착취를 중단시키고 노동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기업 서비스센터 하청업체 소속 기사들은 인터넷·IPTV 개통 설치나 AS 등을 담당한다.

"안전장비도 자비로 구입... 다쳐도 회사는 나 몰라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별도의 수당 없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대부분 오후 8~9시까지 근무하고 토요일에도 출근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연차휴가나 당직근무에 따른 휴가·수당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SK브로드밴드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소속인 직원 A씨는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나 수당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일이나 명절·공휴일에 일했는데도 휴일 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이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개통설치·철거기사들에게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작업을 하다 다쳐도 모든 사고 처리 비용을 서비스기사가 자비로 부담한다고도 털어놨다.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소속인 직원 B씨는 "차량 운행비나 필요한 공구 구입비도 기사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안전장비가 없어 전신주 등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는 사고도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청업체 수리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서비스 평가가 낮으면 패널티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 일거리를 과도하게 할당하거나 소비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전부 받아들이면서 소비자에게 '서비스 최고점을 달라'고 구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비스기사들의 현실이다.

하청업체가 또 하청업체를... 회사 직원이 또 하나의 '사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이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이 비정상적인 고용형태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단계 하도급 형식으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하청업체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해당 하청업체가 또 다시 2·3개 지역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형식이다.

서비스기사들의 고용형태도 복잡하다. AS기사들은 하청업체 정규직인 반면, 개통 설치나 철거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인 개별 도급계약을 맺는다. 일부 하청업체는 몇몇 팀을 또 다른 사장이 운영하는 형식의 '소사장제'를 운영하기도 했다.

직접 고용이 아닌 형태일 경우 업체들이 4대보험 적용 등의 노동 관련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서비스기사들은 우려했다. 실제로 B씨는 어느 날 갑자기 개별도급계약으로 전환한다는 통보를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센터에서 도급계약으로 전환한다고 얘기하면서 4대보험 혜택을 제외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바로 항의했지만 '직접 돈 번으로 보험에 가입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 최진수 노무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이같이 복잡한 근로계약 형태를 선택했을 수 있다"면서 "직접 고용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위장도급'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16일 국회서 노동실태 고발 토론회 개최

노동조합 결성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 설립을 저해하려는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SK브로드밴드의 한 고객센터에서 '노조 가입하면 퇴사시킨다'고 비정규직 직원을 협박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두 기업 하청업체 서비스기사들과 민주노총은 "앞으로 각 서비스센터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정당한 교섭 요구와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살인적인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만약 기업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오는 16일 국회에서 노동실태 등을 고발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노조가 제기한 위장도급 의혹과 관련해 "전혀 그런 일이 없다, 원청으로서 하청업체 인사노무가 절대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비스기사들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기사들의 처우 문제가 개선돼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LG유플러스 쪽은 "해당 부서에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태그:#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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